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의 계절입니다. 세상이 변했어도 졸업식엔 여전히 선생님이 지으신 ‘졸업식 노래’가 으뜸입니다. 선생님. 해방을 맞은 직후, 졸업때 학교에서부를 우리말로 된 노래를 만들어달라는 급한 의뢰를 받았다죠. 선생님은 하루 만에 노랫말을 다 쓰셨고 이땅의 베토벤으로 꼽히던 정순철 선생님이 대폿집에서 10분만에 이 곡을 완성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때 윤석중 선생님은 서른다섯의 나이셨네요.
이 노래가 만들어진지 60년이 지났습니다. 60대가 ‘국민학교’를 졸업할 때 불렀던 노래를 지금의 ‘초등학교’ 졸업식에서도 부릅니다. 선생님께서 세상을 떠나신지 여러해가 지났어도 ‘졸업식 노래’는 온 국민의 장수 애창곡이 돼 있습니다. 부를 때마다 눈물샘을 자극하고 들을 때마다 가슴을 찡하게 만드는 이 노래에 대체 선생님께선 뭘 첨가해두신 걸까요.
선생님의 노랫말을 하나씩 새겨봅니다. 가난하던 시절, 졸업식장에 꽃다발 붐을 일으킨 주인공이 선생님이셨다죠. “꽃다발을 한아름 선사합니다”란 노랫말 때문에 꽃집이 몇 없던 시절, 너나 없이 꽃다발을 마련하느라 애태웠다는 뒷애기도 있더군요. 그러고 보면 이제는 꽃집들에 꽃다발이 넘쳐날 만큼 생활은 더없이 풍요로워졌습니다. 반면에 “물려받은 책으로 공부 잘하며” 살던 때에 비해 참으로 많은 걸 잃고사는 것만 같습니다.
“부지런히 더 배우고 얼른 자라서 새나라 새일꾼이 되겠다”는 가사를 곱씹다보니 진부하다 여긴 새나라, 새일꾼이란 단어가 변혁의 용어처럼 역동적으로 와닿습니다. 과연 지난 세월 동안 새나라의 새일꾼으로 살기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지금은 새나라의 새일군으로 제몫을 다하며 살고 있는지, 새삼 부끄러워집니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 우리나라 짊어지고 나갈 우리들”이라고 하셨던가요. 이처럼 화합하며 나라를 짊어지고 나아가야 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주변에는 갈등과 불신과 반목이 뿌리 깊습니다.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 이끌어 주고 밀어주며 살수 있다면 얼마나 복된 세상일까요.
선생님, 졸업은 삶의 한 매듭을 짓는 일이겠지요. 그것은 또다른 출발이자 시작입니다. “냇물이 바다에서 다시 만나듯 우리들도 이 다음에 다시 만나세”라고 함께 노래하며 새로운 세상을 향해 출발하던 벗들이 그립습니다. 냇물이 바다에 닿는 과정중에 지금 우리는 어디쯤 흘러가고 있을까요 냇물이 바다로 돌아가면서 깊고 넓어지듯 우리네 삶의 깊이와 넓이도 저 광활한 바다를 닮아가고 있는 걸까요.
- 국민일보 ‘08.2.19(화) ‘살며 사랑하며’에서 퍼온글 -
(방송작가 이윤수)
'삶이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문막에서 탄금대까지 봄맞이 드라이브 (0) | 2008.03.08 |
---|---|
[스크랩] [바람의 노래] 홀로 가는 길 (0) | 2008.02.23 |
거리 1, 거리 2, 거리 3 (0) | 2008.02.17 |
마법의 새 (0) | 2008.02.16 |
[스크랩] 1월의 엽서 (0) | 2008.0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