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이면 제17대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다. 이명박 당선인은 청와대의 상징인 봉황무늬의 문장을 취임 후 청와대에서 없애라고 지시한 바 있다. “봉황이 왕조시대의 잔재 같은 고압적이고 권위적인 인상”을 주기 때문이라는데, 이는 봉황이 우리 겨레와 역사에서 차지하는 상징적 의미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듯하다.
봉황은 용을 주된 토템으로 하는 한족에 의해 이족으로 불렸던 동이족(東夷族)의 새를 지칭하는 토템이다. 봉황의 원형은 동이족을 상징하는 삼족오(三足烏)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태양 속에 살고 있는 세 발 달린 까마귀’는 현조(玄鳥) 혹은 삼족오로 불렸다. 한편, 봉황은 수컷인 봉과 암컷인 황을 함께 지칭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봉(鳳)과 황(凰)의 원래 뜻은 봉이 바람과 큰새를, 황은 새 중의 왕과 태양을 의미한다. 따라서 현조인 삼족오나 봉황 모두 태양 새를 지칭하는 같은 성격의 신조(神鳥)임을 알 수 있다. 곧, 삼족오가 분화 발전하는 과정에서 이상화돼 형성된 것이 바로 봉황이다.
우리나라는 옛날부터 동방예의지국으로 일컬어졌고, 봉황은 동방의 군자 나라에서 태어나 뭇새를 이끌고 하늘을 난다는 말을 상기시켜 볼 때 봉황과 우리 겨레와의 밀접한 관련성을 엿볼 수 있다. 한국은 ‘봉의 나라’라 할 만큼 봉황은 우리 역사에서 한순간도 단절됨 없이 지속적으로 표현돼 왔다. 고구려 고분벽화의 삼족오, 백제 금동대향로의 봉황, 신라 서봉총 출토 금관의 새무늬 장식, 고려의 봉황문 동경과 석관 상부에 표현된 봉황, 조선 궁궐의 정전 앞 층단 중앙 답도의 봉황문과 정전 천장에 장식된 봉황 등이 그 대표적인 보기다. 오늘날에는 대통령의 문장 및 국쇄 장식의 봉황 등으로 그 맥을 잇고 있다.
더욱이 고구려 등 한국의 상고사를 중국 역사에 편입시키고자 하는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응해야 하는 오늘의 역사적 현실을 고려할 때, 겨레의 문화 계통성과 전통성을 엿볼 수 있는 봉황과 같은 상징물을 우리 스스로 포기하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대통령 문장도 몇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봉황 한 쌍과 무궁화가 대통령의 문장으로 채택된 것은 1967년 박정희 대통령이 재선되던 해다. 무궁화는 1963년 국가 문장으로 제정된 것이고 여기에 봉황을 더해 대통령의 문장으로 만든 것이다. 그런데 왜 대통령 문장에 봉황과 무궁화를 썼는지를 두고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또한 지금과 같은 디자인의 대통령 문장이 무엇을 상징하고 있는지도 밝히고 있지 않다. 따라서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대통령 문장에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고, 아울러 봉황과 무궁화를 소재로 한 대통령 문장을 공모하여 이 시대에 맞는 새로운 디자인을 도출해 내는 것도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김주미/단국대 강사·고고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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