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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리스트 수사 점수는?

지성유인식 2015. 6. 12. 12:51

'성완종 리스트' 열심히 공부했는데 성적이 오르지 않는 이유는?

  = sbs 이한석 기자(lucaside@sbs.co.kr)

성완종리스트 검찰 특별수사팀에 누가 소속돼 있는지 기자들은 사실 잘 알지 못합니다. 문무일 팀장과 구본선 부팀장 그리고 일부 수사검사들의 얼굴만 알고 있습니다. 구별해내는 방법은 있습니다. 수염을 깎지 않았다거나 얼굴이 초췌해보이면 가능성이 큽니다. 수사 착수 2달째지만 단 하루밖에 쉬지 못했다고 합니다. 밤새는 건 늘상 있는 일입니다. 검사 한 분은 아내의 출산을 병원에서 챙기지 못했다고 합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특별수사팀이 수사를 열심히 했다는 데 대부분의 법조 기자들은 이의를 달지 않습니다. 서초동에서 가장 늦은 시간까지 불을 밝히고 있는 곳은 특별수사팀이 위치한 서울고검 청사 12층입니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됐던 사건이다보니 검찰도 엄청난 부담감과 책임감을 느꼈을 겁니다.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자녀로 두고 있는 부모님들이 가장 자주 하시는 말씀은 이겁니다. "우리 아이는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안해." 저희 부모님도 학창시절 당신의 아들이 머리가 좋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착각이었다는 걸 잘 알고 계시죠. 부모님들이 자녀가 뛰어나다고 오해하는 경우는 적지 않습니다. 천재는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만약 정말 머리가 좋다면 해결책은 간단합니다. 공부 열심히 하면 됩니다. 공부가 재능이라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설사 재능이 없다고 해도 절대적인 공부량이 받쳐주면 한국의 교육 시스템이 노력을 배반하는 경우는 아직까진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열심히 공부하면 성적은 오릅니다. 불변의 진리입니다.

문제는 열심히 하는데 성적이 안 오르는 경우입니다. 이건 덧셈과 뺄셈 수준이 아닌 고차방정식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열심히 하는데 성적이 안 오른다면 이유를 생각해 볼 필요는 있겠죠. 몇가지 가능성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1. 역시 거짓말일 가능성입니다.

사실은 열심히 하지 않았는데 공부를 열심히 한다는 주장을 부모님이 선뜻 믿었거나 부모님의 눈을 속일 정도로 공부하는 척을 정말 잘하는 학생입니다. 부모님은 자식에게 배신감을 느낄겁니다. 거짓말은 나쁜 겁니다. 자녀의 미래를 위해 따끔하게 혼을 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2. 부모님과 학생이 생각하는 좋은 성적의 기준이 다를 경우입니다.

학생은 전교 20등이면 잘했다고 생각하는데 부모님은 전교 1등을 원할 때 갈등이 생깁니다. 부모님이 욕심을 조금 내려놓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전교 20등도 쉽지 않은 등수입니다. 최고의 동기부여는 칭찬입니다. 칭찬해주시면 성적이 더 오를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3. 책상에는 앉아있는 데 딴 생각하는 경우입니다.

(거짓말은 아닙니다. 부모님을 고의로 속이려고 한 건 아니니까요.)

눈을 책을 보고 있는데 머릿속에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성적이 안 나오면 어떻게 해야하지?'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거나 아니면 부모님의 강요로 책상에 억지로 붙어앉아 있을 때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도 학창시절 부모님의 잔소리가 듣기 싫거나 뭔가 잘못한 게 있을 때 눈치를 보며 방안에서 책을 펴 놓았던 기억이 납니다. 이런 걸 허송세월 했다고 합니다.

4. 자녀가 공부하는 방법을 잘 모를 경우입니다.

이럴땐 효율적인 공부 방법을 학교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잘 알려주셔야 됩니다. 성공 가능성이 있는 잠재력이 있는 학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학습법을 터득하면 20년 뒤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저명한 학자로 이름을 남기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5. 부모님이 오해했을 수도 있습니다.

열심히 하긴 했는데 앞에 생략된 말이 공부가 아닌 다른 것을 열심히 했는데 부모님이 공부라고 오해했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게임을) 열심히 하거나 (연애를) 열심히 했거나 아니면 책을 만지긴 했는데 (교과서)를 이쁘게 포장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학부모님들은 그동안 자녀가 무얼 열심히 하려고 했었던 것인지 문장의 주어를 다시 한 번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6. 공부의 관점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아이는 아이돌 스타가 되고 싶어서 대중음악이나 춤을 열심히 공부했을 수 있습니다. 부모님이 생각하는 공부는 그게 아니었는데...이것도 역시 오해의 범주로 볼수 있지만 관점이 다른 경우니까 별도의 경우로 나눴습니다.

