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 나라도 한 단계 도약을 위한 변곡점에 도달하여 부패에 대해 좀더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고래로 정이 많은 민족이라 어느 누구도 아마 선물·뇌물로부터 100% 자유로울 수 없을 것입니다. 또한, 우리의 미덕인 정을 과연 잘라야 하는지, 아니면 어디까지를 우리의 미덕으로 받아들일 것인지는 좀더 논란을 거쳐야 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래 전에 어느 지방지에 실렸던 내용을 그대로 여기에 옮겨보겠습니다.
『【선물은 신들도 움직이고, 선물은 무서운 왕들도 설복 시킨다】
고대 희랍 서사시인 헤이오도스가 했던 말이다. 트로이전 때의 그리스 최대영웅 아킬레스도 선물 앞에서는 약했다. 그는 트로이 총사령관이자 왕자인 헥토르와 싸워 이겼다. 늙은 트로이의 성주 프리아모스 왕은 아들의 시체를 찾아오기 위해 제우스신의 권유로 많은 보물을 선물로 마련해 아킬레스를 찾아갔다. 아킬레스는 선물을 받고 헥토르의 시체를 내주었다. 그가 받은 선물 중에는 열 두개의 금덩이를 비롯해 많은 보물이 있었다.
◆선물이란 본시 선사(膳賜)로 주는 물건을 말한다. 「선사」란 존경이나 친근함, 또는 사랑의 뜻을 나타내기 위해 남에게 주는 것을 말하는데, 예전에 이것을 선물이라고도 했고 주로 세밑이나 세시에 보낸다 해서 세찬(歲饌)이라고도 했다. 「세찬」은 문자그대로 과세를 전후해 아랫사람이 윗분에게 인사로 보내드리는 찬거리다. 지방 토산물을 임금이나 웃어른께 올릴 때는 이것을 진상(進上)이라 했는데 조선조 때는 공물과 다름이 없어 세납의 성격을 갖게 되었다.
◆본시 존경이나 친근의 표시로 보내던 선사품이 권문세가에 보내는 세찬바리가 되면 상납이 될 수밖에 없다. 이는 청탁이나 이권을 위한 것이므로 뇌물로 봐야 하는데 맹자는 그 한계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받아도 되고 받지 않아도 될 때 받는 것은 자기의 청렴을 손상시기며, 주어도 되고 주지 않아도 될 때 주는 것은 자기의 은혜를 손상시키며, 죽어도 되고 죽지 않아도 될 때 죽는 것은 자기의 용기를 손상시키는 것』이라고.
◆독일의 철혈재상 비스마르크는 자기가 남에게 선물을 주는 까닭은 그 사람이 선물을 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정이 오고, 가듯이, 선물도 주고받는 것이다. 오 헨리의 「크리스마스 선물」에 나오는 짐과 델라부부는 성탄절 선물을 마련하기 위해 서로 가장 귀한 것을 판다. 델라는 작은 폭포 같은 머리를 팔아 짐의 시곗줄을 사고, 짐은 시계를 팔아 델라의 머리 빗을 산다. 결국 그 선물들은 두 사람이 다 쓸데가 없게 되지만 선물이란 곧 그런 마음의 교류라는 걸 잊어서는 안된다.』
여기에서도 선물과 뇌물을 명확히 구별하지 못하였지 않나 하는 생각도 되며,
시대에 따라 선물이 뇌물로, 뇌물이 선물로도 될 수 있다는 점도 감안되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따라서, 현재의 우리는 『부패방지법』에 의한 「행동강령」이 선물과 뇌물의 구별 점이 될 것이며, 이에 우리는 '배 밭에서 갓 끈을 바로 매지 말라'(맞습니까)라는 속담을 새겨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