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창립자인 빌 게이츠 회장이 지난 주 하버드대에서 명예졸업장과 함께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게이츠는 하버드대 3학년 때 마이크로소프트사를 만들기 위해 학교를 중퇴했었죠. 포브스지가 선정한 세계 최대의 갑부, 진정한 혁신기업가, 세계 제일의 자선사업가인 그가 대학졸업장을 중퇴 32년 만에 받았다는 것은 때늦은 감이 없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가 졸업장을 받으며 한 연설에 하버드대가 감동의 도가니에 빠졌다고 합니다. 게이츠는 “창조적 자본주의(creative capitalism)로 세계에 만연하는 질병과 가난, 불평등을 없애자”고 말했습니다. 창조적 자본주의란 무엇일까요? 그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우리는 시장의 힘을 가난한 사람을 위해 쓸 수 있습니다. 시장의 힘을 확장할 수 있다면 더욱 많은 사람이 돈을 벌 것이고, 생계를 유지하게 될 것입니다. 그건 심각한 불평등에 시달리는 사람을 돕는 것입니다.”
요컨대 창조적 자본주의란 자유와 경쟁, 그리고 기술혁신을 근간으로 하는 시장경제를 견지하되 그로부터 축적된 부를 경쟁체제의 낙오자를 위해 사용토록 하자는 것입니다. 그는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생명공학과 개인용 컴퓨터,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이 시대의 혁신으로 가난을 근절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기술혁신이 일부 부유층의 전유물에 그친다면 역사의 진보가 아니라는 것을 꿰뚫은 혜안입니다. 예컨대 아무리 좋은 치료제가 나와도 돈이 없어 사용할 수 없다면 그건 진보가 아니라는 것이죠.
그의 연설이 관심을 끄는 것은 지금 우리나라에서 부족한 것이 바로 이런 정신과 믿음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는 불신의 대상입니다. 정부는 각종 규제로 시장의 힘을 키워주지 못하고 있고, 일부 세력은 자본주의 폐해를 빌미로 자본주의 근간을 흔들어대고 있습니다.
반면에 기업가들은 시장의 힘을 창조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재벌 총수가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사적 보복 폭행에 나서는가 하면, 편법적인 부의 세습이나 비자금 조성 등 석연치 않은 행동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재벌 총수들에 의한 ‘재산 헌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만 국민의 의혹을 불식시키지 못하는 것도 이런 까닭입니다.
게이츠가 강조한 것도 결국 가진 자가 못 가진 자를 챙겨야만 자본주의가 지속가능하다는, 평범하다면 평범한 이치입니다. 만일 가진 자가 자신의 이익만 챙기고 가난한 이를 외면한다면 정부가 개입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정부의 과도한 개입은 시장의 왜곡을 불러오고, 이는 시장의 힘을 축소시키는 결과를 낳겠지요. 그렇게 되면 자본주의는 후퇴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게이츠의 이날 연설은 자본주의가 나아갈 방향과 함께 미국이 진짜 강대국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기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어의 주인이 돌아왔다! (0) | 2007.06.19 |
---|---|
대통령이 되기 위한 조건 (0) | 2007.06.12 |
대통령님~! (0) | 2007.06.08 |
양만리(楊萬里) 집안의 청백 (0) | 2007.06.08 |
현충일을 6월 6일로 정한 이유 (0) | 2007.06.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