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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대 대통령 탄핵 결정문에 소수의견 미 공표 이유

나는 새 2004. 5. 17. 10:28

 2004헌나1 대통령 탄핵사건의 결정문에 헌법재판소의 의견만을 기재하고 개별 재판관의 의견을 표시하지 않은 법리상 이유는 다음과 같다. 그리고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개별 재판관의 의견을 결정문에 기재할지 여부는 법률적용상의 문제이지 그 밖의 사정을 고려하여 결정할 사항이 아니다. 

1. 헌법재판소법은 재판관 평의의 비밀유지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법 제34조 제1항 본문 및 단서에 의하면 헌법재판소 심판의 변론과 결정의 선고는 공개하여야 하지만 평의는 공개하지 아니하도록 되어 있다. 이 때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평의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평의의 결론에 이르기까지 그 외형적인 진행과정과 각 재판관에 의하여 교환된 실질적인 의견내용 일체에 관하여 비밀이 지켜져야 한다는 뜻이다. 즉 평의의 경과뿐만 아니라 재판관 개개인의 개별적 의견 및 그 의견의 數 등을 공개하지 않고 비밀로 해야 한다는 의미인 것이다. 그리고 평의의 비밀에 관한 위 헌법재판소법 규정은 강행규정이다. 

 

따라서 설령 헌법재판관들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평의의 결과를 공개하는 것도 위법한 것이다. 그러므로 개별 재판관의 의견내용이나 그 의견의 數 등을 결정문에 표시하기 위해서는 그와 같은 평의의 비밀에 대해 예외를 인정하는 법률상의 특별규정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그런데 법률의 위헌심판, 권한쟁의심판 및 헌법소원심판에 대해서는 평의의 비밀에 관한 예외를 인정하는 특별규정이 헌법재판소법 제36조 제3항에 있으나, 탄핵심판에 관해서는 평의의 비밀에 대한 예외를 인정한 법률규정이 없다. 따라서 이 사건 2004헌나1 대통령 탄핵사건에 관해서도 재판관 개개인의 개별적 의견 및 그 의견의 數 등을 결정문에 표시할 수는 없는 것이다.

2. 합의체 재판부의 평의비밀유지는 역사적으로 확립된 법리이다. 

가. 오랜 기간에 걸쳐 법원조직법에 의해 확립된 법리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제정된 법원조직법(1949. 9. 26. 법률 제51호) 제58조는 법원의 재판시 “심판의 합의는 공개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즉 합의부 재판시 합의의 비공개 원칙은 1949년도 법원조직법 제정 당시부터 규정되어 있었다. 다만 대법원의 재판에 한하여 위 법원조직법 제20조가 “대법원 재판서에는 합의에 관여한 대법관의 법률상 異見을 添書할 수 있다”는 예외규정을 두었던 것이다. 

 

그리고 현행 법원조직법 제65조도 “심판의 합의는 공개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합의 내지 평의의 비밀을 원칙으로 규정하면서 다만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재판에 한하여 위 법률 제15조가 “대법원재판서에는 합의에 관여한 모든 대법관의 의견을 표시하여야한다”는 특별규정을 두고 있다. 즉 사법부의 합의체 재판부에서 이루어지는 평의에 대해서는 비밀을 보장하는 것이 원칙이며, 그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법률에 특별한 예외규정을 두어야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이 평의의 비공개에 관하여 우리나라 법원조직법이 건국초기부터 취한 태도이며, 이러한 태도는 크게 변화되지 않고 현재까지 유지되어온 것이다. 

마찬가지로 앞서 본 바와 같이 현행 헌법재판소법 제34조 제1항 단서가 헌법재판관들의 평의를 공개하지 않도록 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36조 제3항이 법률의 위헌심판, 권한쟁의심판 및 헌법소원심판과 달리 탄핵심판에 관하여 평의에 관여한 개별 재판관들의 의견을 결정문에 표시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지 않은 이상 이 사건 탄핵심판사건에서도 평의에 관하여 재판관들의 개별적인 의견을 공개할 수는 없다고 해야 한다. 법리가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재판관들의 개별적 의견을 결정문에 공개한다면 이는 위 헌법재판소법 제34조 제1항 단서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 된다.

