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법치의 최후 보루인 사법부의 권위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법원 확정 판결에 반박하는 영화 '부러진 화살'은 흥행가도를 달리고, '막말' 논란에 휘말린 일부 판사는 재임용 탈락이나 징계 위기에 처했다.
국민의 77%가 '법원 재판이 불공정하다'고 여긴다는 시민단체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급기야 재야 법조계가 법원에 '성찰'과 '태도 전환'을 촉구하고 나섰다.
1일 대법원에 따르면페이스북에 '가카의 빅엿' 등 표현을 써 논란을 일으킨 서울북부지법 서기호 판사가 '재임용 부적격' 대상자로 분류돼 심사를 받고 있다.법원행정처는 최근 서 판사에게 "근무성적이 현저히 불량해 판사로서 직무수행이 불가능한 것 같다"며 재임용 탈락을 암시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서 판사 외에 그간 부적절한 언행으로 물의를 빚은 법관 3∼4명도 '부적격자' 명단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창원지법 이정렬 부장판사는 "재판부 합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법원조직법 65조를 어긴 혐의로 징계위원회에 넘겨졌다.
이 부장판사는 "실정법 위반인 줄 알면서도 합의 내용을 공개했다"고 밝혔는데, 법관이 고의로 법을 어긴 것 자체가 큰 충격을 안겼다.
2007년 '석궁테러' 사건을 소재로 한 '부러진 화살'은 "사법테러를 미화한 허구"라는 대법원의 유감 표명에도 관객 200만명을 돌파했다. 그 와중에 '석궁테러' 사건 장본인인 김명호 전 교수가 "정봉주 전 의원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것은 직권남용"이라며 난데없이 이상훈 대법관을 불법감금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김씨 행동은 영화 흥행을 노린 '쇼'의 성격이 짙지만, 대법관이 고발을 당한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시민단체인 법룰소비자연맹은 시민 110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이날 발표했는데, 응답자의 77.2%가 "법원이 불공정한 재판을 한다"고 답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맹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86%는 수사나 재판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들인데도 법원에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연맹 관계자는 법원을 겨냥해 "우리 사법은 '절대권력'으로 국민 위에 군림했다"며 "이제 국민들이 반드시 개혁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사법 불신이 나날이 심각해지자 재야 법조인을 대표하는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신영무)까지 나섰다. 변협은 이날 성명서에서 법원을 둘러싼 현재 상황을 '초유의 혼돈'이라고 규정한 뒤 "사법부의 성찰과 태도 전환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변협은 "국민은 판사가 엄격한 증명이 없더라도 독단으로 유죄를 선고한다고 인식한다"며 "이제 사법부는 권위의식과 성역을 허물어 국민과 눈높이를 함께하는 겸허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유진 기자 heyd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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