쎄자리아 에보라(Cesaria Evora) 와 모르나(Morna) 음악
이 가을밤 '맨발의 디바'선율속으로...
'맨발의 디바', '모나의 여왕', '월드뮤직의 대모'...모두 '세자리아 에보라'를 일컫는 말이다.
세자리아 에보라는 대서양의 조그만 섬나라 케이프 베르데 출신으로 다섯차례나 그래미상 후보에 올랐으며 400만장이 넘는 음반 판매고를 기록한 세계적인 보컬리스트. 맨발로 무대를 누비는 열정적인 모습 덕분에 ‘맨발의 디바’라는 애칭으로도 유명하다. 세자리아 에보라의 애잔하고 가녀린 모나(morna) 선율은 듣는 이로 하여금 신선한 감동을 느끼게 하는 묘한 마력이 있다.
케이프 베르데는 서아프리카에서 500㎞ 떨어진 곳에 위치한 섬나라로 우리에게는 생소한 지역이다. 1456년 포트투갈이 발견했을 당시만 해도 무인도였으나 이후 아프리카와 미국을 잇는 노예무역의 정박지로 번영하다 19세기 중반들어 노예무역이 쇠퇴하고 섬 주민들이 미국과 유럽으로 이주하면서 다시 황량한 섬으로 변하게 됐다. 1975년 독립할 때까지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케이프 베르데는 이 때문에 문화적으로 포르투갈의 색채가 강하다. 케이프 베르데를 대표하는 음악인 모나가 포르투갈의 파두(fado)와 닮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렇다면 모나의 색깔은? 케이프 베르데의 역사가 그러하듯 유럽과 아프리카, 미국의 음악문화가 충돌하면서 만들어진 ‘혼혈음악’이라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게다. 이별·사랑·상처·동경·향수가 한데 어우러져 선율적이고 서정적인 느낌이 강하다.
세자리아 에보라는 친근하고 감성적인 보이스 컬러로 모나를 소화해내며 한층 멋을 돋우고 있다.
17세부터 선술집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세자리아 에보라. 가족과의 이별, 사랑의 실패, 그치지 않는 삶의 고통으로 인해 노래와 연을 끊은 세자리아 에보라가 제2의 음악인생을 시작한 것은 45세. 포르투갈로 건너가면서부터다. 그곳에서 세자리아 에보라는 케이프 베르데 출신 여가수들의 앤솔로지 형식 앨범을 녹음하게 되고, 때마침 그녀의 음악에 매혹된 프랑스 프로듀서이자 기타리스트인 호세 다 실바의 설득으로 프랑스에서 음악작업에 전념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BMG뮤직에서 발매한 ‘앤솔로지(Anthology)’는 세자리아 에보라의 첫 앨범 ‘맨발의 디바’부터 작년에 나온 ‘먼곳에서 본 상 비센테’까지 그동안 발표된 여덟 장의 앨범 가운데서 발췌한 베스트앨범의 성격을 지닌다. 그러나 편집앨범이라고 해서 의미를 축소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다. 첫 트랙인 ‘sodade’는 월드뮤직 스타이자 세자리아 에보라의 절친한 친구인 봉가와 듀엣으로 새로 녹음했다. 또 ‘Fidjo Maguado’와 ‘Fala pa fala’는 미발표곡으로 이번 앨범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특히 이 음반은 세자리아 에보라의 오랜 음악여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
월드뮤직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것도 이 음반의 매력 가운데 하나다.
월드뮤직이란 영국과 미국의 주류 음악을 제외한 국가의 음악을 통칭하는 것으로 흔히 제3세계 음악이라고도 불린다. 우리가 한국어로 된 음악을 즐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월드뮤직은 언어만 틀릴 뿐, 어렵거나 난해한 음악은 아니다. 오히려 때묻지 않은 진정성을 가진 음악들이 월드뮤직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숨쉬고 있다. 세자리아 에보라는 자신의 주무대인 프랑스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칭송받는 ‘월드뮤직의 디바’라는 점에서 세자리아 에보라를 시작으로 월드뮤직에 친숙해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성공신화가 넘쳐나는 음악계에서조차 이토록 극적인 인생 반전을 이루며 성공한 뮤지션은 드물다. 더구나 이름도 생소한 조그만 섬나라에서 전통음악을 하는 뮤지션이라면 더욱 그렇다. 결코 화려하지 않은 그녀의 노래가 우리에게 주는 감동은 단순히 노래를 잘한다는 것 외에, 예순이 넘은 인생역정과 원형 그대로의 삶의 모습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전자신문 : 정은아기자
Cesaria Evora - Miss Perfuma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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