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실패한 대통령으로 만드는가? 미국 대통령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보통 두 가지 기준을 말한다. 부패와 미숙함이다. 대통령이 부패하면 나라를 부패시킨다. 우리 전임 대통령 가운데 두 사람이 부패 때문에 감옥에 갔다. 대통령의 측근과 아들들이 감옥에 간 경우도 있다. 똑같이 실패한 대통령들이다. 미숙함의 표본은 카터 대통령이다. 그는 깨끗한 이미지 덕분에 당선은 됐지만 미숙함 때문에 나라를 멍들게 만들었다.
내가 보기에는 부패나 미숙함보다 더 결정적인 것이 있다. 대통령의 품성에 문제가 있을 때다. 대통령이 아무리 능력이 있다 해도 나쁜 성품을 가지고 있다면 결국은 파멸한다. 사람들은 닉슨이 대통령이 된 뒤에야 비뚤어진 성품의 소유자라는 것을 알았다. 닉슨은 스스로 "나는 악당이 아니다(I am not a crook!)"라고 외쳤지만 그를 알던 사람들은 "그는 역시 악당이었다"라고 회고했다. 하원의장과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를 지냈던 밥 돌은 포드.카터.닉슨 대통령을 각각 평가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포드와 카터에게서는 악(Evil)을 들은 바도, 본 바도 없지만 닉슨은 악이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가난한 수재로 태어난 닉슨은 가진 자를 미워했다. 그는 아이비리그 출신을 절대 참모로 쓰지 않았다. 열등감을 가지고 자란 그는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에 대해 참지 못했다. 그는 모든 사람을 믿지 않았기 때문에 참모들의 대화까지도 도청했다. 그는 중국과 외교 관계 수립, 월남전 종전 등 굵직한 일을 해냈으나 성품 때문에 결국 파멸했다.
나는 노무현 대통령의 납득할 수 없는 요즘의 행동이 어디서 비롯한 것일까를 자주 생각하게 된다. 보통 사람도 책임 있는 자리에 앉게 되면 그에 합당한 사람이 되려고 애를 쓴다. 하물며 대통령 자리는 말할 것도 없다. 대통령은 헌법을 준수하겠다고 서약하고 취임한다. 법이 나라의 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헌법재판소가 위법 결정을 내리든, 선관위가 경고를 하든 듣지 않는다. 오히려 그 결정을 조롱하고 있다. 기자실 폐쇄는 또 무엇인가. 국민의 대표로 뽑혀 정부를 책임지는 사람이 커튼을 치고 자기들이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겠다니 그 정부를 믿을 수 있겠는가. 그는 이렇게 법을 무시하고 민주제도를 비웃고 있다. 그의 언어는 왜 그렇게 상스러운가. 마음에 가득한 것이 말로 나온다고 했다. 그의 말로 인해 나라 전체의 품격은 무너지고 있다.
대통령의 이런 행동들이 진보라는 이념 때문이라고 보지 않는다. 대통령의 성품 때문은 아닐까. 대통령은 대통령다운 성품을 지녀야 한다. 혹시 그런 자질이 부족하다면 위대한 인물들의 전기라도 보면서 의식적으로 애를 써야 한다. 현실이 아무리 어려워도 대통령이기 때문에 지켜야 할 금도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필부만도 못한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왜 세상을 항상 조롱하듯 말하는가. 대통령에까지 오르고서 왜 늘 피해의식 속에 사는가. 왜 그렇게 언론 탓만을 하는가. 왜 가진 사람에 대해 미움과 증오의 말만 내뱉는가. '성품은 그 사람의 운명'이라는 말이 있다. 문제는 그가 보통 사람이 아니고 대통령이라는 데 있다.
사회는 훌륭한 인물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때로는 악한 사람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기도 한다. 민주사회일 때 더욱 그러하다. 훌륭한 인물을 선택하는 것도, 악한 사람을 선택하는 것도 모두 국민의 몫이다. 사회가 악해져 있다면 악한 인물에 대해 공감이 클 것이고, 사회가 건전하고 깨끗하다면 그런 사람에 대해 공감할 것이다. 그래서 각 나라는 그에 걸맞은 지도자를 선택한다고 말하는지 모르겠다.
대통령 후보를 말할 때 그의 정책이 중요하다고 흔히들 얘기한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정치인은 도덕과 무관한 것처럼 생각해 왔다. 그러나 정책에 앞서는 것이 있다. 좋은 나무만이 좋은 열매를 맺듯이 어떤 분야든 사람 됨됨이가 중요하다. 정치도 이 진리를 벗어날 수 없다. 좋은 지도자를 만나면 나라가 번성하고 나쁜 지도자를 만나면 세상은 더 악해질 수밖에 없다. 수신제가치국(修身齊家治國)은 그렇기 때문에 지금도 유효한 것이다. 대통령 후보의 정책 검증, 재산 검증도 해야 한다. 그러나 성품 검증이 더 중요하다. 성품이 모든 것을 말해 주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문창극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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