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스크랩] 나의 동생과 카메라

나는 새 2006. 7. 18. 22:06

 

 

 

 

 

 

 

 

 

 

 

이건 요며칠 나의 천적이 되어버린 남동생이 중학교 때인가 그렸던 그림이다.

형제들 중, 유난스레 공부를 못했던 녀석이 학교에서 시간을 떼울 수 있었던 유일한 취미였다고 한다.

 

 

 

 

 

 

 

 

 

 

 

이역시 젤로펜으로 중학교때 그린, 그림.

이때는 하루에 한장이라도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잠도 잘 수 없었다고 한다.

엄마가 이 아이에게 어렸을 적부터 그림을 그리게 해 주었다면, 어땠을까, 나는 자주 그 생각을 하였었다.

그림을 하시는 외삼촌 덕분에, 음악을 하셨던 아빠 덕분에, 우리 형제들은 누구도 어렸을때부터 그림이라던가 피아노 같은건 배울 수 없었다.

그들의 삶이 어땠기에 그랬는 지 이제는 이해할 수 있지만, 흠.

고3 이학기서부터 그림을 제대로 후다닥 배우기 시작하여, 결국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면서부턴 오히려 그림에 흥미를 잃었다고 말한다.

대학에서는 오히려 사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더니, 그가 카메라를 매고 다닌걸 본지도 어언, 오육년은 된 듯하다.

 

 

 

 

 

 

 

그의 미놀타 7d와, 렌즈들.

사고싶었던 차를 사기위해 삼성자동차까지 들어갔다가도 이 카메라가 눈에 밟혀 돌아 나왔다고 한다.

내가 이 카메라를 살까, 말까 고민했던 이유는[물론 아직도 고민중이지만,], 저 렌즈들을 맨입으로 한번씩 사용해 보기 위해서 였는데, 녀석은 내겐 돼지목의 진주, 라며 비아냥 거리기만 한다.

 

 

 

 

 

 

 

 

제대후, 처음으로 여기저기 사진을 찍고 다니던 때.

 

 

 

 

 

 

 

 

 

 

 

작년겨울의 모습.

 

 

 

 

- 며칠전부터 계속되어온 카메라에 대한 논쟁이 겨우 끝이 났다.

동생의 카메라 컬렉션은, 비싼 차 몇 대를 사고도 남음이 있을만큼 값비싼 것들이라, 관심을 가지고 보기 시작하니, 제대로 만질 수도 없는 주제에 눈만 자꾸만 높아져서,

아직 기종을 제대로 정하지도 못하고, 있는 내게.

처음 그의 헝그리 셋트들을 보여주며 처음으로 내게 진지한 말투로, 충고를 하였기에, 흐응.

 

 

 

사실, 김포의 그녀에게 캐논의 300d가 있었는데, 어제 내부탁으로 그 카메라가 우리집으로 외출을 하게 되었다. 작년 초에 뽀대난다, 라는 이유로 그것도 백화점에서 140만원 정도에 구입한 그 카메라를 그녀는 사용방법을 알 지 못해 여태 서른컷도 채 찍지 않은 채 장롱속에 보관을 하고 있었던 터.

지금 가격은 삼분의 일정도로 내려 있는 상태인데, 카메라는 밧데리를 빼놓지 않아 아주 심한 냉장고 현상을 일으키고 있었다.

돼지목에 진주라고, 응?

하는 녀석의 말.

내가 하도 값비싼 것들만 들여다보니, 참다못해 한 말.

결국은 귀차니즘의 최고의 경지에 도달해 있는 녀석이 닫았던 녀석의 싸이를 열어, 내게 사진들을 보여준다.

이거, 이거, 이거, 이거, 사진 어때?

멋지다, 진짜.

이거 300d로 찍은거야.

말도 안돼, 정말?

 

 

 

녀석의 말인 즉,

메뉴얼도 제대로 모르는 주제에, 물론 메뉴얼을 안다 해도,

바디는 그닥 중요하지가 않단다.

어짜피 좋아하는 느낌의 사진, 이란건 거의가 정해져 있는 상태이고, 어떤 바디로, 어떤 렌즈를 끼워서 사진을 찍던, 결국 본인의 취향대로 사진을 수정하게 된다는 말씀.

 

 

 

묵묵히 말을 잃고, 가만 있다가.

그럼 이제부터 포토샵 가르켜 줘, 했더니.

녀석 질린 표정으로 도망을 가 버렸다.

오늘은 녀석이 거의 일주일만에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소니의 알파백 한정물량을 사는데 실패해 버렸기 때문에, 계획대로 카메라는 다음달이나 되어야 구입이 가능할 것이고 나는 녀석이 가 버리면, 김포의 그녀의 300d를 위하여 적절한 렌즈를 하나 구입하여 이제부터 그걸 갖고 놀 생각이다.

이제 겨우 카메라 이름 몇 개, 두세개의 렌즈 사용법을 배운 주제에,

카메라를 너무 사랑하게 되어버릴 것 같은 예감에 사로잡혀 버렸다.

배워야 할 것들이 태산, 이다.

 

 

 

-사실 나는 내 남동생을 아주 좋아한다.

그의 리미티드 에디션 장난감 컬렉션들이라던가, 카메라와 렌즈들, 그가 디자인 해서 판매하는 물품들 역시, 좋아하긴 하지만, 관심분야에 대해서는 어떤 정보든 캐야하고, 결국에는 그 물건들을 만지기 위해 하는 노력들, 진정한 매니아 답다, 라는 느낌, 그 총체인 그를 사랑하는 것이다, 결국 나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계기 역시 생기고, 어릴적 유난히 장난감을 좋아했던 아빠가 무엇인가를 조립할 때면 자꾸만 자꾸만 졸린 눈을 비비면서도 꼼짝하지 않고 지켜보던 간난아이가 생각나기도 하기에.

그 아이는 이제 스물여덟이 되어있고,

그리고 내 마음을 흐뭇하게 하고 있다.

행복한 삶, 이기를 진정 누나의 맘으로 바래 본다.

 

 

 

 

 

출처 : Irreversible
글쓴이 : Crystal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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