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祿을 받고있는 공무원들이 어떻게 그에 상응한 일을 하여야 하는가를 생각하며, 국가의 역할과 관련하여 생각하게 하는 글이 있어 소개해 봅니다.
[ CI 유감 ] 심경호(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금년 4월 2일, 이번 정부의 청와대가 새 도안을 발표했다. 아침 시간에 케이블 TV의 모 방송국 뉴스로 그 사실을 들으면서, 청와대 발표자가 CI란 말을 계속 사용하는 것을 들었다. 기자들도 그 용어에 대해서는 아무 질문을 하지 않았다. 당일 뉴스나 인터넷, 신문을 훑어보았으나, 그 용어에 대한 풀이를 쉽게 찾을 수 없었다. 국민 대다수가 알고 있는 말이기 때문에 풀이할 필요가 아예 없었는지 모른다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영문학이나 언어학을 전공하시고 외국에서 오래 살다온 분들에게 물어보았지만,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명쾌하게 말씀해주시는 분이 없었다.
인터넷을 검색했더니, 경제용어 사전에 “CI(Corporate Identity)는 기업 이미지의 통합, 기업문화 등을 말한다. CI는 자기기업의 사회에 대한 사명, 역할, 비전 등을 명확히 하여 기업 이미지나 행동을 하나로 통일시키는 역할을 한다. 운운”하는 설명이 나와 있었다.
혹, 외국에서는 국가 기관의 이미지를 알리기 위한 도안을 CI라고 부르는지도 모르는 일이기에, 교양수업 시간에 질문을 던져보았다. 그러자 한 학생이 메일로, 청와대 홈페이지 및 주요 일간지에서는 VI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고 답하여 왔다. 그렇다면 당초 기자회견 때 CI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이 잘못이었거나 부적절한 것이었던 듯하다. 하지만 4월 7일에는 다시 문화재청이 전통 건조물의 기와지붕과 사람人자를 형상화한 도안을 CI라는 명칭으로 발표하였다.
학생들의 조사에 의하면, CI는 ID의 하나이며, ID에는 그밖에도 특정 브랜드의 BI, 행사 이미지의 EI, 그룹 이미지의 Gl, 병원 이미지의 Hl, 대학 이미지의 UI, 개인 이미지의 PI 등등이 있다고 한다. 그것들을 포괄하는 용어가 VI라고도 한다. 정말 이런 말들을 전부 약어(略語)로만 표시한다면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을 듯하다.
우선 청와대나 정부를‘기업’과 동일시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만일 CI가 경제사전에 나와 있는 것처럼‘기업 이미지의 통합’을 뜻한다고 한다면, 청와대는 국가 기관을 기업으로 생각한다는 속내를 내비친 셈이다. 정부기관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기업의 경영 원리를 각 기관에 도입하려 한다면 그것은 하나의 정책 방안일 수 있기에 굳이 탓할 것이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국가 지도자의 집무처를 기업처럼 인식하였다면 그것은 문제가 달라진다.
『맹자』의 가장 맨 앞에는 ‘하필왈리(何必曰利)’장이 있다. 위나라 군주인 양혜왕이“선생께서 천리를 멀다 않고 오셨으니 역시 장차 우리나라에 이로움이 있지 않겠습니까?”라고 기대에 부풀어 물었을 때, 맹자는 "왕께서는 하필 이(利)를 말씀하십니까? 오직 인의가 있을 뿐입니다.”라고 대답하였다. 그러면서 맹자는 경고하였다. “만일 의를 뒤로 하고 이를 먼저 하면, 빼앗지 않고서는 만족해하지 않을 것입니다.”
한 국가가 이익을 추구하는 정치 이념을 표방할 경우,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서로 이를 취하는’상하교정리(上下交征利)의 ‘열세계(熱世界)’를 초래하고 말 것이다. 정조는 국가가 이를 취하는 것을 우선할 경우의 병폐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에, 규장각 초계문신들에게 낸 조문(條問)에서, ‘하필 이를 말씀하십니까’는 『맹자』의 제일 첫째가는 의리이거늘, 맹헌자(孟獻子)의 설에서 ‘의(義)로써 이(利)를 삼는다’라고 말한 것 자체도 ‘이심(利心)으로 인의를 하는 데 가깝지 않겠는가?’라고 의심하였다. 이에 대해 규장각신은 ‘패자(覇者)들이 거짓으로 하는 것처럼 이심(利心)으로 의를 하는 것을 말한 것과는 다르다’라고 대답하였다.
