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스크랩] 쌔까만 얼굴. 손

지성유인식 2008. 10. 27. 02:18

할머니의 새카만 손 '참 아름답네요~'

 

[사진 이야기] 지리산길 마을에서 만난 사람들
민종덕 (minjd2000)
 
▲ 황금빛 논 지리산 아래 다랑논은 지금 황금빛입니다
ⓒ 민종덕
다랑논

 

결실의 계절이고 수확의 계절입니다.

 

이 계절에 지리산에 기대어 사는 지리산 마을을 찾았습니다. 알곡 한 알, 과일 하나, 꽃 한송이, 채소 한 잎 어느 것 하나 저절로 우리의 먹을거리가 되고 즐거움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따뜻한 햇볕과 바람과 물, 심지어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미생물에 이르기까지 우주의 온갖 것들이 서로 조화를 이룰 때 결실을 맺습니다. 여기에 농민의 굵은 땀방울 어린 정성과 손길이 곁들여져야 비로소 우리의 양식이 되고 세상을 지탱해 주는 생활재가 되겠지요.

 

수확한 벼를 말리기 위해 당그레질을 하고 있습니다
ⓒ 민종덕
당그레질
▲ 매동마을 장승 마을을 지켜주는 장승 아래에서 벼가 마르고 있습니다
ⓒ 민종덕
매동마을

 

지리산 아래 마을에는 다랑이논이 있습니다. 그 다랑이논이 이제 수확이 시작되었습니다. 백로가 지나고 추석이 지났는데도 여름처럼 강한 햇살에 수확한 벼가 잘 마르고 있습니다. 그 벼를 마을 장승이 지켜주는 듯합니다.

 

벼를 베기 위해 사전 정지작업을 하는 농부
ⓒ 민종덕
지리산 마을

 

요즘에는 아무리 다랑이논이라 해도 벼 베는 것도 기계화되었다고 합니다. 할아버지는 벼를 베려고 벼 베는 기계가 들어올 수 있도록 사전 정지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할아버지한테 요즘 농사 어떠시냐고 물었습니다. 할아버지는 고개를 젓습니다. 농사지어봐야 헛거라고 말입니다. 그래도 조상 대대로 지어온 농사고 도회지에 나간 자식들한테 보내주는 재미로 농사를 짓는다고 말씀하십니다.

 

날이 가물어서 익어가는 고추도 말라가고 있습니다
ⓒ 민종덕
지리산 마을

 

재를 넘는 길에서 고추 따는 아저씨를 만났습니다. 아저씨는 가을 가뭄으로 익어가는 고추가 말라가고 있다고 걱정이 태산입니다. 축 늘어진 고춧잎을 보니 안타까움이 앞섭니다.

 

어서 단비가 내려야 할 텐데…. 지구가 온난화되어서 그런지 이제 계절에 대한 상식도 바뀌어 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꽃을 가꾸는 할머니
ⓒ 민종덕
창원마을

등구재를 넘어 창원마을에 도착하니 꽃을 손질하던 할머니가 길손을 반갑게 맞이해 주셨습니다. 조그마한 마당 한쪽에서 꽃을 가꾸는 할머니는 날마다 보는 꽃이 얼마나 예쁜지 꽃 자랑에 침이 마를 정도입니다. 산마을이라서 지천으로 깔려있는 것이 꽃일 텐데 할머니는 가까이 있는 꽃들을 지나치지 않고 가꾸고 자랑합니다. 그 마음이 꽃보다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그 꽃을 가꾸는 할머니의 손을 보니 가슴이 저미도록 아름답고 위대합니다.

 

▲ 꽃과 손 가슴이 저미도록 아름답고 위대한 손
ⓒ 민종덕
꽃과 손

할머니는 몇 마디 나눈 길손과 그새 정이 들어 떠나는 길손한테 뭔가 쥐여 주고 싶은 마음에 밤새도록 깐 호두를 한 움큼 쥐어 줍니다.  길손은 할머니의 정을 뿌리치지 못했습니다.

  

이렇듯 아름답고 소박한 우리네 농촌을 시장개방이니, 선진화니 하면서 앗아가려는 가진 자들의 온갖 속임수와 술수에 맞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생각해봅니다.

 

▲ 과실을 가꾼 손 호두를 쥐어주는 손
ⓒ 민종덕
창원마을

 

한 마을에서 태어나 그 마을에서 자라 그 마을로 시집가서 지금껏 살고 계시는 석기모(70) 할머니는 처녀적 아름다운 추억을 얘기하면서 마냥 즐거워합니다. 

 

올해 70세인 할머니는 나중에 시아버지가 되시는 분이 절대 다른 데로 시집가지 말고 자신의 며느리가 되어달라고 해서 이날 이때껏 외지로 나가 보지 못하고 여기에서 살고 계신다고 합니다. 그만큼 할머니가 미인이어서 그런 것이 아니냐고 말씀드리니, 마냥 웃으시면서 처녀 시절로 돌아간 듯합니다.

 

할머니의 아름다운 추억과 건강과 밝은 웃음을 언제까지나 볼 수 있게 되길 마음속으로 기원해 봅니다. 

 

▲ 석기모(70) 추성리 용소계곡 들머리 마을에서 만난 할머니
ⓒ 민종덕
추성리

출처 : 남성고29회 친구들
글쓴이 : ksi7630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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