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직한 신하는 충신(忠臣), 간악한 신하는 간신(奸臣)이다. 임금을 제대로 도와 정해진 목표를 이루는 자가 충신이다. 별다른 해석이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간신에는 오해가 따른다. ‘간사한 신하’라고만 이해하는 경우다. 그래서 아첨이나 하면서 뒤로는 엉뚱한 짓을 하는 신하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간신의 간(奸)이라는 글자는 ‘거짓의 정성스러움’을 나타낸다. 임금에게 제대로 충성치 않으나 나름대로 의욕을 부리다가 일을 그르치는 신하가 간신이다.
그러나 간신을 규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보는 각도에 따라 평가는 늘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평가가 좋을 경우에는 충신이고, 그 반대일 경우는 간신이다. 그가 처한 당대의 복잡한 상황 등도 잘 가릴 수 있어야 한다.
따지자면 간신은 아첨을 일삼는 신하와는 다르다. 오히려 아첨보다는 제 뜻을 관철하고야 마는 강골(强骨)일 수 있다.
교묘한 말솜씨, 그리고 혀를 내두르게 만드는 아부로 임금을 휘감고 도는 신하가 있다. 아첨하다는 뜻의 영(佞)이라는 글자를 붙여 부르는 영신(佞臣)이다.
명(明)의 희종(熹宗)은 일명 ‘목수 황제’다. 어렸을 때부터 목공의 매니어였던 희종에게 접근해 온갖 아첨으로 그의 환심을 사 결국 출세의 길을 달린 위충현(魏忠賢)이 중국의 대표적인 영신이다. 목공에만 재미를 들인 희종 대신 권력을 독차지해 명나라의 몰락을 재촉했다.
이 영신은 크게 경계해야 할 존재다. 주군을 그르치고, 나아가 국가와 사회의 쇠락을 불러올 수 있으니 말이다. 권력 정점에 있는 리더로서는 경계 1호의 대상이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한반도를 뒤흔드는 시점에 대북 정책의 용어 ‘햇볕’을 ‘화해협력’으로 바꾸자는 제안을 한 통일부의 의도가 의심스럽다. 바른 이름을 찾자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너무 한가한 작태다. 혹여 대북 정책에서 전임자들과 차이를 두려는 청와대를 의식한 행동이 아닌지 들여다보게 된다.
불법 시위에는 무력하게 대처했으나 윤락업자들과는 기세등등한 전쟁을 벌이는 경찰청, 김정일의 건강 상태에 관한 정보를 ‘나, 이만큼 알고 있어’라며 자랑스레 외부에 세세히 공개하는 국정원. 모두 청와대를 의식한 행위, 아첨으로 비칠 소지가 있다. 영신의 존재를 새삼 떠올리는 이유다.
유광종 국제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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