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엔 명의(名醫)도 많았다.
동의보감을 쓴 허준도 있었지만 그 많은 명의 중에서도
지혜로운 명의로 이름난 구선자九仙子라는 분이 계셨다.
하루는 나이 40정도의 환자가 이 구선자란 명의를 찾아왔다.
그 환자는 좋다는 명의를 다 찾아다니면서 별별스런 묘방을 다 받아 약을 달여 먹고
처방을 취해도 그 증상이 좋아지지 않고 병세는 더해 갈 뿐이었다.
그래서 그 환자는 구선자 명의에게 찾아 병세를 설명하고 처방을 요구했다.
대체 그 환자의 병 증세는 어떠했을까? 그 환자가 전하는 병세는 이러했다.
“온몸에 기운이 다 빠져 나가고 일할 의욕이 없어지며, 온몸이 갑갑하며 목이 꽉 막히는 것 같고
가슴이 답답하고 기가 부대껴 헛배가 부르고 팔다리가 뒤틀리며 마비가 온다.
또 이렇게 몸과 마음이 괴로우니 입술을 깨물고 이를 악물고 눈을 부릅뜨며 고통을 참으려 해도
참을 수 없어 주먹을 불끈 쥐고 빨갛게 달아오르며 귀까지 빨개진다.
그래서 온몸이 불같이 뜨거워집니다. 그래서 많은 의사들을 찾아다니며
무수한 약을 써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이와 같은 병 증세를 들은 구선자(九仙子)께서 처방을 하나 내리면서 말했다.
“이 병은 세상의 어떤 의술로도 고치기 어렵습니다. 당신의 병은 마음 병이오.
오직 이 처방만이 당신의 병을 치유할 수 있으니 잘 복용하면
원기를 보전하고 굳건해져 병이 낫게 될 것입니다.
원기가 보전되고 굳건해지므로 나쁜 기운이 침범치 못하여 만병이 생기지 않고
근심 걱정 없이 편안하게 오래오래 도록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집에 가서 처방대로 약을 달여 먹으면 깨끗이 병이 나을 것이요”
라며 보화탕(保和湯) 처방전을 써 봉투에 넣어 주었다.
이 명의의 처방전을 받은 환자는 처방대로 약을 쓰면 모든 질병이 한 순간에 없어질 것이란 말에
기뻐하며 집에 돌아와 조심스레 처방전을 펼쳐 봤다.
세상에 이런 처방과 명약이 또 어디 있을까?
구선자의 처방은 보화탕 이란 것인데 30가지 재료로 되어 있다.
그 30가지의 약재료의 처방은 아래와 같았다.
1,사무사(思無邪): 나쁜 생각을 하지 말라.
2,행호사(行好事): 착한 일을 행하라.
3,막기심(莫其心): 속이는 마음을 갖지 말라.
4,행방편(行方便): 사람을 좋은 길로 이끌라.
5,수본분(守本分): 자기의 분수를 지켜라.
6,막질투(莫嫉妬): 샘내거나 시기하지 말라.
7,제교사(除狡詐): 간사하고 교활한 마음을 버리라.
8,무성실(無誠實): 모든일에 성실하게 힘쓰라.
9,순천도(順天道): 항상 옳은 길을 따르라.
10,지명한(知命限): 수명의 한도를 알라.
11,청심(淸心): 마음을 깨끗이 하라.
12,과욕(寡慾): 욕심을 부리지 말라.
13,인내(忍耐): 참고 견디라.
14,유순(柔順): 성질을 부드럽고 순하게 하라.
15,겸화(謙和): 행동은 겸손하고 화목하게 하라.
16,지족(知足): 스스로 만족할 줄 알라.
17,염근(廉勤): 청렴하고 근검 하라.
18,존인(存仁): 어진 마음이 늘 있어야 한다.
19,절검(節儉): 절약하고 겸손 하라.
20,처중(處中): 중용을 지켜 치우치지 말라.
21,계살(戒殺): 생명체를 죽이지 말라.
22,계노(戒怒): 성내지 말라.
23,계폭(戒暴): 행동이 거칠지 말라.
24,계탐(戒貪): 탐욕을 내지 말라.
25,신독(愼獨): 행동을 신중히 하라.
26,지기(知機): 순리를 잘 인식하라.
27,보애(保愛): 연약한자를 사랑으로 보호하라.
