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스크랩] no more,

지성유인식 2006. 7. 24. 01:15

 

 

 

 

 

 

 

 

 

같은 아이들이라곤 하지만, 그래도 손이 더 많이 가고, 마음역시 많이 가는 아이들이 있다.

내 손길이 잘 닿지 않은 아이들은 때로 나를 거부하기도 한다.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는 아이들은, 강아지처럼 나를 쫄래쫄래 따르고, 아파서 높은 열에 시달리는 내 곁에서 땀 흐르는 얼굴에 까끌까끌한 혀를 대고 그루밍을 해주기도 한다.

겨우겨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더니 집 안은 엉망이다.

티비소리도, 음악 소리도 없이  그저 그렇게 조용하기만 한 날들속에, 난 참 조용히 삼일을 앓아누웠다.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감기 덕이다.

이유없는 피곤함이 엄습하고, 매일 하던 청소를 미루게 되더니 어느 날 하루는 무진장 술을 마셨었다.

술에 취해 돌아와, 아침까지 잠을 잘 수 없게 되더니, 그리고는 그대로 끙끙.

 

 

아직도 무거운 머리를 들고, 책상에 앉았다.

김포의 그녀와 약속한 둘만의 여름휴가 계획을 내가 맡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이미 한차례 혼자만의 여행을 다녀온 후이고, 또 다음주중에 부산으로 동생이랑 언니와 떠나기로 되어 있기 때문에, 그녀와의 여행은 조금 조용하고, 한적한 곳으로 다녀오고 싶어, 서울시내의 호텔 여름 패키지를 중점으로 서핑을 한 시간쯤 했다.

사람들이 떠나는 서울의 도심에서 즐기는 휴가, 라는 것도 꽤나 매력적인 일이야, 라며 그녀를 설득했지만, 그녀는 조금 시큰둥해 하는 듯도 하였다, 서로를 잘 이해하는 사람들끼리도 맞지 않는 일은 어디에나 널려 있으니까, 그런 것들은 아무래도 나와 보단 연인이랑 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터이니까, 결정은 그녀에게 맡겨 버렸다.

 

 

거울을 보니, 얼굴이 퉁퉁 부어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아프고 나면, 헬쓱해 진다는데, 난 왜 이럴까, 문득 억울해 져 버렸다.

혼자서 며칠씩이나 아픈것도 모르고, 놀면서 실컷 먹어서 퉁퉁 돼지가 되었구나, 하며 낄낄 거릴 지도 모를 일이다, 생각해보니, 괜히 눈이나 입술끝에 힘이 들어 갔다.

 

 

 

 

 

 

 

그 아픈 와중에도 소니의 알파백을 주문하는데 성공하였다.

물론 나는 카드번호만 불러주고, 남동생이 성공한 일이었지만,

알파백을 이주쯤 갖고 놀다가, 후지의 S3pro로 기종변경을 하는 계획이 성사되어 가고 있다.

입문 기념으로 니콘의 50mm렌즈와, 스트로브를 그 지독한 자린고비 남동생으로부터 선물받기로 하였다.

내일쯤 머리가 완전히 맑아지면, 관련 책들을 사러 서점으로 가 보아야 할 듯 하다.

감기가 빨리, 빨리, 나아서.

이 지끈거리는 두통이 빨리 빨리 사라져서,

월요일이나 화요일쯤엔, 한강 수영장에나 가서 느릿느릿 그 책들을 넘기며 놀아야지, 하는 생각들로 머릿속이 가득해 져 있다.

 

 

-그리운 이도, 하고 싶어 몸달아 있는 일도 없는, 슬픈 일도, 그닥 기쁜 일도 없는, 많이 웃지도, 잘 화를 내지도 않는 나는,

스스로에게 너무나도 어색한 사람이 되어 가고 있다,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출처 : Irreversible
글쓴이 : Crystal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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