부국강병이 한 나라의 가시적인 목표임에는 틀림없다. 그렇기에 『맹자』의 ‘하필왈리’장을 풀이한 옛 지식인들도, 맹자가 결코 이익, 이로움의 중요성을 무시한 것이 아니라고 단서를 달았다. 그러나 그것은 정치의 결과일 뿐이지 참된 목표는 아니다. 서로가 자기 자리에서 안정되고 인간다운 삶을 살고자 하는 것이 공동의 진정한 목표일 것이다. 정조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우리들이 흔히 실학자라고 부르는 그 시대의 진보적 지식인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실학은 분배의 정의를 실현하려는 근원적 사유를 지니고 있었다.
<알파벳 약어의 사용 조장 내용 등 일부 생략>
참고로
CI는 우리부의 MI(Ministry Identity)와 같이 Cheongwadae Identity가 아닌가요?
그리고, 학문적 국가론을 인터넷 백과사전에서 찾아 올립니다.
1, 기능적 국가론 [機能的國家論, functional theory of the state]
<국가조직이나 권력을, 그 실체나 구조면에서 보지 않고 유동적인 과정 및 활동을 중시하는 기능적 입장에서 파악하는 국가론>
대표적으로 길드사회주의를 주창한 G.D.H.콜에 의하면 결사의 원리는 기능이며, 따라서 국가는 경제적 기능을 분담하는 일종의 결사이므로, 각 결사의 조정적 역할만을 가질 뿐이라고 주장하면서 결사의 자율성 ·독립성을 강조하였으며, 또한 L.뒤기는 국가권력은 공공(公共)의무라고 하는 특수한 의무를 가지기 때문에, 주권적인 우월성을 가질 수 없다고 주장하며 다원적 국가론을 전개하였다.
2, 다원적 국가론 [多元的國家論, pluralistic theory of the state]
<국가주권의 절대성을 부정하고, 주권을 다수의 집단으로 분할하려는 학설>
20세기 초에 영국의 J.피기스, G.콜, H.래스키, E.바커, 미국의 R.매키버, 포레트 여사(女史), 프랑스의 L.뒤기 등의 학자에 의하여 헤겔적인 ‘국가절대론’에 대한 반격으로 주장된 것으로 정치적 다원론이라고도 한다. 내용은 주장하는 학자에 따라 각각 다르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다. ① 국가와 전체사회의 구별:인간은 종교 ·교육 ·경제 등 복잡한 요소에 의하여 서로 결합하여 전체사회를 구성한다. 국가는 그러한 전체사회 속에 있는 사회관계의 그물[網]의 매듭과 같은 단체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② 주권의 가분성(可分性:多元性):종래의 최고불가분이라던 전통적인 국가의 일원적 주권은 부정되고, 전체사회 안의 각종 단체(국가 ·교회 ·노동조합 등)는 각각 그 목적을 달성함에 있어서 주권을 가진다. 즉, 국가 이외의 단체도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국가와 동일한 기구를 가지며 위반자를 처벌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국가의 명령은 다른 단체의 명령보다 더욱 존중되고 준수되어야 하지만, 그것은 정도의 문제일 뿐이고 사물의 본질을 바꾸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③ 국가목적의 특정성(特定性):국가는 무조건적으로 존속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구성원의 가능한한 최대 범위의 행복을 실현하고, 그 존속에 대한 동의(同意)를 끊임없이 획득해 나가야 한다. 이때 국가를 다른 단체와 동렬에 두는가, 또는 어느 정도 다른 단체 간의 충돌 조정자로서 특수한 지위에 있다고 보는가는 학자에 따라 다르다. 이와 같은 다원적 국가론은 사상적으로는 독일의 법학자 O.기르케의 ‘단체실재인격설(團體實在人格說)’에서 영향을 받았으며, 역사적으로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걸친 집단의 분출(噴出)을 배경으로 하여 형성된 것인데, 근대국가의 변질에 수반하는 집단적 자유주의의 이론적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3.사회학적 국가론 [社會學的國家論, sociological theory of state]
<국가의 본질을 사회집단간의 지배와 복종관계로 보는 국가이론>
국가의 기원은 강한 인종집단이 약한 인종집단을 정복하는 데서 비롯되었으며, 국가의 발달은 후자가 전자로 동화·융합되는 과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