28,염퇴(廉退): 물러날 줄 알아라.
29,수정(守靜): 고요함을 지켜라.
30,음즐(陰櫛): 은연중에 안정하라.
그리고 말미에 이런 처방으로 토를 달아 두었다.
“이 재료를 잘 썰고 덖어서 가루를 만들고 거기에‘마음의 물’두 대접을 잘 저어서
느긋하게 달여 때를 가리지 말고 수시로 따뜻하게 복용한다.”
참으로 훌륭한 심리처방이요 인생수양처방전이다.
모든 것에서 자유로워지고 비움의 철학을 담은 처방이다.
의사들의 말에 의하면 정말 어떤 약으로도 치료가 될 수 없는 병이 많이 있다고 한다.
그 원인은 곧 마음과 양심과 인성의 병인 것이다. 병은 마음에서 시작된다.
사람이 시기하고 질투하면 파괴적이며 건강에 해로울 뿐만 아니라
사람에게서 기쁨과 만족을 앗아가고 분노와 미움과 살인을 일으킨다.
그 원인들은 대단히 해로운 감정이며, 불면증과 소화불량까지 일으킨다고 한다.
분노는 혈압에 영향을 미치며 심장질환, 두통, 출혈, 현기증 및 발성 능력을 상실한다.
반면에 웃음과 평온한 마음과 정신의 평화는 엔도르핀을 팍팍 생성케 하여
건강한 정신과 신체를 갖게 해준다.
그 뿐만이 아니다. 옛날부터 음식 맛은 손끝에서 나온다고 했다.
음식을 만들 때 어머니가 가족들을 위하여 성의껏 기쁜 마음으로 조리를 하면
몸에서 손을 통하여 “오라“라는 생명력이 나온다.
반대로 하기 싫은 일을 하듯 짜증을 내며 조리를 하면 그 손에서 독소가 나올 수도 있다.
이와 같이 음식물의 조리도 까다로운 법인데
인간의 마음자세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내가 암에 걸려 죽을 고비를 넘기고 생존율 3%에서 살아남을 때
어떤 심리의학이란 책을 통해 읽은 내용에
"충격과 근심, 증오, 분노, 질투, 복수심, 악의와 같은 감정은 내분비선에 부가적 압력을 가한다.
이러한 압력을 받으면, 위와 내장의 기능이 저지당한다.
근육에 유해한 독소가 생긴다. 이렇게 되면 정신 기능이 저해 받게 된다.
따라서 건강에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나는 그 글을 읽고 충격과 나를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내 모든 것을 버리기로 하고 마음을 비웠다. 그 당시 처가 병석에 누워있었고,
기업은 흑자부도를 맞아 도산했으며,
나를 상대로 사기한 사람들이 나의 정신세계를 암울하게 해버렸으며,
가산은 기울어 남의 집에 세 들어 살며 허덕대었고,
진흙탕 같은 삶의 바탕에서 헤매다 보니 잠시 잊어버리기 위해 매일 술이란 것을 가까이 했었다.
이렇듯 증오와 복수심으로 가득한 나를 겨우 오늘의 나로 되돌릴 수 있었던 동기는
바로 이 비움이었다.
모든 애착에서 자유로워지려 노력하고 비움으로써
마음의 중심을 세운 뒤 새로 태어나는 선상에 나를 세웠던 철학을 지금 매우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 간절히 호소하고픈 심정이다.
보화탕의 처방으로서 서로에게 관심을 나타내주고, 격려해주고, 안부를 묻고,
좋은 것은 혼자만 알지 말고 이웃과 교환하며, 서로 먼저 베풀고,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을 더 많이 함으로써 자기의 주위와 환경을 바꾸어 보면
보화탕의 진가를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자기보다 헐벗고, 굶주리고, 못 배우고,
소외된 사람에게 관심과 자비를 나타내는데도 소홀함이 없었으면 한다.
조금이라도 진정으로 이웃을 사랑하고,
그러한 올곧은 삶을 살아갈 때 희망이 있고 의미 있는 삶이 될 것이다.
남을 사랑하는 사람은 저절로 건강한 정신과 건강한 육체를 갖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 보화탕의 처방을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하고 실천하는 사람이야말로
자기를 보전하고 진정한 사람의 미덕이 살아남게 하는 동기가 아닐까 싶다.
“보화탕” “보화탕”을 매일 달여 드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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