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통치자와 백성

지성유인식 2008. 5. 19. 05:08
다산과 동시대에 살았지만, 다산보다는 훨씬 선배이던 담헌 홍대용이라는 실학자가 있었습니다. 특히 연암 박지원과 아주 친하게 지냈던 친구이자 학문적 동지로서 이용후생의 탁월한 논리를 개발하였고 과학기술의 개발에도 큰 업적을 남긴 학자였습니다. 그의「임하경륜」(林下經綸)이라는 글에, “임금은 정승을 임명하고 정승은 판서를 임명하고 판서는 그 아래 벼슬아치를 임명한다”(君擇公 公擇卿 卿擇士)라고 말하여 하향식의 입헌군주제와 같은 주장을 폈습니다.

한 세대 아래의 다산은 「원목」(原牧)이라는 글에서, “마을 사람들이 추대하여 이장을 뽑고 이장들이 모여 면장을 뽑고 면장들이 모여 군수를 뽑는다...”라는 상향식의 통치자 선출을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백성들의 여망에 따라 이장이 법을 만들어 면장에게 올리고, 면장이 법을 만들어 군수에게, 군수가 법을 만들어 도지사에게, 도지사가 모든 도민들의 여망에 따라 법을 만들어 나라의 통치자에게 올린다…”라고 하여 주민이나 국민들의 여망에 따라 법을 제정하여 집행하기 때문에 모두가 백성에게 가장 편한 법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뒷 세상에는 “한 사람이 스스로 황제가 된 다음에는 자기 욕심대로 법을 만들어 도지사에게 내려주고, 도지사는 군수에게, 군수는 면장에게, 면장은 이장에게 내려주니 법이라는 것이 모두 임금은 높고 백성은 낮으며, 아랫사람의 소유를 긁어다가 윗사람에 붙여주는 격이 되어 백성이 통치자를 위해서 생겨난 꽃이 된다”라는 독재정치의 모습을 명백하게 비난하였습니다. 그러면서 통치의 근본 원리는 백성이 통치자를 위해서 존재하느냐, 아니면 통치자가 백성을 위해서 존재하느냐의 큰 질문을 던지고, 말의 시작에서 결론에 이르기까지 통치자란 백성의 뜻에 따라 선출되고, 그래서 백성을 위해서만 통치자가 존재한다는 대 원칙을 천명하였습니다.

법이건, 조약이건, 협정이건 그런 모든 법이나 행정행위의 집행은 백성을 위하는 일이냐, 아니면 통치자나 통치에 가담한 사람을 위한 것이냐를 분별하여 백성을 위하는 집행과 행위만 해야 한다는 것이 다산의 정치정책이었습니다. 요즘은 참으로 세상이 시끄럽습니다. 모든 통치행위가 백성을 위하는 쪽으로만 방향을 잡으면 금방 조용해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요즘 통치에 가담한 분들은 제발 200년 전의 다산의 「원목」을 읽으면서 백성을 위하는 일만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자신들의 존재이유가 백성을 위하는 데 있다는 것을 알아야만 합니다.

박석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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