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놀고 있는 대한민국!

지성유인식 2007. 9. 21. 05:09

 

지난 7월 초 가짜 박사학위 의혹으로 시작된 전 동국대 교양교육원 조교수 신정아(35세) 사건, 당시 부산지방국세청장과 건설업자가 세무조사 무마용 뇌물 수수를 위한 식사 모임을 주선한 당시 대통령 의전비서관(정윤재, 43) 사건, 이 번 추석명절을 맞아 특정인을 선정 무슨 선물(?)을 받나 감찰에 나선 공무원 사회를 보면서 그야말로 대한민국은 놀고 있구나(놀고 있네!)란 느낌을 갖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신정아 사건은 과연 단독으로 그와 같은 사건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인가가 핵심으로 대두되고, 정윤재 사건은 검찰이 작년부터 수사하면서 정윤재씨가 당시 모임에 동석한 사실을 안 검찰이 왜 정윤재씨는 수사하지 않았나 하는 것이 핵심이며, 추석절 공무원 감찰은 청렴한 국가를 만들자는 것이 그 의도일텐데 과연 작금의 검찰 수사 및 공무원 행태가 그렇게 가고 있는가에 강한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신정아 사건은 2005년 동국대 교수 임용 당시, 금년 7월 광주비엔날레 총감독 선임 당시와 나아가 신정아씨의 출세(?)가도를 닥아 준 사람이 있을 것 아니냐는 것, 정윤재 사건은 과연 왜 그 식사장소에 동석하였는지, 추석절 공무원 감찰사항에 선물감시를 포함한 것은 선물과 뇌물의 구별 모호성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신정아 사건은 동국대 교수임용 당시 기획예산처 장관(이 사건에 연루 혐의가 확인된 후 사퇴한 대통령 정책실장)이던 변양균(52)씨가 일단 확인 되었는데 검찰과 법원은 증거확보를 위한 압수영장 발부에서부터 신경전을 벌이고, 지난 18일 신정아씨의 구속영장을 검찰은 청구하고 법원은 기각하였으며, 어제 정윤재씨의 구속영장을 검찰은 청구하고 법원은 기각하고, 상급자가 하급자와 또는 밥과 술 등을 먹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없는 실태(물론 공무원 행동강령이란 것에 안 된다고 명시되어 있지), 나아가 정부가 국익을 위해 외국 인사에게 주는 선물, 기관장과 기관장과의 정례모임 및 만찬은?

 

비약인지 모르겠지만 그야말고 놀고 있는 대한민국이란 느낌에서 벗어날 수가 없으니...

 

아침운동이나 가야겠죠?

난 나니까!

 

한국에서 보낸 시간이 30년, 미국에서 보낸 시간이 28년이다. 2년만 더 있으면 태어난 조국과 선택한 나라에서 산 기간이 같아진다. 미국 생활을 하면서 가장 좋다고 배운 점을 손꼽으라면 주저 없이 정직하게 사는 삶의 중요성이라고 말하고 싶다.

어린 시절부터 우리는 과장과 자랑의 세계 속에서 살았다. 아이가 조금 잘하면 부모는 “우리 집 아이가 천잰가 봐요. 한 마디만 가르치면, 열 마디를 하니까요”라는 식으로 부풀려 묘사했다. 아이에게 정직하게 자신의 인생을 살고 능력과 재주에 맞게 살며, 인생의 참 의미는 진실한 삶을 최선을 다해 즐겁고 겸손한 자세로 사는 데 있음을 가르쳐야 하지만 한국식 교육은 최고 우등생, 수재, 영재, 일등을 기르는 데 치중했다. 어린이는 자기도 모르게 어른을 따라 과장하고 자랑하고 부풀리거나 거짓말하는 환경 속에서 성장한다.


나의 한국 친구와 동료를 만나면 주눅이 들 정도로 잘난 사람뿐이다. 아들이 하버드대 입학 허가를 받았다고 입이 함지박만 하게 벌어진 친구, 돈 잘 버는 변호사 사위를 맞아 기가 솟은 교수, 기가 막힌 부잣집의 예쁜 막내딸을 며느리로 선택한 뒤 자랑하고 싶어 안달 난 대학 동창…. 듣고 있으면 한국 전체가 일등주의의 나라 같다.


부풀리고 거짓말 하는 한국사회


미국에 온 후 내가 가장 힘들게 배운 점은 과장 자랑 자기과시 거짓말 허영심에 가득 찬 미사여구의 표현, 이런 것이 쓰레기라는 사실과 이를 자신의 인간성과 삶에서 깨끗이 쓸어 내는 일이었다.


간단히 회의라고 해도 될 걸 국제회의라고 말하던 습관, 한국 외교통상부 미국과장과의 면담을 중요한 한국 고위직과의 면담이라고 브리핑에 쓰던 습관, 논문이 좋았다고 서너 동료가 말한 걸 회의 참가자가 다 좋아했다고 숫자를 늘리던 습관…. 이런 악습을 없애는 데 공을 들여야 했다. 정직의 참 의미를 일깨워 준 사람은 남편이었다. 남편이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은 정직한 삶의 아름다움을 일깨워 준 점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남편의 장점이 미국의 장점임을 알게 됐다.


인간 사회는 어디든 마찬가지라 사기꾼 도둑 강도 거짓말쟁이나 허영덩어리의 과장꾼이 미국에도 존재한다. 다만 가장 근본적인 가치는 정직함에 있다는 점을 미국 사회는 항상 강조한다. 빌 클린턴 대통령의 모니카 르윈스키 스캔들이 대법원에까지 간 이유는 그가 젊은 백악관의 인턴과 로맨스를 가져서가 아니라 “나와 그 여자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대통령의 거짓말 때문이다.


눈물을 잘 흘리는 다정다감한 그가 “정말 정신이 나가도 유분수지, 큰 실수를 국민에게 저질렀습니다. 인간적 약점이라고 받아 준다면 물러날 때까지 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하겠습니다”라고 호소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센티멘털한 미국인 대다수가 역시 눈물을 글썽거리며 박수를 보내고, 그를 탄핵하겠다고 나선 공화당을 미워했을 것이다. 그러나 클린턴은 미국이 가장 거부하는 인간적 약점, 즉 거짓말을 눈도 깜빡하지 않고 했다. 이 때문에 그는 위대한 대통령에서 치욕적인 대통령으로 내려앉았다.


바른 삶 사는 사람이 일등국민


학위 날조가 연이어 보도된다. 스님 예술가 연예인 학자 관리자…. 정말 아연할 정도다. 순수와 결백의 색깔인 흰 옷을 선호하는 민족, 대중 사우나에서 정신없이 물을 퍼부으며 청결히 몸 관리를 즐기는 민족, 찐득거리는 기름기 많은 중국음식점이 더럽다고 욕하는 위생최고주의의 한민족이 겉은 청결하지만 정신이 썩고 문드러진, 거짓투성이의 민족으로 전락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이런 거짓말쟁이가 오히려 정직하고 바른 삶을 사는 사람보다 득세하고 잘사는 나라가 된다면 한국의 장래는 어둡다.


내가 북한 체제의 종언을 원하는 이유는 그 나라가 정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거짓이 국가 전략이며, 국민 통제 전략인 나라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그런 북한을 모방하려고 하는가. 한국은 기로에 서 있다. 정직한 나라, 정직한 국민이 가장 위대한 나라이며 일등 국민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오공단 미국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원(donga.com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