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호고(好古)

지성유인식 2011. 4. 4. 02:36

어떤 제자가 공자(孔子)에게 물었습니다. “선생님은 태어나실 때부터 모든 것을 다 알았던 분이 아니신가요?”라고. 질문을 받은 공자는 매우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면서 “나는 태어날 때부터 모든 것을 알았던 사람이 아니다. 옛것을 좋아하여(好古) 부지런하고 열심히 배워서 알아낸 사람이다(好古敏以求之者也)”라고 답했습니다. 『논어』에 나오는 첫 번째의 ‘호고’라는 단어입니다. 『논어』의 곳곳에는 ‘호고’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유학 교육에서 호고의 의미는 그렇게 중요하고 지닌 뜻이 그렇게 넓고 깊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다산도 공자처럼 호고의 깊은 의미에 동조하면서 자주 거론하였습니다. 죽은 뒤에 무덤에 넣은 「묘지명」이라는 자서전격인 글에서 자신의 사람됨을 설명하면서 바로 ‘호고’를 보란 듯이 사용했습니다. “어려서는 영특하고 슬기로웠으며, 커서는 학문을 좋아하였다(幼而穎悟 長而好學)”라고 자신의 과거를 회고하고는, “착한 일하기를 즐겨하고 옛것을 좋아했다(樂善好古)” 하는 말로 자신의 일생에 대한 결론을 맺었습니다.[자찬묘지명, 광중본] 이런 내용으로 보면, 다산이 좋아하고 즐겼던 것은 착함·학문·옛것이라는 세 가지가 주되는 것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옛날의 어진 이들도 대부분 다산처럼 세 가지를 좋아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오늘에도 어진 이라면 옛날 어진 이들처럼 세 종류를 좋아하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에는 어진 이가 없는 탓인지, 옛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문제입니다. 그냥 새것만 무턱대고 좋아하느라 옛것에는 무관심한 경우가 많은데, 정말로 그 점이 문제입니다. 옛날을 모르고, 옛것을 좋아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오늘을 알며 내일에 대한 예견이 가능하겠습니까. 새것만 좋아하고 즐기다보면 옛날은 어떻게 알고 미래는 또 어떻게 짐작이라도 하겠습니까.

우리는 다산으로 돌아가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지금으로 보면 다산도 옛날의 학자이고 옛날의 사상가입니다. 다산이 옛것을 좋아하고 옛것에 무한한 관심을 기울였듯이, 우리는 다산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다산을 좋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추사 김정희도 한 없이 옛것을 좋아하였고 퇴계나 율곡선생도 옛것 좋아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요즘의 젊은이들, 툭하면 옛것은 낡은 것이고 촌스러우며, 케케묵고 고리타분한 것으로 여겨 거들떠보지도 않고 싫어하기만 하는데, 그렇게 하고서야 어떻게 어진 이의 대열에 낄 수 있겠습니까. 공자와 다산이 자기를 설명하며 내세우던 대표적 브랜드가 ‘호고’라는 단어이듯, 오늘의 젊은이들도 ‘호고’의 참뜻을 알아차려 옛것도 알고 오늘도 알며 내일도 예견할 수 있는 지혜를 얻는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다산연구소장 박석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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