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우리 국민이 현명해야 하는 이유- 공부해야 하는 이유

지성유인식 2007. 3. 23. 05:31

어디서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다음은 환경연합의 홈피에서 전재했습니다.

한국에 물 위기는 오는가?

[2007 물의날]①-물 위기 신화를 통해 본 한국 물 사정


홍수 피해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 해(2006년 7월), 건교부와 열린우리당 그리고 보수 언론들은 한 목소리로 홍수 원인이 댐 부족이라며, 댐건설을 주장하고 나섰다. ‘10년 동안 댐 하나 못 짓는 나라’를 한탄하고, ‘동강에 댐이 있었더라면’하고 아쉬워했다. 나아가 댐 건설을 반대한 환경단체 때문에 치수정책에 구멍이 났다며, 피해의 책임을 환경단체로 돌렸다.

하지만 지난 홍수피해는 댐과 거의 관계가 없었다. 인명피해(63명)의 대부분은 산사태(20명)와 계곡급류(30명)에 의해 발생했고, 계곡의 폭우, 하천시설물 부실, 난개발, 위험지역의 과다이용 등이 원인이었기 때문이다. 재산피해가 크게 발생했던 서울 양평동 제방붕괴나 고양시 지하철 역사 침수는 부실한 시설 관리가 원인이었다. 따라서 큰 강 중류에 건설되는 댐이 상류의 계곡을 지켜주거나 도시의 안전불감증을 치료할 수 없는데도 뜬금없이 댐 얘기를 꺼낸 것은 황당한 일이었다.

물 위기라고? 댐을 세워야 한다고?


비슷한 일은 2001년에도 있었다. 100년만의 가뭄이 들어 수십만의 국민들이 고통 받는 상황에서, 건교부는 물 부족을 해소한다며 12개의 다목적 댐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이어 언론들은 호들갑스럽게 맞장구를 쳤다. 하지만 가뭄 때문에 농사를 망친 곳들 역시 수리시설이 부족했던 산간의 농경지들이었고, 식수가 부족했던 곳은 물이 귀할 수밖에 없는 도서 연안지역이 대부분이었으니, 댐을 세워봐야 가뭄 대책으로는 별로 도움이 될 게 없었다.


이렇듯 한국의 물 현황에 대한 진단과 주장들은 대담하고 저돌적이지만 그 내용의 신빙성과 과학성을 두고서는 논란이 많다. 그런데도 이들 주장들은 국가 정책과 국민여론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런 종류의 담론들을 끊임없이 생산하고 유통시키는 집단들이 존재하면서 물 정책은 혼선을 계속하고 있다. 덕분에 현실의 물 정책에 대한 논쟁 역시 ‘개발과 보전의 경쟁’이나, ‘환경과 경제의 갈등’ 수준에서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아직도 ‘개발 계획이 과장이니 조작이니’ 하거나 ‘절차가 민주적이니 합법적이니’ 하며 이루어진다.


물 위기의 신화들


‘한국은 UN이 정한 물부족국가다.’

‘한국인의 물 낭비는 심각하다’

‘한국의 수돗물 값은 너무 싸다’

‘세계적인 물 부족에 우리도 준비해야 한다.’

‘한국 강우의 특성상 물 관리가 어렵다’

‘댐은 가뭄과 홍수 예방에 최선이다’

‘올 봄에도 가뭄 비상이다’


위에서도 거론했지만, 한국 사회에서 ‘물의 위기’에 대한 주장들은 대단히 강력하며, 절대화된 신화로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의 물 정책들은 이러한 많은 신화들과 연결되어 있으며, 이들에 의해 지지받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물 부족이 심화’되고, 더구나 ‘한국은 물부족국가’이며, ‘기후는 괴팍해서 관리하기가 힘든데’, ‘철없는 국민들은 물을 낭비’하고, 더구나 ‘싼 수돗물 값’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홍수와 가뭄 대처에 효과적인 다목적 댐을 지어 대책을 삼아야 한다’라고 연결해 보면 한국 물정책의 핵심이 모두 연결된다. 정책 입안자들은 이러한 신화를 이용해 편리하게 정책을 수립 집행했으며 책임을 회피해 왔다. 하지만 이들이 얼마나 타당한지 조금씩만 집어 보도록 하자.


