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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이태백도 비웃을 청와대의 한가한 달타령

지성유인식 2008. 11. 30. 03:30
“왜 하필…” 이태백도 비웃을 청와대의 한가한 달타령
[이기호의 폴리스코프] 見指忘月? 見月望指? 우리도 캄캄한 밤 대신 달이 보고 싶다
입력 :2008-11-27 15:17:00     |  이기호 정치전문기자 e-mail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지 말고 달을 보고 기사를 써 달라.”

말은 쉽다. 기실 국민들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해주고 싶은 말일 것이다. 그런데 이 말을 ‘하필’ 청와대 관계자가 26일 했다고 한다.

길다면 무척 길었고, 짧다면 엄청나게 짧았던 지난 9개월간 산전수전을 다 겪어야만했던 울고 싶은 국민들은 제대로

뺨을 얻어맞은 격이다.

 



‘희망’을 얘기해야 한다. 옳은 말이다. 이 관계자는 “지도자가, 한 가정의 가장이 상황이 어렵다고 우는 소리만 하고 다니면

되겠느냐”며 “집안이 어려울수록 희망을 얘기하고 (아이들에게) ‘걱정 말고 공부하라’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가락을 보지

말고 달을 보라’는 말은 이 대목에서 나왔다. 그런데 왜 ‘하필’ “똥 뀐 놈이 성낸다”는 말이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 이명박 대통령이 23일 리마에서 LA로 향하는 기내에서 수행기자 간담회를 갖고 있다. ⓒ 청와대 

 


앞서 이 대통령은 동포간담회에서 “지금은 주식을 팔 때가 아니라 살 때”라며 “지금 주식을 사면 최소한 1년 내에 부자가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강조하고, “외환위기 때 워싱턴에 잠깐 있었는데 그 때 한국 가서 주식사고 부동산 사고해서 큰 부자가 된

사람을 봤다”며 “자기 이익이지만 어려울 때 사주는 것도 하나의 좋은 일”이라고 말해 논란을 야기했다.



애초 성급하게 위기론을 말한 쪽은 청와대와 한나라당이었다.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지난 5월 이 대통령은 “지금 세계경제는 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최대 위기”라며 “대한민국은 경제의 70% 이상을 대외에 의존하고 통상교역으로 먹고 사는 나라”라고 말하고,

 “우리도 예외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취임 87일 만의 대국민담화에서 ‘하필’ 위기론을 말한 것이다.


 


자기는 손가락만 보면서 남만 탓하는 한국정치

사실상의 대통령선거였던 지난해 한나라당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는 이명박 후보의 각종 의혹, 특히 다수의 소액주주들로부터

거액의 소송을 당한 투자운용회사 BBK와 관련된 의혹을 밝히라고 주장했고, 이 후보 측은 박 후보에게 ‘네거티브’를 직접 해명하라고

촉구했다. 박 후보 측은 “거액재산 차명보유 및 BBK 의혹에서 벗어나려는 본질 흐리기용”으로 일축했다.



특히 박 후보의 공보특보였던 이정현 현 한나라당 의원은 “달을 보지 않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바라보고 있으니 말이 통하지

않는다”며 “우리의 주장은 지금껏 제기된 의혹들이 국가지도자로서 도덕성에 결정적 흠이 되느냐 안 되느냐를 알기 위해서

사실 여부를 밝히자는 것인데 저 쪽은 왜 당내에서 시끄럽게 검증하자고 하느냐는 비판만 한다”고 꼬집었다.



앞서 그해 2월 노무현 대통령이 대북경제지원을 미국의 유럽부흥계획 ‘마셜플랜(Marshall Plan)’에 비유하자 보수언론과 일부

학자들은 ‘남북정상회담용’이라며 비판했고, 이에 청와대는 ‘마셜플랜… 달은 안보고 손가락에만 시비거나’라는 글에서 “대북투자가

한반도와 동북아에 가져올 경제적, 정치적 파급효과까지 고려한 전략적 판단”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최근 몇 년으로 압축해도 정치권에서는 비슷한 일들이 많았다.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한나라당 의원들로 구성된 극단 여의도는

지난 2004년 8월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겨냥해 ‘노가리’ ‘불X값’ ‘육XX 놈’ ‘거시기’ 등의 저급한 표현을 동원해 물의를 빚었다.

당시 단장이셨던 박찬숙 의원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보는 격”이라며 오히려 볼멘소리를 냈다고 한다.


스스로 예고한 위기도 대응 못하는 무능한 MB정부



국가수장이 위기론을 공포한 그날 코스피지수와 원/달러환율은 1835.42p와 1044.1원이었다. 하지만 6개월이 흐른 지금 코스피

지수는 절반수준을 조금 넘기고 있고, 환율은 거의 50%가 올랐다. 이 위기를 정확히 예측한 대통령이 왜 ‘하필’ 대국민담화에서

“오일쇼크 이후 최대 위기” “우리도 예외불가”라며 ‘설레발’을 쳐 위기를 가중시켰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인정할 건 인정하자. ‘하필’ 이 대통령과 현 집권세력의 입이 점잖지 못했다. 어떤 의도였건 간에 상황을 악화시킨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인지 벌써 세 번째 등장한 대통령의 주식관련 발언도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뜬금없는 ‘달타령’이다.

자구(字句)에 연연하지 말고, 전체적인 취지를 보란다. 국민이 대통령과 정부에 요구해왔던 바로 그 말이다.



 

▲ 이기호 정치전문기자 

‘가리키는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본다’는 뜻의 견지망월(見指忘月)은 견월망지(見月望指)와 비슷한 뜻인데 능엄경(楞嚴經)에 나오는 내용을 다듬은 것이라고 한다. 국민들도 대통령만큼, 청와대만큼, 아니 그들보다 훨씬 더 달을 지향한다. 그런데 워낙 앞날이 캄캄해서 그런지 달은커녕 흔해 빠진 별도 하나 보기 힘들다. 손가락이 아닌 달이 보고 싶은데 말이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6개월 전 대통령의 ‘위기론’은 어떤 달을 가리킨 것이었을까. 결과적으로 맞았으니 칭송받을 예언이었지만 ‘하필’ 그 위기를 정책적으로 예방해야 할 대통령의 입에서 나왔다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이태백이 살아 돌아오면 청와대의 21세기 달타령도 마음에 들어 할까. 아마 우리나라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의 끓는 심정과 비슷할 게다. 하긴 이미 이구백(20대 90%가 백수)이니 좀 다를지도 모르겠다.

 

 

 



이기호/정치전문기자

출처 : 漁 草 耕 讀 .공유 의 時 間
글쓴이 : 어초경독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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