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나마 이 나라 정부에 몸담았던 사람으로 차마 내놓고 말하기 어렵지만, “이게 나라냐”는 말이 저도 모르게 튀어나올 때가 있다. 어디 길을 가다가 갑자기 갈 길을 잃어 이리저리 헤맬 때가 그렇다. 분명히 표지판을 보고 따라왔는데 중간에서 내가 가야 할 목적지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런 분통이 터지는 일을 한두 번 겪는 것이 아니다. 옆에 있던 사람이 대한민국 표지판은 간첩이 그걸 보고는 도저히 길을 찾지 못하도록 만들어진 것이라고 비꼬는데, 차라리 그 말이 수긍이 갈 정도다. 표지판만 보고서도 전국 어디라도 찾아갈 수 있게만 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한 건설교통부장관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게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지만, 도시의 한 가운데서 교통체증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도 마찬가지다. 교통체증으로 이 나라 국민이 입고 있는 경제적 손실이 연 10조원을 훨씬 넘어섰다고 말한 지가 벌써 오래다. 국민이 그것 때문에 받아야 하는 스트레스 등 정신적 피해는 그보다 몇십 배, 어쩌면 숫자로 표시할 수 없을 만큼 크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러나 몇십 년 동안 교통체증 해소대책으로 나온 것이라곤 버스전용차로제가 전부다.
음식물 쓰레기로 낭비되는 돈이 연간 십몇조 원이나 되고, 사교육비로 나가는 돈이 20조원이 넘는다고 하는데, 이를 줄이기 위해 정부 부처간 협의다운 협의를 해 본 일도 없었고, 그러니 정책다운 정책이 나올 리가 없는 것이다. 정부 부처가 머리를 맞대고 적극적으로 대책을 강구하고, 거기에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협조를 한다면, 방법은 있을 것이다.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기발한 방안이 나올 수도 있다.
저질국회의 전조와 코드인사를 넘는 싹쓸이 인사
“이게 나라냐”라는 말이 튀어나올 때가 어찌 이럴 때뿐이랴. 나는 지난 4월의 총선을 보면서도 그와 같은 생각을 금할 수가 없었다. 눈감고 아웅하는 식으로 거짓과 위선의 공천을 공작해 놓고서도, 그 결과는 나도 몰랐었노라고 시침 뚝 따고 말하는 것이나 철없는 어린아이가 전국구 1번으로 당선되는 것을 보고서 누군들 “이게 나라냐”고 가슴을 치지 않을 수 있으랴. 비례대표제도가 왜 있는지 묻는 게 촌놈이요, 염치와 도덕을 말하는 게 가당치 않은 세상이 되어버렸다. 돈만 있으면 인간쓰레기라도 국회의원이 될 수 있는 데가 대한민국이다. 하기는 대통령선거도 그랬으니까 총선만 탓할 수는 없을지 모른다. 단언하거니와 18대 국회는 17대 ‘탄돌이 국회’에 못지않게 저질국회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국회를 보면서 국민은 “이게 나라냐”는 한탄을 수도 없이 내뱉게 될 것이다.
그 얼마 전에는 이명박 정부의 정부구성을 보면서도 같은 생각을 했다. 노무현 정부의 코드인사와 편가르기에 너무나도 지치고 식상했던 뒤끝이라 나라를 온통 뒤지고,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그 자리에 가장 적합하고 훌륭한 사람을 찾고 골라 ‘올스타 코리아’의 진용을 짜면 어떨까 하는 기대도 했었다. 그러나 그렇게는 못한다 하더라도 돈 많은 것 빼고는 무능, 함량미달의 사람들로 그런 정부를 구성할 줄은 정말 몰랐다. 그 여진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제는 정부 산하기관, 연구소, 국영기업체 임원들까지 임기와 관계없이 사표를 강요하고 있다고 한다. 대선 때 내 편에 서서 수고한 사람들에게 희망하는 자리를 4개까지 써 내라고 했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정부의 정책수행을 위해 꼭 필요한 자리라거나 임명된 경위가 오직 코드에 따른 것이었다면, 자신들의 판단에 따라 스스로 물러가게 하는 것이 정도다. 그 나머지는 다만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게, 자연스럽게 처리하면 그만이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관례가 되어 5년마다 이 같은 한풀이, 싹쓸이 인사가 반복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고도 과연 나라가 온전할까.
대통령의 가벼운 처신과 언행에 얼굴이 화끈
그게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지만, 도시의 한 가운데서 교통체증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도 마찬가지다. 교통체증으로 이 나라 국민이 입고 있는 경제적 손실이 연 10조원을 훨씬 넘어섰다고 말한 지가 벌써 오래다. 국민이 그것 때문에 받아야 하는 스트레스 등 정신적 피해는 그보다 몇십 배, 어쩌면 숫자로 표시할 수 없을 만큼 크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러나 몇십 년 동안 교통체증 해소대책으로 나온 것이라곤 버스전용차로제가 전부다.
