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개발제한구역이란

지성유인식 2008. 11. 1. 04:55

 

 

  최근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 방침 발표 이후, 몇몇 분들과 함께 수도권 내 그린벨트 해제 예상 지역을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해제가 시행되었을 때 어떤 곳이 어떻게 파괴될 지 직접 현지에서 눈으로 확인하고자 함이었다.

 

제일 처음 찾아간 곳은 과천시 꿀벌마을 이었다. 이곳은 그린벨트 내 화훼단지가 들어선 곳으로 이곳의 많은 분들이 비닐하우스 내에서 주거를 겸하고 있다. 최근 ‘주소지 찾기’ 소송에서 1차 승소를 하기도 한 이들은 초기에는 땅 주인에게 임대료를 내고 사용하고 있었으나, 지금은 임대료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그것은 최근 이곳이 개발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면서 땅 주인이 이들과의 임차-임대인 관계를 부정하려 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이들을 대상으로 한 땅주인들의 철거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이곳의 이해관계는 매우 복잡하나, 대개는 주거권이 보장되는 ‘개발’을 바라고 있다. 이러한 점은 사실 환경단체와 미묘한 입장차이가 전개될 여지를 남기지만, 이 나라의 개발은 언제나 원주민을 철저히 배제하면서 진행되어왔다는 과거를 기억한다면 그러한 여지도 남기는 어려울 듯하다.

 

최근 정부는 그린벨트 해제 방침을 밝히면서 ‘개발되어 보전가치가 떨어진’ 곳을 푼다고 밝혔다. 어차피 개발되어 훼손된 곳이니 그냥 풀자는 이야기인데, 이는 그간 정부의 그린벨트 관리 소홀을 스스로 무마하려다는 점에서 당연히 문제이지만, 그간의 스쿼팅(점거)을 묵인해오다 개발의 근거로 삼는다는 점에서도 비난을 면키 어렵다. 지리학자 마뉴엘 카스텔은 1970년대 당시의 리마(페루의 수도)에 대한 연구에서 땅 주인들이 스쿼터(점거자)를 도시개척에 이용하는 상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지주들과 사설 개발업자들은 스쿼터를 조종함으로써 토지의 일부를 부동산시장에 끌어들일 수 있었다. 즉 이들은 당국으로부터 스쿼터를 위한 도시 인프라를 얻어냈고, 이를 통해 땅값을 올리는 동시에 수익 높은 주택 건설의 길을 열었던 것이다. 다음 단계는 스쿼터를 쫓아내는 것이었다.

 

위의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스쿼터는 “메마른 산비탈과 주변적 농토를 택지로 변형”시켜 땅값을 올려놓은 뒤에는 땅 주인에게 쫓겨나는 신세가 된 것인데, 이러한 상황은 그린벨트 내에 정착한 21세기 한국의 스쿼터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이들은 개발의 여지가 보일 때 즈음엔 땅주인에게 임대료도 내지 ‘못’하는 존재가 되거나, 정부가 내세우는 그린벨트 개발의 ‘근거’로 이용되고 버려진다.

 

그리고 이들의 지난 행위는 법의 테두리 바깥에 있는 ‘불법’으로 치부된다. 하지만 그러한 이유를 내세운 그린벨트 해제는 보전가치를 떨어뜨리는 정도가 아니라 보전이란 말을 아예 무색하게 해 버리게 될 것이다. 정부가 이야기하는 그린벨트 해제는 ‘합법적인’ 파괴에 불과하다.

 

전기계량기없는 '전기계량기'박스

다음으로 간 곳 역시 개발이 예정된 곳으로, 이곳은 안양 인덕원과 접해 있어 도시 연담화가 우려되는 지역이다. 이곳을 지나다 대형 비닐하우스 여러 개를 볼 수 있었는데, 이 비닐하우스는 1곳을 제외하고는 전기계량기가 박스만 있다.

 

즉, 개발이 이루어질 때의 보상을 타내기 위해 지어진 무늬만 비닐하우스들 인 것이다. 이 비닐하우스는 꿀벌마을의 비닐하우스처럼 그린벨트 개발의 ‘근거’로 이용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비닐하우스가 들어서게 된 경위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투쟁만이 살길’이란 구호가 휘날리는 비닐하우스와 계량기 없는 계량기 박스가 걸린 비닐하우스. 물론 꿀벌마을 내에도 보상을 바라고 지어진 비닐하우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그린벨트의 상황은 복잡 하다.

 

지식정보타운 예정부지

추수를 앞든 금빛 논이 아름다운 곳이었다.

 

과천에서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은 갈현, 문원동 일대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식정보타운 대상지로 지정된 곳이다. 금빛 논과 단풍이 시작된 나무가 줄지어선 이곳은 사뭇 시골 길의 정취가 배어 있는 듯 했다. 사진 속에 논을 따라 있는 작은 개울은 예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물놀이를 즐기던 곳이라고 한다. 지금은 논의 오른편에 위치한 군부대에서 흘러 나온듯한 기름이 물에 섞여 있었지만,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 전체적으로 지금까지 보아온 그린벨트 중에서 가장 보전이 잘 되어 있던 이곳은 답사의 마지막에 훌륭한 쉼터의 역할을 해주는 그런 곳이었다.

 

개발제한구역의 제한을 압도하는 개발의 힘이 너무 크게 느껴진 탓인지, 그린벨트 내의 복잡한 상황 때문인지, 돌아오는 길의 머리는 조금은 복잡해져 있었다. 직접 가본 그린벨트 내의 상황들은 찾아간 곳마다 달랐고, 아마 찾아가보지 못한 곳들 또한 그마다의 상황 속에 처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린벨트에 다가가는 개발이 작동하는 방식은 같다. 그린벨트 내에 사는 나무든, 풀이든, 개울에 사는 올챙이든, 가끔 찾아오던 제비든, 사람이든, 개발의 삽자루에 모두 담겨 버려질 것이라는 것. 그렇게 개발의 작용은 지역의 구체성을 다듬어진 콘크리트 바닥으로 동질화 시키면서 폭력적으로 진행된다는 것. 이것이 바로 그린벨트 내의 개발제한을 유지시키고 지켜내야 하는 이유이다.

 

 

그린벨트 해제 예상지역을 다녀와서

- 부동산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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