7. 성적표가 잘못됐을 경우도 있습니다.

분명히 정답을 썼는데 오답으로 표기돼 성적이 낮게 나왔거나 아니면 학생 개인의 실수일 가능성이 큽니다. 컴퓨터용 싸인펜을 쓰지 않았거나 아니면 답안지를 밀려쓴 것 아닐까요? 통상적으로 채점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8. 누군가 특정 학생의 성적을 올리기 위해 외압을 넣어 성적을 조작했을 가능성은 없을까요?

이건 범죄입니다. 스포츠로 말하면 승부조작입니다. 수사기관에 신고하시기 바랍니다.

검찰 얘기로 다시 넘어와 보겠습니다.

성완종리스트 검찰 특별수사팀의 수사가 막바지로 향해가고 있습니다. 검찰은 아직 수사결과를 발표하지 않았습니다만 현재 성적표 그리고 막바지 수사 진행상황을 볼 때 새로운 진척이 있을 것으로 보기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는 게 중론입니다.

홍준표 경남지사와 이완구 국무총리를 불구속 기소하겠다는 검찰의 방침은 이미 정해졌습니다. 청와대 전현직 비서실장에 대한 수사는 공소시효가 지났거나 일부 단서 역시 범죄행위로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어 생략하겠습니다. 성완종리스트 수사의 본질은 대선자금 수사였습니다. 2012년 대선 당시 이른바 새누리당 대선캠프 3인방에 대한 검찰 수사는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

검찰의 선택은 서면질의서였습니다. 수사 방식을 선택하는 건 검찰의 몫입니다. 통상적으로 서면질의서는 질의의 대상이 중요한 인물이 아니거나 유의미한 수사의 진척이 없을때 검찰이 꺼내드는 카드입니다. 불기소 처분 이유서를 작성하기 위한 근거자료를 만들때 주로 쓰는 방법입니다. 검찰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보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 대선 직전 2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새누리당 대선캠프 관계자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습니다. 검찰은 영장이 기각된 이후에도 김씨에게 여러차례 소환통보를 했습니다. 소환에 응하지 않고 있는데도 검찰이 별도의 압박수단을 강구하지 못하는 걸 보면 대선자금 수사의 또 다른 경로로 지목됐던 이 수사도 사실상 동력이 상실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검찰이 수사결과를 발표할 때 보도자료에서 가장 굵은 글씨로 강조하는 건 구속자의 숫자입니다. 몇 명을 구속했느냐가 수사가 잘됐는지를 검찰이 내부적으로 평가하는 지표로 본다는 뜻입니다. 특별수사팀이 구속한 인물은 현재까지 2명입니다. 그러나 이 부분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이 2명은 성완종 전 회장의 비서진입니다. 성 전 회장이 남긴 메모 속 8명이 아닙니다. 성완종리스트 수사가 과연 무엇을 밝히려고 했는지 곱씹어보면 구속된 인물 2명은 수사의 본질에서 벗어나 있는 인물입니다. 구속된 2명의 혐의는 증거인멸입니다. 검찰이 비밀장부는 처음부터 없었던 것 같다고 밝힌 것을 보면 경남기업 직원 2명이 검찰이 그렇게 찾고 싶었던 로비내역이 담긴 '비밀장부'를 인멸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렇다면 구속된 2명은 실질적으로 검찰 수사를 평가할 유의미한 지표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메모 속 8명 가운데 불구속 기소된 홍준표 지사와 이완구 총리 역시 검찰 수사를 납득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언제 어디서 돈을 받았는지 검찰이 증거로 추궁하지 않고 소환조사가 마무리됐다는 거 아닙니까? 검찰은 재판에서 밝히겠다고 합니다. 현재까지 검찰 특별수사팀의 종합적인 성적표를 훑어봤을 때 의혹을 해소했다고 보긴 어려운 측면이 있어 보입니다. 수사팀은 수염도 깎지않고 열심히 수사를 했다고 하지만 검찰도 국민들의 눈높이에서도 만족할 만한 수사내용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는 게 현실입니다.

'수사'냐 '학습'이냐의 차이는 있겠지만 검사와 학생이 실체적 진실을 알아간다는 측면에서 자체의 행위는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 정치자금법 수사의 핵심인 금품 공여자가 사망했다는 점을 미뤄봤을 때 이번 수사의 난도는 최상급 문제라고 봐도 무방할 듯 싶습니다. 최고 난도의 문제이기 때문에 검찰도 최고 수준의 특수부 검사들로 진용을 갖췄겠죠. 그렇다면 학생을 검사로,국민들을 학부모로 치환해 이렇게 되물어 보겠습니다.

