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민초

역사의 순환(?)

지성유인식 2009. 12. 17. 17:03

다음의 기사를 읽으며 일본 강점기의 친일자를 해결하지 않고 수립된 우리나라의 문제점을 조금이라도 논해보자는 차원에서 시작된 역사바로세우기가 얼마나 눈가리고 아웅하는지 알 것 같은 우리네 속 사정을 보는 것 같은 씁쓸함을 느낀다.


재벌 아니면 모르는 그 맛! 아십니까?

[정희준의 '어퍼컷'] 재벌끼리 나눠 먹는 '올림픽 사면'


지난달 17일과 19일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의 공동위원장인 김진선 강원도지사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잇따라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사면을 요청했다.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서는 "국제 스포츠계에서 영향력이 큰 이건희 IOC 위원의 활동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후 이 전 회장에 대한 사면 청원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는데 대한체육회 박용성 회장도 여기에 빠질 수 없다. 지난 7일 박 회장은 제 5회 동아시안게임이 열리는 홍콩의 한 호텔에서 이건희 전 회장의 사면을 역설했다고 한다. 여기서 우리는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


박용성과 이건희의 '쌍둥이 스토리'


박용성, 그는 누구인가. 그도 이 전 회장과 여러 면에서 '쌍둥이' 같은 인물이다. 그 '여러 면'이 어떤 면인지 한 번 보자. 두산그룹 회장으로 과거 이 전 회장처럼 IOC 위원이었던 그는 2006년 2828억 원 규모의 분식회계와 285억 원의 횡령 및 증권거래법 위반 등으로 이 전 회장처럼 법의 심판대 앞에 섰던 사람이다.


특히 조성한 비자금으로 생활비를 충당하고 대주주가 내야 할 이자까지 대납하는 몰염치까지 드러난 바 있다. 그 결과로 받게 된 법의 심판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세상에! 이 전 회장과 똑같다.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쌍둥이 스토리'는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박 회장 역시 유죄 판결 후 이 전 회장과 마찬가지로 IOC 위원 자격 정지 기간을 거쳤다. 그러자 2006년 그 해가 가기도 전에 박 회장에 대한 사면 요청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누가 요청해? 누구겠는가. 이번에 '이건희 구출 작전'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바로 김진선 강원도지사 아니겠는가. 이번에도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서는 박용성 회장이 필요하다면서. 언제? 역시 크리스마스를 앞둔 연말에 말이다. 모든 게 똑같다. (그러고보니 김진선 지사는 우리나라의 부패 재벌 총수 사면 분야 전문 해결사다.)


당시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의 또 다른 고위 임원이 한 말이다. "박용성 위원까지 사면을 통해 적극적인 지원 활동에 나서게 된다면 오는 7월 과테말라에서 평창의 함성이 울려퍼질 것으로 확신한다." 그 함성을 기대하고 박 회장은 결국 사면됐다. 그래서 어찌 됐던가. '함성'이 아닌 '탄식'만 남았다.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전에서 또 떨어진 것이다. 그것도 2010년에 이어 2회 연속으로.


그러니까 사면만 받고 유치는 실패한 것이다. 그렇다면 유치에 실패하면 사면을 없던 거로 한다는, 그런 조건이나 약속이 있었나? 아뿔싸, 그런 게 없었단다. 그러니까 박 회장은 사면만 따낸 것이다. 이게 바로 우리 '올림픽 사면'의 역사다.


'별'이 가득한 대한체육회 이사진


역사는 반복된다던가. 이제 박용성 회장이 이건희 전 회장을 구출하려 한다. 그렇다. 재벌끼린 남이 아니다. 끼리끼리 나눠 먹는 '사면의 맛'은 재벌 아니면 모른다. 나눠 먹는 사면의 맛은 라면보다 맛있다. 이게 바로 우리나라의 '올림픽 사면 나눠먹기'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 체육계엔 재벌들이 유난히 득실거린다. 특히 그 사면의 맛을 본 사람들이 참으로 많다. 우선 대한체육회 이사진을 보자. 전국경제인연합 모임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재계 인사들이 많은데 우리나라에서 한 가닥 하는 재계 인사들이 그러하듯 대한체육회 이사들은 '별'도 많다.


우선 박용성 회장과 이건희 전 회장이 있다. 그리고 여기에 1999년 세무 조사에서 탈루 소득 1조895억 원에 추징금 5416억 원이라는 당시 사상 최고 탈루액과 추징액의 기록에 빛나는, 그리고 역시 '사면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조양호 한진 회장이 있다. 그때 이 분의 형량이 얼마? 맙소사! 이 분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었단다. 2002년 대선 때는 한나라당에 20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했다 구속되기도 했다. 언급했듯 그는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이번 '이건희 사면'의 선봉에 서 있다.


