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독도 문제에 대해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독도가 분쟁지역이라는 태도를 취함으로써 사실상 일본을 도와주고 있다.
미 국무부의 곤잘로 갈레고스 부대변인은 28일 미 지명위원회(BGN)가 독도를 '주권 미지정 지역'으로 규정했지만 이것이 미국 정부의 입장 변화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렇지만 미 지명위원회는 국무부의 자문을 거쳐 주요 현안에 대한 방침을 결정하기 때문에 국무부의 해명이 외교적인 수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미 의회도서관과 중앙정보국(CIA) 등이 독도를 분쟁 지역으로 명기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1977년에 독도를 '리앙쿠르암'으로 부르기로 결정했고, 이 방침에 따라 미국의 관련 기관들이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분류해 한국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독도에 대한 배타적인 주권에 손상을 입히고 있다.
이태식 주미대사 등 한국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28일 존 네그로폰테 국무부 부장관 등과 만나 미 지명위원회의 독도 영유권 표기 변경에 항의하고, 원상 복구를 요구했다.
국무부는 한국 정부 측의 강력한 요청을 받고 이날 두 차례에 걸쳐 독도 문제 대책회의를 가졌다고 한 외교 소식통이 말했다.
국무부의 내부 회의에서 일부 참석자들은 한국의 입장을 고려해 한국이 실효적으로 독도를 지배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개진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다른 참석자들이 한국과 일본 간의 분쟁에 미국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반대 입장을 피력했고, 결국 국무부는 불개입 쪽으로 입장 정리를 했다고 외교 소식통이 말했다.
국무부는 이 회의 결론을 토대로 갈레고스 부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미국 정부 입장을 설명토록 했다. 갈레고스 부대변인은 "미국은 수십년간 주권 문제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고, 그 섬들을 지칭하기 위해 리앙쿠르암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왔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가 이처럼 리앙쿠르암이라는 용어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함으로써 미국의 관련 기관들이 독도 표기를 리앙쿠르암으로 바꾸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 의회도서관이 도서의 주제어 분류를 할 때 독도 대신 리앙쿠르암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려다 잠정적으로 이 같은 작업을 중단했지만, 언제든지 이를 다시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 정부는 또한 영유권 분쟁이 있는 지역에 대한 표준화된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이는 곧 독도 표기를 하나씩 삭제해 나갈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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