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마지막 은거지 - 곤지암 '벙어리 절간'
서울로 가는 중부고속도로 곤지암 나들목을 빠져나와
차로 10분쯤 달리면 92년 3월에 돌아가신 중광 스님이
말년에 기거하였던 벙어리 절간이 있습니다.
숲 속에 서 있는 이 집을 사람들은 '벙어리 절간'이라고
부릅니다.
집 앞으로는 도랑물이 졸졸 흐르고,
나지막하게 만든 사립문을 가만히 밀고 들어서면
뜰은 온통 떨어진 낙엽으로 가득합니다.
겉보기엔 너와지붕에 황토벽을 둘러친 움막 같은
모습의 집이 조용히 서 있습니다.
집 정면에서 왼쪽으로 돌아들면 제법 묵직해 보이는
출입문이 손님을 맞습니다.
중광 스님에 대해선 그다지 잘 아는 편은 아니며,
알고 있는 것은 단지 중광 스님과 생전에 이런저런
인연으로 얽혀 있는 일행으로부터 귀동냥으로 들은
몇몇 단편적인 지식이 전부입니다.
그러므로 중광 스님의 행적이나 그림은
단지 스쳐가는 관심 그 이상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뭐 그리 중요한 일이겠습니까?
'벙어리 절간'의 집안과 바깥을 구분하는
큰 유리창 몇 개는 모두 제멋대로의 사각형입니다.
집안으로 들어서면 바깥에서 볼 때 느꼈던 인상과는
사뭇 다릅니다.
천정은 돔형으로 매우 높고, 마룻바닥은 윤기가 흐릅니다.
안방과 대청, 그리고 중광 스님의 생전 작업실로
구분된 공간은 한마디로 불균형을 주제로 한 건축미를
추구하였다고 하며, 이런 맥락에서인지는 몰라도 화장실은
전체적인 실내 분위기와는 딴판으로 도시의 아파트에서의
모습과 흡사하였습니다.
이 집은 이미 고인이 된 젊은 건축가 차운기 씨의
유작이라고 하며, 이곳을 찾은 중광 스님을 아는
외국인들로부터도 찬사를 많이 듣는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이 집을 지은 사람과 주인은 가고 없고 객들만
남았습니다.
'걸레 스님'으로 잘 알려진 중광 스님은 1935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제주도로 이주해 유년 시절을
보냈습니다.
해병대를 제대하고, 1963년 통도사에서 출가하여
한때 조계종 종회회원으로 활동했지만,
계속된 기행으로 승적을 박탈당했습니다.
1979년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의 랭커스터 교수가
쓴 '광중'(Mad Monk)이라는 책의 주인공이 됐고,
1981년에는 서울에서 중광 초대전을 개최했습니다.
1983년 록펠러 재단 초대전을 열었고,
1989년엔 한국평론가협회 최우수 예술상을 받았습니다.
세계적인 미술대전에 초대작가로 참석했고,
언론으로부터 집중 조명을 받았습니다.
'허튼 소리'와 '청송으로 가는 길' 등의 영화에 출연해
배우로 데뷔하는가 하면 CF 모델로 변신하기도 했으며,
'중광인터네셔널', '나는 똥이올시다',
'나는 세상을 훔치며 산다' 등의 책을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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