나. 우리나라 헌법재판에 관한 법률에 의해 역사상 확인되어 온 법리이다.

 우리나라에서 탄핵심판절차에 관해 규정했던 입법선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즉 ① 1950. 2. 21. 법률 제100호 헌법위원회법 제21조는 “헌법위원회의 결정에 관계한 위원과 예비위원은 (법률의 위헌여부 결정에 관해) 위원회의 결정에 이의가 있을 때에는 결정서에 異見을 발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던 반면, 탄핵재판에 관하여 규정한 1950. 2. 21. 법률 제101호 탄핵재판소법 제21조는 “재판의 평의는 공개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같은 법 제23조는 “재판에는 이유를 부쳐야 한다. 파면의 판결에는 파면의 사유와 이를 인정한 증거를 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② 1961. 4. 17. 법률 제601호 헌법재판소법 제14조는 “헌법재판소의 재판서에는 합의에 관여한 각 심판관의 의견을 첨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다. ③ 1964. 12. 31. 법률 제1683호로 제정된 탄핵심판법 제24조는 “재판의 평의는 공개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같은 법 제26조 제1항은 “재판에는 이유를 달아야 한다.”고 규정하였다. ④ 1973. 2. 16. 법률 제2530호 헌법위원회법 제41조는 “심판의 평의는 공개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같은 법 제46조는 “(법률의) 위헌심판에 관여한 위원은 결정서에 의견을 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으며, ⑤ 1982. 4. 2. 법률 제3551호로 일부 개정된 헌법위원회법도 위와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었다. 

 이상과 같은 우리나라 역사상 헌법재판에 관한 법률들을 살펴보면, 법률의 위헌심판에 관하여는 결정에 관여한 재판관들이 결정문에 각자의 의견을 표시하도록 규정하면서도 탄핵심판에 관하여는 결정문에 결정 관여자 개개인이 그 성명을 밝혀 의견을 표시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별도로 마련하지 않고 단지 법정의견만을 기재하게 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 이유는 사법부의 오랜 전통에 의해 확립된 법리인 평의의 비공개 원칙을 관철하여 탄핵심판에 있어 개별 재판관들로 하여금 그 의견을 재판서에 기재하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탄핵심판절차에 관하여 평의의 비밀유지 원칙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고자 했다면 그러한 예외규정을 마련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헌법재판소법 제36조 제3항은 법률의 위헌심판, 권한쟁의심판, 헌법소원심판에 한하여 그러한 예외를 인정한 규정을 두었을 뿐 탄핵심판절차에 관하여는 예외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역사적 해석을 통해서도 현행 헌법재판소법 제34조 제1항 단서에서 규정한 평의의 비공개 원칙이 이 사건 탄핵심판사건에서도 준수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다. 현행 헌법재판소법 제정당시 입법자의 의사에 의해 확인되는 법리이다.

 현행 헌법재판소법은 현행 헌법인 1987. 10. 29. 헌법 제6장의 규정에 의해 1988. 8. 5. 법률 제4017호로 제정되었다. 그리고 이 헌법재판소법을 제정할 당시 제안된 법률안들의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1988. 4. 경 법무부의 헌법재판소법 제정안 제71조는 현행법 제36조 제3항과 달리 권한쟁의심판을 제외한 채 “위헌심판 및 헌법소원심판에 관여한 재판관은 결정서에 의견을 표시하여야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② 1988. 6. 30.자 민정당의 헌법재판소법 시안 제36조 제3항은 현행 헌법재판소법 제36조 제3항과 완전히 동일하게 규정하여 권한쟁의심판, 위헌법률심판, 헌법소원심판에 한하여 관여재판관으로 하여금 의견을 표시하게 하고 있었다. 

