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스크랩] 그대 이름은...

지성유인식 2008. 5. 21. 20:07

 

단풍나무 빤스 /-손택수-

 

아내의 빤스에 구멍이 난 걸 알게되 건

단풍나무 때문이다

단풍나무가 아내의 꽃무늬 빤스를 입고

볼을 붉혔기 때문이다

 

열어놓은 베란다 창문을 넘어

아파트 화단 아래 떨어진

아내의 속옷,

나뭇가지에 척 걸쳐져 속옷 한 벌 사준 적 없는

속없는 지아비를 빤히 올려다보는 빤스

 

누가 볼까 얼른 한달음에 뛰어내려가

단풍나무를 기어올랐다 나는

첫날밤처럼 구멍 난 단풍나무 빤스를 벗기며 내내

볼이 화끈거렸다

 

그 이후부터다, 단풍나무만 보면

단풍보다 내 볼이 더 바알개지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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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이름은 아내

 

태풍이 훝고간 들녘처럼

황폐해진 아내의 가슴을 본다.

누가 저리 만들었을까

 

마음은 늘 당신 뿐이라 하면서도

실쳔없는 사랑,

태풍이 훝고간 들녘보다 

더 황페한 내 가슴, 내가 그리 만든겨~~

지나간건 다 무효야

이제부터라도 잘 해줘야지~~

날이면 날마다 다짐을 하면서도

맘과 몸은 늘 따로따로다.

 

장성한 아들딸 늘 자정이 가까워야 오고

해바라기 되어 내 오기만을 기다리는 아내

퇴근무렵

핸폰으로 들려오는 목소리

오늘은 어떻셔 저녁을 먹고 오시는겨

응~~

'고맙고만 저녁을 하지 않아도 되어~~ '

 

 고맙다는 아내의 힘없는 목소리가

가슴이 찡~~하게 파문이 온다.

울켝

회한의 아픔으로 가슴을 찟는다.

이제부터라도 잘 해야지~~

 

오늘이 부부의 날 이라하네요.

어쩌다 외식을 하자해도

그 돈이면

고기사다 애들하고 집에서 잔치를 하자하며

늘 거절이다.

'속옷 한 벌 사준 적 없는 속없는 지아비'황폐한 가슴 탓이다.

 

오늘 저녁엔

단 한번이 될지라도  아내를 불러내여

송화향 그읏한 솔숲을 바라보며

정답게 마주앉아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들어야 겠다.

 

내 아내와 함께~~

 

헐렁하고 빛바랜 부라자도 버리게 하고

예쁜 꽃빤스에 꽃부라자도 하나쯤 사줘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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