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도 길이고, 길도 집이다. 내가 사는 고장만이 아니라, 내가 속한 나라만이 아니라, 온 지구, 온 우주가 내가 살아가는 동안의 내 집인 것이다. 그렇게 살고자 했고, 그렇게 살았다. 잘 살았는지, 못 살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그렇게 사는 동안 내 마음이 편했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오랜 세월 동안 집은 나에게 있어서 주눅 든 영혼의 허물이었고, 그 허물에서 벗어난 순간부터 나는 집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가 있었다. 누군가는 말했다. “집이란 풍경보다는 한 영혼의 상태이다.”라고. 그럴 수도 있고, 그보다 더 한 표현이 있다면 그 이상 일수도 있어서 황지우 시인은 이라는 시를 남겼는지도 모르겠다. “불 켠 창을 바깥에서 보면, 나는 세상에서 쓸쓸하여, 저녁이 이렇게 몸서리칠 일일 줄이야, 집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