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국적과 함께 미국 중앙정보국(CIA) 연루 의혹 등으로 낙마한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에 자신이 낙마한 책임을 한국의 민족주의 탓으로 돌리는 글을 기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김씨는 31일(현지시각) 이 매체에 기고한 '새로운 세상의 오래된 편견'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마녀사냥에 비유할 수 만한 독기서린 공격은 인터넷은 물론 주류 언론 매체도 마찬가지였다. 예를 들면 나는 스파이였고, 내 아내는 매매춘에 연루됐다는 식의 중상모략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정치에 진지하게 관심을 가져본 적이 결코 없었던 내가 그런 (장관직을 수락한) 결정을 한 것은 좀 순진했다. 정·관·재계에서 변화에 저항하는 세력들은 주로 내 국적을 문제삼아 반대했다"고 적었다.
이어 "21세기에 가장 성공하는 국가와 경제는 국적과 관련된 오랜 편견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출생지에 관계없이 능력있는 인재들을 끌어들이고 이들에게 자리를 내주는 이민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씨의 기고문이 알려지자 트위터에서는 비판 여론이 쏟아졌다. 트위터 아이디 @Ryan_HS****는 "누구라도 문제 제기할 만한 사안을 민족주의로 몰아가는 김종훈씨를 보니 이 분도 인지부조화에 빠져사는 자수성가형 사업가의 망가진 전형적 모습을 보여주는 듯"이라고 비판했다. 또다른 누리꾼 @sy***는 "장관에 낙점되자 조국에 헌신하겠다며 자못 비장한 모습으로 돌아온 미국 시민권자 김종훈. 의혹이 드러나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돌아가더니 조국을 향해 악담을 하듯 독설을 퍼붓는다. 야당이 발목을 잡고 있다며 부르르 떨던 대통령, 불안하다"고 적었다.
"부도덕할뿐만 아니라 멍청하네. 한국 민족주의가 당신을 그나마 장관하라고 애초에 부르게 만든 것. 아니라면 많은 유능한 미국인 중에 왜 하필 당신을 불렀겠음?"(@jess****), "기용됐다면 정부에서 일하다 문제있어 도중하차 하더라도 이렇게 미국 언론에 다 한국 잘못이라며 글 썼을 게 뻔한 사람"(@superc*****) 등의 반응도 이어졌다.
한편 김씨는 기고문에서 한국 재벌체제의 문제점을 짚기도 했다. 그는 "한국의 10대 재벌기업이 국내총생산(GDP)의 80%를 차지하지만 이들의 고용 규모는 전체의 6%에도 못 미치는 등 내부적으로는 문제가 많다. 한국은 가격경쟁력 유지 등을 위해 생산시설을 외국으로 옮기고 있고, 대학 졸업자 실업률이 지나치게 높고, 중국과 인도 등 이웃국가들의 부상으로 위협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워싱턴포스트 기사를 한겨레 전재
청문회 시작은 호기 있었습니다. 새누리당 신성범 의원이 "떨리지 않냐?"고 질문하자. 윤 내정자는 "안 떨려서 죄송합니다. 제가 발표를 많이 하다보니까.."라고 답변했습니다. 개인 비리 의혹이 적었던 내정자였던 만큼, 당차게 부활하는 해수부의 정책 비전을 제시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의원들의 질의에 내정자는 "모른다"는 답변으로 일관했기 때문입니다. 몇 가지 문답을 소개합니다.
김춘진 의원(민): 수산은 전혀 모르나요?
윤진숙 내정자: 전혀 모르는 건 아니고요
김춘진 의원(민): 큰일 났네.
김춘진 의원(민): 우리 어업 GDP 비율은 아세요?
윤진숙 내정자: GDP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하하
홍문표 의원(새): 지금 항만 권역이 몇 개죠?
윤진숙 내정자: 항만 권역이요? 권역까지는 잘..
홍문표 의원(새): 전부 모르면 어떻게 하려고 여기 오셨어요?
답변 태도도 문제였습니다. 긴장된 분위기에 웃음으로 대응하는 게 도를 넘었습니다. 부실한 답변을 감추기 위해 웃어넘긴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하태경 의원(새): 해양수도가 되기 위한 비전이 뭡니까?