‘한국, UN이 정한 물부족국가’라는 억지 주장


첫째, 정부와 언론은 ‘한국이 UN이 정한 물부족국가’라고 오랫동안 주장해 왔다. 따라서 댐을 세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UN은 이러한 개념을 사용한 바가 없다. 도리어 UNESCO 등 유엔 기구들이 주도한 세계물포럼(2003년)에서 발표한 각국의 물빈곤지수(WPI, World Poverty Index)에 따르면, 한국의 물 사정은 비교적 양호하다(142개국 중 43위, 건교부, 2006). 건교부는 UNEP가 발행한 ‘지구환경전망(GEO, Global Environment Outlook, 2000)’에서 ‘한국=물부족국가’를 인용했다고 하지만, 마찬가지로 거기에도 그런 내용은 없다. 다만 GEO는 인구증가와 수자원의 관계를 보여주기 위해, 미국의 한 사설 인구연구소(PAI, Population Action Institute)가 제시한 ‘인구 증가에 따라 줄어드는 1인당 이용 가능한 물, 자원, 국토, 에너지 량 등의 지표’를 활용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강우의 유출량을 인구수로 나눠 일인당 물 사용 가능량이 1,700톤 이상이면 물 풍부국, 1,700톤 미만 1,000톤 이상이면 물 스트레스국, 1,000톤 미만이면 물 기근국으로 나누고 있다(한국은 1인당 1,5212톤, 731억톤/4800만명).

하지만 이 지표는 기본적으로 인구증가를 경고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고, 국토 면적, 인구밀도, 강우량에만 영향을 받는 지나치게 단순한 지표로, 수도보급율, 수질, 물 이용 효율, 시설 투자 등을 평가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지표에 의하면 수질오염이나 시설투자가 미흡해 수인성질병이 만연하는 아프리카국가들은 물 풍요국이 되고, 영국이나 노르웨이 등 물 문제 논란이 없는 나라들은 물 빈곤국이 된다. 인구가 폭증하는 제3세계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해 만든 지표가 OECD 가입국인 한국에 적용되면서 기묘한 억지가 된 것이다. 더구나 정부 주장대로 이 지표를 지속적으로 인용한다면 인구가 4253만명 이하로 감소하는 2049년에 한국은 물 풍요국이 되고, 최근 들어 꾸준히 증가 추세인 강수량이 연 1400㎜(현재 1250㎜)가 넘을 경우 한국의 물 문제가 해소된다는 터무니없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결국 ‘물부족국가’ 신화는 인구가 안정 혹은 감소 추세에 있는 한국에 적용할 수 없는 부실한 지표에다 억지로 UN의 권위를 입혀 만든 비과학적인 선전 구호인 셈이다. 그런데도 건교부는 환경단체들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지난해(2006년)에야 공식자료에서 이러한 내용을 삭제했고, 일부 학자들은 아직도 이를 공공연하게 이용하고 있어 사회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


물 공급량 통계의 의도적 오독, ‘한국 사람들은 물을 낭비한다’


