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다르게 서울시에서 서울시의 짜뚜리 땅에 공동주택을 건축하기 위해 설계공모를 했는데 심사과정을 일반 시민 등이 지켜볼 수 있도록 공개하였다.
지난 22~23일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 이색적인 공모전 심사가 있었다. 서울시가 지난해 말 유휴부지를 활용해 8만 가구의 공공주택을 짓겠다고 밝힌 것 중 연희·증산 지구의 설계안을 뽑는 자리였다. 두 곳 모두 빗물펌프장 위에 청년 주택을 짓는다. 각각 5팀의 건축가가 최종심사까지 올라왔다.
통상적으로 비공개로 진행됐을 심사였다. 그런데 심사장에는 넓은 관중석이 있었다. 건축가의 발표부터 심사위원들의 질의응답 및 토론까지 모든 심사 과정이 낱낱이 공개됐다. 사전에 신청한 시민은 누구나 관람할 수 있었고, SNS로 생중계됐다.
국내 최초의 시도다. 공공건축물을 짓는데 연간 30조원에 가까운 공사비를 쓰는데 지금껏 ‘짜고 치는 심사’에 대한 불만이 많았던 터다. 심사 내용은커녕 심사위원 명단 공개도 꺼렸다. 건축가는 블라인드 발표를 해야 했고, 심사위원은 당선작을 누구로 할지 토론하면 안 되고 점수를 매겨야 했다. 공정하게 진행하기 위함이었는데 이 익명성이 되려 공정함을 해쳤다. 밀어주고, 당겨주는 은근한 관행이 판쳤다.
이날 심사장에서는 응모했으나 낙선한 건축가들도 와서 심사를 관람했다. 다른 참가자들이 발표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는 이도 있었다. 한 참가자는 “내가 왜 떨어졌는지 알 수 있어 속 시원하다”라고 했다. 심사위원장인 김인철 건축가가 당선작을 발표하자 기립 박수가 나오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응모자끼리 악수하며 축제 같은 분위기가 이어졌다”고 전했다.
증산지구 당선작으로 이진오 건축가의 ‘살아있는 인프라 건축’(Live Infrarchitecture·사진), 연희지구는 조민석 건축가의 안이 뽑혔다. 이진오 건축가는 도시에 잊힌 섬처럼 있었던 빗물펌프장 위로 300명의 청년이 살아갈 새로운 도시를 만들었다. 지역주민과 청년 간의 교류와 공유가 키워드인 데다가, 청년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가가호호 계획한 것도 흥미롭다. 새로운 생활건축의 시대가 조금씩 열리고 있다.
한은화 건설부동산팀 기자(중앙일보 2019.7.30. 사설/칼럼)
<증산지구 공동주택 설계공모 당선작
(주)건추사사무소 에스에이에이아이, 은평구 증산동 238-4일원, 대지면적 5,609.1, 연면적 10,000, 1인주택 100, 공유주택 200>
<연희지구 공동주택 설계공모 당선작
(주)건축사사무소 매스스터디, 서대문구 연희동 446-27일원, 대지면적 3666.1, 연면적 9,000, 1인주택 100, 공유주택 100>
자서한 내용은 "PROJECT SEOUL (http://project.seoul.go.kr)"에서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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