윤진숙 내정자: 해양~ 크 크
하태경 의원(새): 구체성이 없지 않습니까?
윤진숙 내정자: 글쎄요
김선동 의원(통합진보): 천연덕스럽게 친환경 물질이라고 하는 게 말이 됩니까, 사과하십시오.
윤진숙 내정자: 참! 어떻게 사과해야 돼!(혼잣말) 예, 알겠습니다.
이쯤 되니 질의를 하는 의원들의 얼굴이 더 어두워보였습니다. 여당 의원들이 긴 한숨을 쉬는 모습이 화면에서 목격되기도 했고, 질문을 하고는 내정자가 엉뚱한 답변을 하자 의원들이 당황하는 표정을 짓기도 했습니다. 인사청문회의 주객이 슬슬 바뀌어가기 시작했던 겁니다.
청문회 준비도 부실했습니다. 보통 부처 장관 내정자들은 의원들의 사전 질의에 서면으로 답변을 보냅니다. 내용이 방대하기 때문에 보통은 담당과의 책임자들이 문건을 올리면 장관이 뺄 건 빼고 넣을 건 넣어서 답변을 완성합니다. 하지만 윤진숙 장관은 이 서면 답변 자료조차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습니다.
김재원 의원(새): 서면질문을 했는데 답변서는 아무래도 본인이 직접 쓰시지는 못했죠?
윤진숙 내정자: 네
김재원 의원(새): 읽어보긴 다 읽어봤나요?
윤진숙 내정자: 다는 못 읽어보고. 어떤 거는 읽어보고 못 읽어본 거도 있습니다.
김재원 의원(새): 못 읽어보면 어떻게 하나요.
난감하기는 기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청문회가 재미있다는 느낌을 넘어서 윤 내정자가 해양수산부라는 거대 부처의 수장으로 적합하냐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윤 내정자가 청문회장에서 장관직을 처음에 고사했다고 얘기했었는데, 아예 끝까지 못하겠다고 말하지 그랬냐는 타박까지 나왔습니다.
배기운 의원(민): 몇 번이나 (장관직을) 사양하셨나요?
윤진숙 내정자: 두 번 정도 한 거 같습니다.
배기운 의원(민): (청문회장) 기류가 점점 더 우려가 강하고, 불안하기까지 합니다. 두 번 사양했으면 마지막까지 사양하지 그랬나요.
윤진숙 내정자:...
재산 관련한 의혹도 제기됐지만, 어느 것 하나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2001년 경기도 의왕의 한 아파트를 1억 160만 원에 매입했다가, 2003년 2억 6천만 원에 매각하면서 시세차익을 얻은 게 투기 의혹이 있다는 것과 소득이 없는 내정자의 동생이 서울 송파구 아파트를 지난 2001년 2억 6천만 원에 매입한게 명의신탁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거였습니다. 하지만 답변은 우물우물, 은근슬쩍 넘어가 속 시원히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수십억 원의 전관예우를 받았던 후보자들에 비하면 작은 의혹이었지만, 해명이 오락가락했습니다. 듣기가 민망했던지 여당 의원의 자괴감 섞인 질의가 나오기까지 했습니다.
윤명희 의원(새): 계산에 밝지 못해 착오가 생기는 건 이해가 되지만, 일관된 답변을 주셔야지 이랬다저랬다 하는 건 옳지 않습니다. 여당 의원의 한 사람으로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청문회를 마친 여야 의원들은 모두 우려를 쏟아냈습니다. 야당은 당연히 장관으로서 자격 미달이라는 반응을 내놨고, 여당도 탐탁치 않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해당 부처 관료들이 업무에 대해 문외한이라는 게 증명된 장관을 어떻게 보좌할지 난감해한다는 말까지 들리고 있습니다. 물론 장관이 사안을 공부하고, 청문회에 점점 익숙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절박한 어민들의 경제 상황과 해양 자원, 영토를 둘러싼 주변국들과의 갈등 상황을 보면 우리 국민들은 장관이 천천히 학습하도록 기다려줄 여유가 없습니다. 철학도 비전도 능력도 어느 것 하나 보여주지 못했던 장관 내정자를 보면서 부활하는 해양수산부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심각한 우려가 들었습니다
김수형 기자sea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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