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교수의 MZ세대와 소통하는 지혜를 읽으며
꼰대란 소릴 듣는 이유도 생각해 본다
우리 시대에 개천에서 용이 나는 희망의 사다리가 있고
경제적, 정치적 어려움은 노력과 저항을 통해서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도 있었다.
저항(데모)에 시간을 소비하여 공부를 하지 않아도 경제성장기여서 취직이 잘 되고
오히려 저항자가 지식인, 선구자로 인정받는 시대였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
헬조선으로 대표되는 지금은 금수저로 태어난 자 외에는 정치적, 경제적 희망이 없는 것임을
기득권세대가 인정하지 않음이 라떼세대와 MZ세대가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다산포럼 제 1066 호
김 성 수 (성균관대 학부대학 글쓰기 교수)
대학에서 문학과 글쓰기를 가르친 지 35년째다. 무슨 과목이든, 키보드 검색만 잘하면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와 점수로 환산되는 지식 ‘너머’를 가르치려 했다. 강남의 족집게 스타 강사처럼 출제자 의도를 재빨리 포착해서 채점자 눈에 들게 답안을 꾸며내는 논술 만점의 스킬은 길러주지 못했다. 검색과 암기로 터득되지 않는 학문적 진리와 학교 교육만으로는 얻기 힘든 삶의 지혜를 전하려고 잔소리꾼을 자처했다. 지금 학생의 부모인 586세대부터 가르쳤던 할배라서 젊은이들이 잔소리를 엄청 싫어하는 걸 잘 안다. 그래도 시간만 나면 한 얘기 또 하고 또 한다. 글쓰기를 잘하려면 생각쓰기만 하지 말고 '삶쓰기'도 겸하라고 한다. 디지털 자판세대가 아예 무시하는 문장부호와 퇴고도 꼭 하라고 한다. 애정 어린 지적과 야단치는 선생이 대학에 거의 없기에, ‘에브리타임’ 사이트에서 '강비추' 욕을 좀 먹더라도 잔소리를 계속 해달라는 졸업생들의 거듭된 요청 때문이다.
MZ세대와 꼰대 세대의 갈등으로 누가 덕을 보는가
요즘 보수 야당에 초유의 30대 대표가 등장하면서 정치부터 문화까지 세대 갈등을 은근히 부추기는 세태가 있다. 도대체 MZ세대와 7080 세대의 갈등으로 누가 덕을 보는가? 사람이 사람답게 살 권리와 노장청 간 소통의 지혜를 경시하고 눈앞의 이익, 이윤을 좇으라는 자본이란 이름의 물신인가도 싶다. 7080학번 세대로서 비록 꼰대로 손가락질 받아도 굳이 변명하자면, MZ세대에게만은 정치적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고생했던 부모, 선배의 아픔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 어렵게 학교를 마치고 식구와 주변 사람을 돌봐야 했던 이들에게 힘이 되었던 것은 산업 역군이나 민주화 운동 같은 공동체적 가치, 희생과 헌신이었다. 힘들고 불편하고 때로는 싫은 일도 참고 견디면서 삶의 지혜를 후대에게 전하는 것이 앞선 세대의 역할 아닐까? 그래서 비판적 문제의식을 지닌 깨어있는 지식인에게 태평천하는 없다고 잔소리를 늘어놓곤 하였다. 글쓰기 선생으로 젊은 영혼들의 삶의 속내와 참신한 생각을 접하면서 세대 간 소통을 하고자 애썼다. 어떤 강의든 교수자-학습자 사이의 문제제기-토론식 대화와 영혼의 교감, 인간적 연대를 거론하였다. 가령 '보고서'는 억지 숙제나 예비 쓰레기가 아니라 가르치는 이와 배우는 이 사이의 또 다른 대화의 통로라고 설득하였다. '수강 노트' 또한 교수의 낡은 교안을 칠판과 ppt, 스마트폰과 '족보,' 커닝페이퍼를 거쳐 답안지로 옮기는 배달음식이 아니라 '자율 공부의 총체'로 재규정하였다.
새로운 노장청 연대의 지혜
하지만 세상이 빠르게 바뀌었다. 간혹 별다른 부족함 없이 자랐지만 학벌주의에 찌든 학생들은 물질의 힘, 학교와 학과 간판의 위력을 잘 알기에 잔소리나 지적을 견디지 못한다. 가르치는 자의 자긍심 한편에는 ‘욜로’를 외치는 MZ세대에게 가부장 적폐의 상징으로 비쳐질까 자괴감도 없지 않다. 그래서 “나 때는 이랬는데 요즘 것들은 버릇이 없다”는 식의 꼰대 소리를 듣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노장청 소통의 새로운 지혜를 얻기 위해 틈나는 대로 청년 학생들의 문화적 트렌드를 알아본다. 가령 아이돌 뮤직비디오와 웹툰, 컴퓨터게임과 스포츠 중계, 유튜브, 넷플릭스 등도 챙겨 본다. 그동안 접한 청년 문화로 <드래곤 볼> <신과 함께> <신의 탑> 같은 만화, 웹툰부터 지브리 프로덕션의 저패니메이션, 스타크래프트, 배그, 롤 등의 게임, 서태지, BTS, 있지(ITZY) 등의 아이돌 뮤직까지 참으로 다양하다. 학생들의 관심사를 선생이 예습하여 교과내용의 적절한 비유를 현재진행형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으니 가르치는 게 즐겁다. 이런 식의 일상적 소통과 신뢰를 쌓은 후, 돈만 많이 벌면 행복하다는 세태에 굴복한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걸 하라고 호연지기를 길러준다. 자기가 정말 하고 싶고 남들보다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당장은 돈도 안 되고 이름도 높일 수 없을지언정 후회 없이 버티면 행복해진다고 부추긴다. 요리사를 꿈꾸는 법학도, 소설을 쓰는 약대생, 인디 밴드를 이끄는 경영학도, 단편영화를 찍는 영문학도 선배를 예로 든다. 단, 그때까지 힘든 경우가 참으로 많이 생길 텐데 후회하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인다. 정말 중요한 것은 그런 사람이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그렇게 살아가며 그걸 꿈꾸는 것이 젊음의 특권인 것을. 그가 이 글을 읽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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