다음은 가장 최근 사면의 참맛을 본 '최 회장님'이 계시다. 바로 SK 최태원 회장. 핸드볼협회장으로 앞으로 IOC 위원 등극이 유력한 회장님이시다. 그런데 사면의 기쁨이 아직도 생생한 이 분의 형량은 또 얼마짜리였을까. 오 마이 갓! 다름 아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그러니까 재벌 총수로서 대한체육회 이사가 되려면 일단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라는 좁은 문(?)을 통과해야 한다.


그 외 이사들도 쟁쟁하다. 그 중 한 명이 바로 현 스키협회 회장인 변탁 이사. 그는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한 몫 단단히 보려고 현재 강원도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는 태영의 전 부회장이다. 그는 재벌 오너는 아니지만 누구 못지 않게 사회적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장본인이다. 바로 2004년 MBC의 신강균, 이상호 기자에게 고가의 명품 핸드백을 줬다가 사회 문제가 돼 부회장에서 사퇴했던 인물이다. 여기에 현 고려대학교 교우회 회장이자 MB의 최측근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얼마전 박연차 회장과의 친분관계와 박연차 회장의 세무 조사 무마 로비설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재벌의 사면 마패가 돼 버린 'IOC 위원'직


그럼 왜 이토론 많은 경제인들이 체육회 임원을 하고 경기단체 수장을 할까. 대부분은 IOC 위원의 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IOC 위원 해서 좋은 게 무얼까. 사업에 도움 되고 자신들의 품위 높여주는 데 최고다. IOC 위원은 글로벌 귀족이면서 이 시대 최후의 귀족이다.


또 IOC 위원이란 이 정도를 넘어서는 위력을 가지고 있다. 사실은 엄청난 실속이 그 속에 숨어 있다. IOC 위원이면 이 땅의 법을 아주 사뿐하게 즈려밟고 지나갈 수 있다. 이들에게 있어서 '올림픽 유치'는 마패와도 같은 것이다. 이미 박용성 회장이, 이건희 전 회장이 이미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2005년 11월 검찰은 박용성 회장이 수백억 원의 비자금 조성을 지시한 혐의가 드러났지만 불구속 기소했는데 그 변 중 하나가 정말 변이다. 박 회장이 IOC 위원으로 스포츠 외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란다. 황희철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대책없이 구속하는 건 국익에 심대한 손상을 줄 수 있다"고 했다.


그때 이미 박 회장의 실제 역할이나 유치 가능성 등을 검증할 수 없는 검찰이 변호인 측 논리를 비판 없이 (사실은 개념 없이) 수용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었다. 이런 논리라면 체육계, 예술계 등에서 국제적 활동을 하는 재벌 총수나 고위 공직자는 중죄를 지어도 구속조차 할 수 없다는 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올림픽 가는 길'을 막아설 자는 우리나라엔 존재하지 않는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상 배임·횡령은 액수가 50억 원 이상이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법에 명시돼 있다. 법이 우선인가 아니면 변호인의 증거도, 약속도 없는 '국익 우겨대기'가 우선인가. 어쨌든 체육계에서 좀 뛰어 다니면, 특히 IOC 위원이 되면 죄를 지어도 피해갈 수 있는 통행증이 생긴다.


그렇다면 이 통행증은 누가 주는 것인가. 우리 법질서를 무너뜨리는 이 어처구니 없는 통행증을 도대체 누가 만들어 이들 비리 재벌 총수들에게 주는 것인가. 바로 우리 아니겠는가. 이들을 부자로, 재벌로 만들어준 우리 말이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이건희 전 회장의 사면을 강력히 주장하는 인사 대부분이 '전과자'라는 점도 볼썽 사납다"고 했다. 그런데 더욱 꼴불견인 것은 이들이 자기들끼리만 돌아가며 나눠먹는다는 점이다. 올림픽을 빌미로, '국익'을 앞세워서 말이다. 그래서 남은 게 무엇인가. 동계올림픽 유치 2연속 실패?


이번 유치전 상대는 독일과 프랑스라 평창이 더욱 힘들 것이라 하는데, 만의 하나 이건희 전 회장을 사면하면 남는 것은 이거다. 동계올림픽 유치 3연속 실패, 표정 관리하는 이건희, 그리고 우스갯거리가 된 대한민국의 법질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