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오랜만에 평생지기와 "태극기 휘날리며"를 감상했습니다.
결혼하기 전, 초창기에는 가끔 팔짱끼고 다니 던 거였는데 그 언젠가부터 뜸해지다가 아예 발길이 끊어 졌었는데 삶이 너무 말라 가는 것 같아 사정사정하여 하다 못해 반기에 한 번이라도 관람 문화생활에 참여하자하여 그 테이프로 '태극기를 휘날리며"를 감상한 것입니다.
그 옛날엔 한국인이면서도 한국 영화 별로 감상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는데, 이 영화를 그 것도 오랜만에 보니, 우리나라 영화산업이 많이 발전하긴 하였구나. 내가 너무 따로 놀았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다시 한번 동족끼리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전쟁을 하여서는 안되겠구나! 나아가 같은 사람끼리 갈등·대립하여서는 안되겠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로마시대의 사자와 투사의 격투기를 감상하듯 전쟁터에서 남한군들이 둘러있는 자리에 포로 인민군을 싸우도록 하다 좀 더 실감나게 싸우라는 형 진태의 요구에 동생 진석이가 포로 인민군에게 죽도록 맞으며 우리가 이래야 하느냐는 메시지, 진태의 약혼녀가 먹고살기 힘들어 양식을 좀 구하고자 보도연맹에 가입하여 일용할 양식을 구한 것이 빨갱이로 인정되어 총살 당하는 모습, 더 근본적으로 남·북이 총부리를 겨누며 내가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총을 쏠 수 밖에 없지만 끊임없는 심리 갈등은 계속될 것이다.
물론, 사람이 사람을 죽인다는 그 자체는 결코 용납될 수 없겠기에 전쟁 그 자체를 인정할 수 없겠지만 어쩔 수 없는 전쟁이라도 이민족과의 전쟁은 이와 같은 갈등은 아무래도 적어질 것입니다. 아니 어쩌면 약혼녀의 죽음과 같은 상황설정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과연 국가애와 형제애의 가치 기준에 대한 메시지입니다.
극한적인 상황에서 우리에게 형제를 택할 것이냐, 국가를 택할 것이냐고 주문한다면 과거에는 국가를 택하였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일말의 의문없이 형제를 택합니다. 사실 현재는 아마도 이 메시지가 지배적인 현상이라 생각됩니다.
약혼녀의 죽음으로 맞이한 갈등의 상황에서 동생도 빨갱이로 몰려 소사한 것으로 간주한 형은 인민군으로 가담하여 남한에 총부리를 겨누다 동생의 죽음을 무릅쓴 형과의 만남이 이루지나 믿지 않고 형이 동생에게 총부리를 겨누다 결국 형이 총을 맞고서야 동생임을 확인하게되고 이후 형은 인민군 복장으로 인민군에 총을 난사하다가 죽어갑니다.
그러나, 이 물음은 아마도 시대 상황에 따라 돌고 돌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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