둘째, ‘한국 사람들은 물을 낭비한다.’는 것도 통계의 의도적 오독이다. 건교부와 환경부는 수도시설의 국민 1인당 물 공급량을 한국은 395ℓ/1인/1일라며, 유럽보다 많고 일본과 비슷하다고 했다(건교부, 2001). 하지만 정부의 물 공급량은 국민들이 직접 사용하는 물 양과 다르다. 중간에서 누수되거나 손실되는 양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인들이 사용하는 물 사용량(유수량)은 공공용을 포함하여 281ℓ/1인/1일에 불과하며, 생활용수 사용량은 더욱 작은 175ℓpcd에 불과하다(건교부, 2006). 또한 누수에 대한 환경단체들의 문제가 지적되면서 최근 누수율도 크게 줄어들어, 물 공급량 역시 351리터(2003년)로 급감했다. 결국 이 신화는 줄줄 새는 물 공급망의 부실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기기 위해, 정부가 국민을 몰지각한 물 낭비자로 몰아붙인 선전이라 하겠다. 물론 한국인의 물 절약 의식이 아직 서구 일부 나라 국민들의 인식에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생활수준에 비해 형편없이 물을 낭비하는 사람들로 비난받을 정도는 아니며, 그 책임을 국민들에게 먼저 묻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각각 다른 항목으로 지출되는 수돗물 세금


셋째, ‘한국의 수돗물 값이 싸다.’는 것도 진리가 아니다. 한국의 소비자들이 직접 지불하는 수돗물 값은 유럽이나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지만, 이는 수돗물 가격 체계의 차이에서 오는 착시현상일 뿐이다. 즉 다른 나라들은 수돗물 생산비용의 대부분을 수도요금에 직접 포함하고 있지만, 한국은 상수도 공급에 필요한 댐, 취수 및 정수 시설, 관로 건설에 필요한 비용을 모두 국비와 지방비로 지출하고, 시설 운영비만 수돗물 값으로 부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 국민들은 수도요금의 전부를 직접 납부하지는 않지만, 다른 항목으로 지출한 세금으로 보상하고 있다. 그러므로 국민들이 싼 수도료 고지서를 보내는 물 정책 담당자들에게 감사할 필요가 없다. 도리어 이렇게 왜곡된 가격체계 때문에 물 낭비가 조장되고, 수혜자들이 적정한 부담을 회피하고, 중수 이용 등의 대안적 정책들의 실현이 지체되고 있다. 또한 온갖 지원이 집중된 도시의 물 값은 싸고, 정부의 혜택을 받지 못한 농촌지역의 수돗물 가격은 하늘 높이 치솟는 기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과천에 비해 영월의 수돗물 값이 3.8배에 이르는 것은 잘못된 수돗물 가격체계의 모순을 극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환경부, 2004『수도종합계획』, 영월군 수돗물 공급 평균단가 1,058.7원, 생산원가 1,945원, 과천시 수돗물 공급 평균단가 277.3원, 생산원가 930.5원)


한국의 물 사정, 수질문제보다 불필요한 과잉개발이 심각


넷째, ‘세계적인 물 부족에 우리도 준비해야한다.’는 것도 일면 맞지만, 세계의 물 사정과 한국의 물 사정을 직접 연결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제3세계에서 물이 부족한 것은 인구가 급증하고, 농업 관개 면적이 증가하면서 용수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수질오염이 악화되면서 이용가능한 물의 양이 줄어든 때문이다. 하지만 인구가 안정되고, 농업면적이 감소하며, 수질 관리가 상당한 수준에 있는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 3세계의 물이 부족하다고 한국의 물이 부족해지는 것도 아니다. 제3세계 국가들이 수자원 개발을 위해 최소한의 투자도 못하고 있어 10억의 인구가 수돗물을 먹지 못하고, 절반의 인구가 하수처리 시설을 제공받지 못해 수인성 질병에 취약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러한 현실이 한국의 물 사정을 어렵게 하는 원인이 될 수는 없다. 도리어 한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물 문제는 관료제의 비효율과 무책임, 불필요한 과잉개발에 의한 환경파괴가 훨씬 심각하다.

