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나무 빤스 /-손택수-
아내의 빤스에 구멍이 난 걸 알게되 건
단풍나무 때문이다
단풍나무가 아내의 꽃무늬 빤스를 입고
볼을 붉혔기 때문이다
열어놓은 베란다 창문을 넘어
아파트 화단 아래 떨어진
아내의 속옷,
나뭇가지에 척 걸쳐져 속옷 한 벌 사준 적 없는
속없는 지아비를 빤히 올려다보는 빤스
누가 볼까 얼른 한달음에 뛰어내려가
단풍나무를 기어올랐다 나는
첫날밤처럼 구멍 난 단풍나무 빤스를 벗기며 내내
볼이 화끈거렸다
그 이후부터다, 단풍나무만 보면
단풍보다 내 볼이 더 바알개지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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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이름은 아내
태풍이 훝고간 들녘처럼
황폐해진 아내의 가슴을 본다.
누가 저리 만들었을까
마음은 늘 당신 뿐이라 하면서도
실쳔없는 사랑,
태풍이 훝고간 들녘보다
더 황페한 내 가슴, 내가 그리 만든겨~~
지나간건 다 무효야
이제부터라도 잘 해줘야지~~
날이면 날마다 다짐을 하면서도
맘과 몸은 늘 따로따로다.
장성한 아들딸 늘 자정이 가까워야 오고
해바라기 되어 내 오기만을 기다리는 아내
퇴근무렵
핸폰으로 들려오는 목소리
오늘은 어떻셔 저녁을 먹고 오시는겨
응~~
'고맙고만 저녁을 하지 않아도 되어~~ '
고맙다는 아내의 힘없는 목소리가
가슴이 찡~~하게 파문이 온다.
울켝
회한의 아픔으로 가슴을 찟는다.
이제부터라도 잘 해야지~~
오늘이 부부의 날 이라하네요.
어쩌다 외식을 하자해도
그 돈이면
고기사다 애들하고 집에서 잔치를 하자하며
늘 거절이다.
'속옷 한 벌 사준 적 없는 속없는 지아비'황폐한 가슴 탓이다.
오늘 저녁엔
단 한번이 될지라도 아내를 불러내여
송화향 그읏한 솔숲을 바라보며
정답게 마주앉아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들어야 겠다.
내 아내와 함께~~
헐렁하고 빛바랜 부라자도 버리게 하고
예쁜 꽃빤스에 꽃부라자도 하나쯤 사줘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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