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 용품 전문 메이커인 나이키의 경쟁자로는 통상 아디다스나 리복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나이키의 진짜 경쟁자는 따로 있다. 다름 아닌 닌텐도다. 닌텐도는 게임산업을 이끄는 총아다. 그런데 어째서 닌텐도가 나이키의 경쟁자일까? 이유는 이렇다. 게임에 빠진 아이들은 집안에 틀어박혀 바깥으로 나와서 놀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니 나이키 운동화나 운동복을 신고 입을 기회는 그만큼 줄어든다. 아이들이 나와서 뛰놀아야 나이키든 아디다스든 리복이든 입고 신을 것 아닌가. 그래서 나이키와 아디다스 그리고 리복은 더 이상 경쟁자이기 이전에 공동운명체가 되는 것이고 이들 가운데 선두인 나이키의 진짜 경쟁자는 닌텐도가 되는 셈이다.
# 총선이 끝났다. 역대 가장 낮은 투표율의 총선이었다. 하지만 총선에 대한 이런저런 설왕설래는 역대 최고가 아닐까 싶을 만큼 이번 총선의 의미와 사후 파장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물론 이번 총선의 최대 수확자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라는 사실에는 별반 이의가 없는 것 같다. 그것은 향후 정국운영, 더 나아가 국가미래의 책임이 박 전 대표에게 그만큼 가중치 높게 부여돼 있음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박 전 대표의 진짜 경쟁자는 누굴까? 이명박 대통령인가. 6선의 관록을 지니게 된 정몽준 의원인가. 그도 아니면 비록 낙마했지만 여전히 만만치 않은 세력을 갖고 있는 이재오 의원인가. 나이키의 진짜 경쟁자가 아디다스나 리복이 아니라 엉뚱하게도 닌텐도인 것처럼 박 전 대표의 진짜 경쟁자는 이명박 대통령도, 정몽준 의원도, 이재오 의원도 아니다. ‘국민의 변심’이다.
# ‘친박연대’의 반대말이 뭘까 하고 묻자 누군가 뼈있게 ‘명박고대’라고 말했다. ‘친박’과 ‘명박’을 대구시킨 것도 재미있고, ‘연대’와 ‘고대’를 대구시킨 것도 재치 있었다. 물론 그 연대(連帶)가 연대(延大)는 아니지만…. 박 전 대표는 자신의 측근과 동지들에게 “살아서 돌아오라”고 말했다. 실제로 사선을 넘어 살아서 돌아와 한나라당과 친박연대 안팎에서 박 전 대표 주위에 포진하고 있는 이들이 지난 대선의 한나라당 경선 당시보다도 많아졌다. 하지만 이렇게 막강해진 박 전 대표가 살아서 돌아온 이들과 더불어 할 일이 당권투쟁이어서는 정말 곤란하다. 만약 당권투쟁에 골몰하는 모습이 조금이라도 비친다면 그것은 곧장 박 전 대표의 몰락을 가져올 것이다. “저는 속았습니다. 국민도 속았습니다”라는 박 전 대표의 눈물겨운 호소에 편들어 줬던 민심이 그날로 고무신을 거꾸로 신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 전 대표의 진짜 경쟁자는 다름 아닌 ‘국민의 변심’이다.
# 적어도 오늘의 한국 정치에서 박근혜 전 대표만 한 대중정치인은 없다. 과거 YS나 DJ가 가졌던 대중적 카리스마를 거의 유일하게 지닌 현역 정치인이 바로 박 전 대표다. 정책도, 인물도 통하지 않은 이번 총선에서 유일하게 힘을 쓴 것은 박 전 대표의 “저는 속았습니다. 국민도 속았습니다”라는 한마디였다. 그것만이 이번 총선에서 거의 유일하게 국민의 마음을 흔들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이제 공은 박 전 대표에게 넘어갔다. 박 전 대표가 일개 계파의 보스가 되느냐, 국가적 지도자가 되느냐의 시험대에 서게 된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의당 이명박 대통령을 돕고 그의 진정한 협력자가 돼야 한다. 이 대통령의 손이 나오길 기다릴 것이 아니라 더 통 크게 그의 당황한 손을 먼저 잡아줘야 한다. 그래야 명실상부한 ‘명박(이명박+박근혜)정부’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당권을 거머쥐는 것이 아무리 현실적인 필요성일지라도 그것에 급급해선 안 된다. 그러면 지는 것이다. 더 깊이, 더 넓게 국민의 마음을 사야 한다. 그래야 국민도 나라도 함께 산다.
joins 정진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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