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마법의 새

지성유인식 2008. 2. 16. 04:11

마법의 새  [박두진]

 

아직도 나는 너를 사랑하고 있다
너는 하늘에서 내려온
몇번만 날개치면 산골짝의 꽃
몇번만 날개치면 먼 나라 공주로,

 

물에서 올라올 땐 푸르디 푸른 물의 새
바람에서 빚어질 땐 희디 하얀 바람의 새
불에서 일어날 땐 붉디 붉은 불의 새로
아침에서 밤 밤에서 꿈에까지
내 영혼의 안과 밖 가슴속 갈피갈피를
포릉대는 새여

 

어느 때는 여왕으로 절대자로 군림하고
어느 때는 품에 안겨 소녀로 되어 흐느끼는
돌아설 땐 찬바람
빙벽 속에 화석하며 끼들끼들 운다.

 

너는 날카로운 부리로
내 심장의 뜨거움을 찍어다가 벌판에 꽃뿌리고

내가 싫어하는 짐승 싫어하는 뱀들의
그 것의 코빼기를 발톱으로 덮쳐
뚝뚝 듣는 피를 물고 되돌아올 때도 있다.

 

너는 홀로 쫓겨 숲에 우는 어린 왕자의 말이다가
밤마다 달빛 섬에 홀로 우는 학이다가
오색 훨훨 무지개 속 구름 속의 천사이다가
돌로 치는 군중 속의 피 흐르는 창녀이다가
한번 맡으면 쓰러지는 독한 꽃의 향기이다가


 

새여.

 

느닷없이 얼키설키 영혼을 와서 어지럽혀
나도 너를 알 수 없고 너도 나를 알 수 없게
눈으로 서로 보면 눈이
넋으로 서로 보면 넋이

타면서 서로 아파 깊게 깊게 앓는,

서로 오래 영혼끼리 꽃으로 서서 우는
서로 찾아 하늘 날며 종일을 울어예는
어쩔까 아 징징대며 짖어오는 울음
아직도 너는 나를 사랑하고 있다.

'삶이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졸업식 노래 단상(斷想)  (0) 2008.02.21
거리 1, 거리 2, 거리 3  (0) 2008.02.17
[스크랩] 1월의 엽서  (0) 2008.01.17
[스크랩] 웃어봐요...  (0) 2008.01.17
[스크랩] 푸르름...  (0) 2008.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