실패한 치수정책의 현주소, 홍수 피해 증가


다섯째, 건교부는 여름에 장마가 쏟아지고, 겨울과 봄에 강수량이 적은 한국의 강우패턴에 대단히 엄살을 부린다. 하지만 이러한 기후는 한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몬순기후의 일반적 특징이고, 과거 50년 전, 100년 전에도 한국에 있었던 기후다. 비록 기후변화의 영향이 있고, 강수패턴의 변화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 수십 년간 건설한 제방이 28,622km, 각종 댐이 19,000여개, 최근 5년간(2000-2004년) 투자한 치수 및 복구예산만도 32조 929억원인데도, 갈수록 피해액이 커지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과거 30년간(1974년-2003년) 홍수 피해액은 10년 단위로 3.2배씩 증가하고(2004년 기준), 최근에는 연평균 1조 7,000억원까지 늘어나 전체 재해 피해의 80%까지 차지하고 있다.

결국 홍수피해의 증가는 한국 기후의 열악함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실패한 치수정책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의 침수, 제방 붕괴, 도로유실 등의 유형을 살펴보면 원인은 분명하다. 지역과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부실시공과 관리 때문이다. 또한 수해 복구를 둘러싸고 등장하는 각종 비리 사건도 이해를 돕는 중요한 열쇠다. 그런데도 물 정책의 담당부서가 ‘열악한 환경 탓’만 하는 것은 스스로가 과거를 성찰적으로 평가할 수 없고, 새로운 제도개혁을 통해 변신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한국이 국제하천을 끼고 있거나, 상류에 빙하 지대가 있었다면 또 어떤 논리를 개발했을지 궁금할 뿐이다.


가뭄타령, 물 수요관리의 가능성과 공급 방식의 적정성 논의 우선


여섯째, 겨울과 봄 마다 나오는 가뭄타령도 만만치 않다. “이젠 먹을 물도 모자란다.”, “가뭄 극심… 식수?공업용수 비상”, “한강 수질관리 비상” 등등. 그리고 이러한 기사는 흔히 “댐건설 절실한데 눈치만…”, “가뭄 속 댐 건설 예산 삭감 위기”, “10년간 댐건설 전무… 가뭄?홍수 빈번” 등의 기사들로 연결된다. 하지만 가뭄의 정의를 조금이라도 고려한다면, 상습적인 가뭄타령이 얼마나 어이없는지 잘 알 수 있다. 즉 가뭄은 기후학, 기상학, 농업, 수문학, 사회경제적 분석 등에 의해 조금씩 다르게 정의되는데, 앞쪽의 세 개념은 대체로 예년(30년, 10년 등)의 평균과 비교해 강수량이 40-60% 이하인 경우를 의미한다. 따라서 언론에 보도되는 것처럼 거의 매년 가뭄이 든다는 것은 있을 수 없고, 비교 시점을 임의로 조정하거나 편의적으로 해석한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2001년 가을 가뭄 논란은 여름에 건교부가 12개의 댐 계획을 발표하고 나서, 국회에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앞장서서 보도 자료를 배포하고 언론플레이를 한 결과였다. 그리고 뒤쪽의 가뭄 정의란 사회적으로 필요한 수량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러한 개념이라면 물 수지분석을 통해 물 부족을 입증해야 하고, 물 수요관리의 가능성과 공급 방식의 적정성을 논하는 것이 옳다. 또 국토이용계획이 수자원 이용현황을 적절하게 감안했는지에 대한 평가도 해볼 수 있다. 그런데 막연하게 강수량이 적은 시점을 택해, 상습적으로 물이 부족한 산간이나 도서의 사진을 찍어서, 댐의 필요성을 논하는 것은 억지스럽다.


이 이외에도 왜곡된 물 정책을 변호하기 위한 신화들은 얼마든지 있다. 필자는 이러한 우상들을 점검하는 것을 통해, 작금의 ‘물의 위기’에 대한 담론들은 현실의 물 현황과 문제를 적절히 표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물정책의 실패를 감추고 왜곡하기 위한 장치라고 말한다. 나아가 ‘한국에서의 물의 위기’는 이러한 잘못된 담론을 구성하고 유포하는 집단들이 권력을 장악하고 스스로 입법, 집행, 감사 평가까지 진행하는 현실이라고 말하고 싶다.

          글 : 염형철(환경운동연합 활동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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