③ 반면 1988. 5. 대한변호사협회의 시안 제43조 제3항은 “판결서에는 합의에 관여한 재판관의 소수의견을 부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민정당 시안과 달리 헌법재판소의 모든 심판사항에 대해 소수의견을 기재할 여지를 남겨두었다. 

④ 1988. 7. 4. 이한동, 오유방, 유수호, 강재섭, 이진우 의원 등 국회의원 97인이 제안한 헌법재판소법안 제36조에 의하더라도 같은 법안 제2조에 규정된 탄핵심판에 관해 관여재판관이 결정서에 의견을 표시하여야 한다는 규정은 없었다. 

⑤ 반면 1988. 7. 18. 김봉호, 황병태, 김용환 의원 등 국회의원 166인이 제안한 헌법재판소법안 제41조 제3항은 탄핵심판에 관하여도 판결서에 최종심리에 관여한 재판관의 의견을 부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⑥ 그리고 최병국 국회법사위 전문위원이 검토한 헌법재판소법안 제36조는 위 여당 국회의원이 제안한 내용과 동일한 규정을 두었다. 

이상과 같이 살펴본 현행 헌법재판소법 제정시 제안된 법률안들에 의하면 개별 재판관의 의견기재 의무를 부과한 심판사건 범위에 관해 헌법재판소법 제정 시안을 마련한 주체에 따라 견해차이가 있었던 점과 입법자가 이러한 시안들을 주의 깊게 검토한 후 현행 헌법재판소법 제36조 제3항을 제정하여 재판관 개개인의 의견기재 의무를 부여한 심판사건 범위를 설정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입법자가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에게 그러한 의견기재 의무를 부과하지 않은 탄핵심판사건에 대해서는 개별 재판관들에게 각자의 의견을 결정서에 기재할 의무를 지울 수 없다고 해야 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현행 헌법재판소법 제정 이전부터 확립된 법원칙인 평의의 비밀 원칙을 준수하기 위해서라도 개별 재판관의 의견을 결정서에 기재하면 안 된다고 해석해야 한다. 

3. 다른 나라의 입법례에 의해서도 평의비밀유지의 법리를 확인할 수 있다. 

가. 독일의 경우
독일은 오래 전부터 재판에 있어서 평의의 비밀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즉 독일 법관법 제43조에 의하면 “법관은 업무를 종결한 이후에도 합의와 표결의 경과에 대하여 비밀을 지켜야 한다.” 

합의(평의)와 표결의 비밀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는 법관의 독립성, 법관조직의 통일성 그리고 그로부터 나오는 판결의 권위와 법원의 명예이다. 법원조직법을 제정할 당시 소수의견을 밝힐 권리는 인정되지 않았으며 평의의 비밀은 엄격하게 지켜졌다. 입법자는 평의의 비밀이라는 독일의 법률전통을 지켜내려 했고, 이 전통에 따라 현재에도 평의와 표결의 비밀이 관철되고 있다. 

따라서 평의와 표결은 비공개리에 이루어져야 하며 평의와 표결에 참여한 자는 그 이후에 제3자나 상급기관에 평의와 표결내용을 밝혀서는 안 된다. 평의는 표결에 있어서 그 정점을 이룬다. 평의의 비밀의 대상은 두 과정 즉, 평의와 표결로 나뉜다. 독일 법관법 제43조에 의한 평의의 비밀 준수의무는 지금까지 그러했던 것처럼 이 두 과정으로 이해되어 왔으므로, 법관은 평의뿐 아니라 표결에 대하여도 침묵을 지켜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경우에도 위와 같이 평의의 비밀을 유지하는 전통이 오랜 동안 지켜져 내려 왔다. 다만 1970년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법 제30조 제2항을 신설하면서 비로소 재판관들이 법제도상으로 소수의견을 공표할 수 있게 되었을 뿐이다. 그런데 위와 같이 개정된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법은 탄핵심판사건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헌법소송사건에서 소수의견을 표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헌법재판소법 제36조 제3항은 법률의 위헌심판, 권한쟁의심판 및 헌법소원심판 사건에 한하여 개별 재판관들의 의견을 결정서에 표시하도록 하고 있을 뿐 탄핵심판에 관하여는 그러한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위와 같은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법의 규정을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탄핵심판사건에 관하여 개별 재판관들의 의견을 결정서에 표시하여야 한다고 주장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나. 일본의 경우
일본의 재판소법 제75조도 “합의체로 하는 재판의 평의는 밝히지 않는다.” “그 평의의 경과 및 각 재판관의 의견 및 그 수의 多少에 대해서는 이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비밀을 지키지 않으면 아니 된다.”고 규정하여 합의체 재판부의 평의는 비밀로 해야 하며, 그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어야 함을 천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동법 제11조가 최고재판소 재판서에 각 재판관의 의견을 표시해야 한다는 예외를 인정하고 있을 뿐이다. 

