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선물과 뇌물

나는 새 2004. 9. 3. 09:58

이제 우리 나라도 한 단계 도약을 위한 변곡점에 도달하여 부패에 대해 좀더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고래로 정이 많은 민족이라 어느 누구도 아마 선물·뇌물로부터 100% 자유로울 수 없을 것입니다. 또한, 우리의 미덕인 정을 과연 잘라야 하는지, 아니면 어디까지를 우리의 미덕으로 받아들일 것인지는 좀더 논란을 거쳐야 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래 전에 어느 지방지에 실렸던 내용을 그대로 여기에 옮겨보겠습니다.

『【선물은 신들도 움직이고, 선물은 무서운 왕들도 설복 시킨다】

고대 희랍 서사시인 헤이오도스가 했던 말이다. 트로이전 때의 그리스 최대영웅 아킬레스도 선물 앞에서는 약했다. 그는 트로이 총사령관이자 왕자인 헥토르와 싸워 이겼다. 늙은 트로이의 성주 프리아모스 왕은 아들의 시체를 찾아오기 위해 제우스신의 권유로 많은 보물을 선물로 마련해 아킬레스를 찾아갔다. 아킬레스는 선물을 받고 헥토르의 시체를 내주었다. 그가 받은 선물 중에는 열 두개의 금덩이를 비롯해 많은 보물이 있었다.

◆선물이란 본시 선사(膳賜)로 주는 물건을 말한다. 「선사」란 존경이나 친근함, 또는 사랑의 뜻을 나타내기 위해 남에게 주는 것을 말하는데, 예전에 이것을 선물이라고도 했고 주로 세밑이나 세시에 보낸다 해서 세찬(歲饌)이라고도 했다. 「세찬」은 문자그대로 과세를 전후해 아랫사람이 윗분에게 인사로 보내드리는 찬거리다. 지방 토산물을 임금이나 웃어른께 올릴 때는 이것을 진상(進上)이라 했는데 조선조 때는 공물과 다름이 없어 세납의 성격을 갖게 되었다.

◆본시 존경이나 친근의 표시로 보내던 선사품이 권문세가에 보내는 세찬바리가 되면 상납이 될 수밖에 없다. 이는 청탁이나 이권을 위한 것이므로 뇌물로 봐야 하는데 맹자는 그 한계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받아도 되고 받지 않아도 될 때 받는 것은 자기의 청렴을 손상시기며, 주어도 되고 주지 않아도 될 때 주는 것은 자기의 은혜를 손상시키며, 죽어도 되고 죽지 않아도 될 때 죽는 것은 자기의 용기를 손상시키는 것』이라고.

◆독일의 철혈재상 비스마르크는 자기가 남에게 선물을 주는 까닭은 그 사람이 선물을 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정이 오고, 가듯이, 선물도 주고받는 것이다. 오 헨리의 「크리스마스 선물」에 나오는 짐과 델라부부는 성탄절 선물을 마련하기 위해 서로 가장 귀한 것을 판다. 델라는 작은 폭포 같은 머리를 팔아 짐의 시곗줄을 사고, 짐은 시계를 팔아 델라의 머리 빗을 산다. 결국 그 선물들은 두 사람이 다 쓸데가 없게 되지만 선물이란 곧 그런 마음의 교류라는 걸 잊어서는 안된다.』


 

여기에서도 선물과 뇌물을 명확히 구별하지 못하였지 않나 하는 생각도 되며,

시대에 따라 선물이 뇌물로, 뇌물이 선물로도 될 수 있다는 점도 감안되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현재의 우리는 『부패방지법』에 의한 「행동강령」이 선물과 뇌물의 구별 점이 될 것이며, 이에 우리는 '배 밭에서 갓 끈을 바로 매지 말라'(맞습니까)라는 속담을 새겨야 할 것입니다

경희대 교육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허정복씨의『교육행정직 공무원의 부패에 대한 교육행정직 공무원의 인식연구』논문에 따르면 경기 교육행정 공무원 23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부패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어느 정도 인사치레는 예의라는 사회적 통념'(35.6%)이 가장 많이 꼽혔고, '이미 정착된 관행'(12.3%), '도덕적 해이'ㆍ'낮은 보수'(각각 9.7%), '지연·학연 등 각종 연고'(8.9%)가 뒤를 이었다.


segiteckr님 들려 주심에, 좋은 음악 주심에 감사합니다.
저는 ‘이거 받으면 회사에서 짤립니다’며 정중히 거절하려는데 그 분이 갑자기 ‘니가 감히 이 할애비의 부탁을 거절하는 게냐’며 호통을 치시는 겁니다. 저는 너무나 당황했고 ‘그래도 받을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그 어르신은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나시는 지 펄쩍펄쩍 뛰면서 고함을 고래고래 지르시더군요. 분위기가 이쯤 되자 문하생들 까지 나서서 ‘제발 좀 받으세요, 저희들이 힘들어져요’라며 거의 애원을 하더군요. 어이가 없어 얼떨결에 받았습니다. 어르신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목소리가 다시 차분해 지더니 ‘내가 시간이 없어 미처 밥을 못 먹여 보내니, 꼭 맛난 밥 사 먹거라’ 하시는 겁니다. 봉투를 열어보니 10만원짜리 수표가 들어있더군요.



한 선배는 이와 비슷한 상황에서 한 촌로(村老)가 ‘교통비로 쓰라’며 우격다짐으로 쥐어주시는 봉투를 받았는데, 거기에는 꼬깃꼬깃한 1만8000원이 들어있었다고 합니다. 어쨌든 받긴 받은 것이니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반성합니다. 만약 이렇게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촌지를 받는다면 자선단체 등에 기부할 것을 다짐합니다.

-동아일보 사진부 신진건기자님의 "사진기자와 촌지(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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