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사(達士: 통달한 선비)는 괴이한 것이 없다. 속인(俗人)은 괴이하게 여기는 것이 많다. 이른바 ‘본 것이 적으면 괴이한 것이 많다’ 하는 것이다.
달사라 하여 어찌 사물마다 모두 직접 눈으로 보았겠는가? 하나를 들으면 열 가지가 눈에 그려지고 열 가지를 보면 백 가지가 마음에 떠올라, 천만 가지 괴기함이 도로 사물에 붙여져 자신은 관여함이 없다. 그래서 마음은 한가로워 여유가 있고 응수에는 궁함이 없다.
본 것이 적은 자는, 백로를 기준으로 까마귀가 검다 비웃고, 오리를 기준으로 학이 목이 길어 위태롭다 여긴다. 만물은 저마다 괴이할 것이 없는데 자기 혼자 성을 내고 한 가지만 달라도 온통 만물을 트집 잡는다.
- 연암 박지원, ‘능양시집서’에서 -
보이는 것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보이는 것도 고정불변일 수 없다. 달사(達士)는 하나를 보면 열을 알고, 천변만화에 여유롭게 응한다. 그런데 속인(俗人)은 만물을 자신의 좁은 고정관념 속에 가둬버린다. 연암의 한탄처럼 세상에는 달사는 적고 속인은 많다. 자신이 고정관념 속에 갇혀있지나 않는지 매사에 돌아볼 일이다.
[인용부분 원문]
達士無所怪 俗人多所疑 所謂少所見 多所怪也 / 夫豈達士者 逐物而目覩哉 聞一則形十於目 見十則設百於心 千怪萬奇 還寄於物而己無與焉 故心閒有餘 應酬無窮 / 所見少者 以鷺嗤烏 以鳧危鶴 物自無怪 己 生嗔 一事不同 都誣萬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