음식물 쓰레기로 낭비되는 돈이 연간 십몇조 원이나 되고, 사교육비로 나가는 돈이 20조원이 넘는다고 하는데, 이를 줄이기 위해 정부 부처간 협의다운 협의를 해 본 일도 없었고, 그러니 정책다운 정책이 나올 리가 없는 것이다. 정부 부처가 머리를 맞대고 적극적으로 대책을 강구하고, 거기에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협조를 한다면, 방법은 있을 것이다.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기발한 방안이 나올 수도 있다.
“이게 나라냐”라는 말이 튀어나올 때가 어찌 이럴 때뿐이랴. 나는 지난 4월의 총선을 보면서도 그와 같은 생각을 금할 수가 없었다. 눈감고 아웅하는 식으로 거짓과 위선의 공천을 공작해 놓고서도, 그 결과는 나도 몰랐었노라고 시침 뚝 따고 말하는 것이나 철없는 어린아이가 전국구 1번으로 당선되는 것을 보고서 누군들 “이게 나라냐”고 가슴을 치지 않을 수 있으랴. 비례대표제도가 왜 있는지 묻는 게 촌놈이요, 염치와 도덕을 말하는 게 가당치 않은 세상이 되어버렸다. 돈만 있으면 인간쓰레기라도 국회의원이 될 수 있는 데가 대한민국이다. 하기는 대통령선거도 그랬으니까 총선만 탓할 수는 없을지 모른다. 단언하거니와 18대 국회는 17대 ‘탄돌이 국회’에 못지않게 저질국회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국회를 보면서 국민은 “이게 나라냐”는 한탄을 수도 없이 내뱉게 될 것이다.
그 얼마 전에는 이명박 정부의 정부구성을 보면서도 같은 생각을 했다. 노무현 정부의 코드인사와 편가르기에 너무나도 지치고 식상했던 뒤끝이라 나라를 온통 뒤지고,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그 자리에 가장 적합하고 훌륭한 사람을 찾고 골라 ‘올스타 코리아’의 진용을 짜면 어떨까 하는 기대도 했었다. 그러나 그렇게는 못한다 하더라도 돈 많은 것 빼고는 무능, 함량미달의 사람들로 그런 정부를 구성할 줄은 정말 몰랐다. 그 여진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제는 정부 산하기관, 연구소, 국영기업체 임원들까지 임기와 관계없이 사표를 강요하고 있다고 한다. 대선 때 내 편에 서서 수고한 사람들에게 희망하는 자리를 4개까지 써 내라고 했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정부의 정책수행을 위해 꼭 필요한 자리라거나 임명된 경위가 오직 코드에 따른 것이었다면, 자신들의 판단에 따라 스스로 물러가게 하는 것이 정도다. 그 나머지는 다만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게, 자연스럽게 처리하면 그만이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관례가 되어 5년마다 이 같은 한풀이, 싹쓸이 인사가 반복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고도 과연 나라가 온전할까.
얼마 전부터 대통령의 언행 자체가 국민으로 하여금 “이게 나라냐”고 묻게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대통령의 가벼운 처신과 천박한 언어가 국민 된 우리의 얼굴을 화끈거리게 만드는 것이다. 대통령으로서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야 할 것을 분간하지 못할 때, 밖으로 해야 할 말과 안으로 삭여서 차분히 준비해야 할 일을 분별하지 못할 때, 먼저 해야 할 일과 뒤에 할 일을 헤아리지 못할 때가 그렇다. 10년에 걸쳐 쌓아온 남북간의 신뢰를 굳이 하루아침에 무너뜨리는 언동이나, ‘할 말은 하는 한미관계’를 괜히 비굴하게 보일 정도로 우정을 강조해서 국민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할지라도, 서둘러서 이로울 것이 하나도 없는 쇠고기협상을 타결한 것도 그렇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어야 할 정부가, 검역주권을 포기하면서까지 빼도 박지도 못하게 서투른 협상을 마무리한 것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야 옳다. 그런데도 대통령부터 나서서 ‘값싸고 질 좋은’ 미국 쇠고기를 먹게 되었으니, 미국 쇠고기는 절대 안전하다느니, 미국을 대변하는지 한국을 대변하는지 모를 언사를 일삼고 있다. 거기다 정부의 미숙과 혼선까지 겹쳐 국민의 입에서 “이게 나라냐”는 소리가 절로 나오게 하고 있다. 우리는 나라다운 나라에서 살고 싶다.
- 다산연구소 김정남(언론인)
'기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명품 인생 (0) | 2008.05.18 |
---|---|
[스크랩] 사랑은/시나브로 作 (0) | 2008.05.17 |
그렇게만 하면 된다 (0) | 2008.04.25 |
지도자에 대한 믿음 (0) | 2008.04.18 |
문학의 향기로 남은 섬 (0) | 2008.04.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