길 위의 인문학 신정일님의 일일편지 "다시 그 방랑의 세월을 떠올리다. 과거란 무엇인가? 돌아갈 수 없는 것, 하지만 이렇게 저렇게 회상할 수 있고, 그 시절들이 아름답게 혹은 쓸쓸하게 채색되어 있다는 것, 그것이 아닐까? 장수에서 진안 백운으로 넘어 가던 서구리재, 옛 이름 마령하를 넘어가던 그때가 열다섯 살이었다. ”.....장생포에서 마지막 남은 여비까지 떨어지고 말았었다. 어떻게 할 것인가. 그 때 울산에서 경주까지 걸어갔고 경주역에서 나는 지치고 말았다. 그 다음엔 말해 무엇하랴. 경주에서 대구로 도둑열차를 타고 갔고, 내릴 곳을 모르는 나에게 샛길이 있다는 것을 가르쳐준 사람을 만나 그들을 따라가다가 보니 어둑한 길이었다. 대구 시내를 정처 없이 걸어가다 만난 사람들이 구두를 닦는 청년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