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과 현실

공직자가 33년 이상을 대과 없이 마치고 정년퇴직할 때 국가에서는 그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훈장을 수여해 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과는 없지만 지금의 실정에, 본인이 훈장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판단하여 훈장을 포기했다는 기사가 조금은 상큼하여 올려 봅니다.

“교육 이 모양인데 훈장은 무슨…”

내년 2월 경남 마산합포고등학교에서 정년퇴직하는 사회담당 김용택(61·사진) 교사는 33년 이상 근무한 교원에게 주어지는 훈장을 스스로 포기했다.

김 교사가 경남도교육청에 옥조근정훈장 포기서를 낸 것은 지난달 말. 그는 포기서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결성에 참여해 수배 및 구속되면서도 무너지는 교육을 살려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여전히 우리의 교육은 입시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이 같은 교육 현실과 무거운 짐을 후배 교사에게 남기고 떠나면서 훈장을 받을 수는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1969년 교직에 투신한 그는 1989년 전교조 결성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4년 8개월간 교단을 떠나야 했던 ‘전교조 1세대’다.

김 교사는 “공적이 없어도 재직 기간에 따라 주어지는 훈장은 의미가 없다”며 “훈장을 볼 때마다 아이들과 제자에게 부끄러울 것 같아 포기서를 냈다”고 말했다.

전교조 경남지회장, 전교조 위원장 권한대행, 미래를 준비하는 노동사회교육원 이사장 등을 지낸 그는 2월 ‘이 땅에 교사로 산다는 것은’이라는 책을 펴냈다.

마산=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