 

즉 일본에서도 합의체 재판부의 평의경과 및 그 평의결과는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뿐만 아니라 일본의 재판관탄핵법도 같은 법 제31조에서 재판관 탄핵절차의 평의를 공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33조에서 재판관 탄핵절차의 재판서(판결문)에 주문과 법정의견인 이유만을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일본의 탄핵재판소 실무상 개별 재판원들의 의견은 재판서에 기재되지 않는다.

다. 미국의 경우
 흔히들 미국 연방대법원의 예를 들면서 미국 법원의 판결문과 같이 우리 헌법재판소도 개별 재판관들의 의견이 기재되는 결정문을 작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러한 주장을 하기에 앞서 미국 연방대법원의 제도를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우선 미연방대법원에서 대법관들의 평의를 비공개로 진행하는 것은 오랜 관행(tradition)에 의한 것이며, 그것을 규정한 명문의 법령에 의한 것이 아니다. 

 

또한 현재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에서 개별 재판관의 의견을 밝힐 것인지 여부에 대해 직접 규정한 명문의 법규도 없다. 그에 따라 미국 연방대법원은 대법관들의 선택에 의해 판결이유를 전혀 기재하지 않고서 "원심판결을 認容한다"는 주문만을 기재한 채 판결을 선고하거나, 법정의견의 집필자를 밝히지 않은 익명의 판결(per curiam)을 선고하거나, 개별 대법관들의 의견을 밝혀 판결을 선고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판결 양식을 채택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헌법재판소법 제34조 제1항은 미연방의 경우와 달리 평의의 비밀을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법 제36조 제2항 제4호는 헌법재판소의 모든 결정서에 헌법재판소 전체의 의견을 표시하여 이유를 기재하도록 하고 있으며, 같은 조문 제3항은 개별 재판관의 의견을 결정문에 표시해야 하는 사건 범위를 명확하게 특정하고 있다. 

이처럼 평의의 비밀유지와 재판관의 의견 표시에 관해 명문의 법률규정을 두고 있는 우리나라에 대해, 법률의 명문규정 없이 실무관행의 역사적 전통에 의해 평의를 하고 판결을 하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예를 곧바로 적용할 수는 없는 것이다. 
  
 4. 결어 
 이처럼 현행 헌법재판소법 제34조 제1항 단서 및 제36조 제3항은 위 법률 규정 자체에 대한 조화로운 해석원칙, 우리나라 사법부에서 오랜 역사에 의해 확립되어 온 법리, 헌법재판에 관련된 법률의 역사, 외국의 법제 등에 비추어 해석해야 할 일이지 단편적으로 위 법률조항만을 떼어 내어 해석하거나 개별 재판관들의 의견을 공개할 국가적, 역사적 필요가 크다는 등의 모호한 주장에 근거하여 해석할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결국 이 사건에 관하여 헌법재판소 개별 재판관들의 의견을 결정서에 표시하는 것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제정하여 헌법재판소로 하여금 준수할 의무를 부여한 헌법재판소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이유로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2004헌나1 대통령 탄핵사건의 결정서에 개별 재판관들의 의견을 표시하지 않고 헌법재판소의 의견만을 기재하는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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