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입니다.
이 지구상엔 약 70억명의 인간이 있으며,
그 70억명중 동일한 인간은 단 한쌍도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다양한 생각을 갖는다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며,
성숙된 집단일수록 그 다양한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고 보며,
그 다양한 표현을 두고 상생의 토론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헌법에 명시적인 "표현의 자유"를 인정한 조문은 없죠?)
물론,
어떠한 조직체도 하나의 인격체이기 때문에
성숙된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자유롭게 의사를 결정하고,
이를 표현하고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의미있는 글이 있어 전반부만을 올려봅니다.
국립국어원을 위한 변명
언론과 국민이 노무현 대통령의 가볍고 거친 언행에 대해서 모질게 비난하고 있지만 나는 그의 언어를 의미 있게 평가한다. 그는 언어를 왜곡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짓과 가식이 난무하는 사회에서 그의 직설적인 언어는 그것만으로도 사회에 화두를 던져 주었다고 생각한다. 제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논의가 잘 풀리지 않자 “이렇게 이야기가 안 되면 내일 밥 먹고 짐 싸서 가야겠다”라고 말했다는 것을 듣고 나는 무릎을 쳤다. 그게 바로 ‘노무현다운’ 언어다. 그의 거친 말을 욕하는 사람이라도 ‘노무현다운’ 요소는 긍정해야 할 것이다.
‘놈현스럽다’
이런 노무현 대통령의 이름이 새삼스럽게 엉뚱한 곳에서 말밥에 올랐다. 국립국어원이 ‘놈현스럽다’를 신어로 제시한 책을 발행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일부 발 빠른 신문이 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기사를 올리고, 이에 불쾌감을 느낀 청와대 측이 국립국어원에 질책성 전화를 걸고, 이 과정에 언론이 교묘히 끼어들어 청와대와 국립국어원의 갈등을 조장하는 ‘소설 기사’를 쓰고, 이 기사를 읽은 일부 국민이 욕설과 비방으로 국립국어원의 전화와 누리집(홈페이지)을 마비시켰다. 국가 기관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는 단어를 사전에 올린 것은 레임덕 현상의 하나라거나, 국립국어원장이 차기 정권에서 살아남기 위해 정치적 선택을 했다는 비난이 주를 이뤘다. ‘기자스러운’ 기사, ‘언론스러운’ 예단, ‘국회스러운’ 공박이 난무했다. 모든 것을 색안경을 끼고 정치적으로 해석하려는 경박한 언론과 정치권이 우리 사회를 경박하고 메마르게 이끌어 가고 있는 또 하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놈현스럽다’는 국립국어원이 제시한 3500개의 신어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이 말은 2003년경에 일부 한국인이 만들어 썼던 것으로서 그런 언어를 만들어야 했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을 반영한다. 그래서 우리는 신어를 소중하게 여긴다. “한순간 새로운 말이 생겨났다가 금방 사라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말에는 세상의 갖가지 생각과 문화가 들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말에도 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상과 문화가 물결무늬처럼 깃들어 있습니다.” 신어 조사 책 머리말에 이상규 국립국어원장이 쓴 것이다. 국어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이런 생각으로 신어를 조사하고 이를 책으로 발행하여 사회에 제시하였을 따름이다. 정치인과 언론인은 이 말을 통해서 당시 사회를 재해석하고 오늘에 투영하면서 의미를 찾으면 된다.
- 하략 -
글쓴이 / 남영신
· 국어문화운동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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