"검찰이 정말 열심히는 하는데 수사성과는 잘 안나오네요."

최고난도의 고차방정식입니다. 열심히 했지만 수사성과가 잘 개인적으로는 이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사성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를 몇가지 경우로 나눠 보겠습니다.

1. 역시 거짓말일 가능성입니다.

사실은 열심히 하지 않았는데 수사를 열심히 한다는 주장을 국민들이 선뜻 믿었거나 국민들의 눈을 속일 정도로 수사하는 척을 정말 잘하는 검사입니다. 국민들은 검사에게 배신감을 느낄겁니다. 거짓말은 나쁜 겁니다. 검찰의 미래를 위해 따끔하게 혼을 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2. 국민들과 검찰이 생각하는 수사성과의 기준이 다를 경우입니다.

검찰은 불구속 기소 2명이면 잘했다고 생각하는데 국민들은 메모 속에 있는 8명을 모두 사법처리 하길 바랄 때 간극이 생깁니다. 국민들이 욕심을 조금 내려놓으시면 될 것 같습니다. 2명을 불구속 기소한 것도 쉽지 않은 수사였습니다. 최고의 동기부여는 칭찬입니다. 칭찬해주시면 검찰이 더 수사를 잘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3. 사무실에는 앉아있는 데 딴 생각하는 경우입니다.

(거짓말은 아닙니다. 국민들을 고의로 속이려고 한 건 아니니까요.)

눈을 조서와 증거자료를 보고 있는데 머릿속에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수사성과가 안 나오면 어떻게 해야하지? 인사에서 불이익 받는게 아닐까?'라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거나 아니면 국민들이 감시하고 있기 때문에 사무실에 억지로 붙어앉아 있을 때가 있습니다. 이런 걸 허송세월 했다고 합니다.

4. 검사가 수사하는 방법을 잘 모를 수도 있습니다.

이럴땐 효율적으로 수사하는 방법을 네티즌 수사대나 선배 검사들이 잘 알려주셔야 됩니다. 성공 가능성이 있는 잠재력이 큰 검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수사법을 터득하면 20년 뒤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훌륭한 검사로 이름을 남기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5. 국민들이 오해했을 수도 있습니다.

열심히 하긴 했는데 앞에 생략된 말이 수사가 아닌 다른 것을 열심히 했을 경웁니다. 예를 들어 (언론플레이를) 열심히 했거나 수사자료를 만지긴 했는데 (보고서를) 이쁘게 포장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때 국민들은 그동안 검찰이 무얼 열심히 하려고 했던 것인지 문장의 주어를 다시 한 번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6. 수사의 관점이 다를 경우입니다.

검찰은 스타가 되고 싶어서 언론플레이를 열심히 했을 수 있습니다. 국민들이 생각하는 수사는 그게 아니었는데...이것도 역시 오해의 범주로 볼 수 있지만 관점이 다른 경우니까 별도의 경우로 나눴습니다.

7. 성적표가 잘못됐을 수도 있습니다.

분명히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 판사가 기각해 성과가 저평가 됐거나 아니면 검사가 실수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영장발부 사유에 해당하는 결정적인 증거를 제출하지 않았거나 아니면 다른사람의 진술조서를 잘못 제출한 게 아닐까요? 통상적으로 채점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8. 누군가 특정인을 위해 외압을 넣어 수사성과를 조작했을 경우입니다.

이건 범죄입니다. 스포츠로 말하면 승부조작입니다. 수사기관에 신고하시기 바랍니다.

농구를 소재로 한 유명 만화 '슬램덩크'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북산고등학교 감독인 안 선생님은 정대만 선수가 중학생 시절 결승전에서 경기가 패색이 짙어지자 좌절하고 있을 때 던진 명대사죠. "포기하면 그 순간이 바로 시합종료다."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 경기는 끝난 게 아닙니다.

성완종리스트 검찰 특별수사팀의 수사결과 발표가 임박했습니다. 초라해 보이는 수사결과를 놓고 국민들은 8개 답안지 가운데 몇 번이라고 생각할 지 궁금합니다. 검찰 관계자들이 자주 쓰는 표현이 진인사대천명입니다.

盡人事待天命,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뜻입니다. 혹시 희망을 버리지 않으셨다면 지금이라도 수사의 변곡점이 되어 줄 '귀인'이 있는 건 아닌지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수사결과 발표 전까지 수사도 끝난 게 아닙니다.
이한석 기자lucasid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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