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갈아 엎는 달
신동엽
내 고향은
강 언덕에 있었다.
해마다 봄이 오면
피어나는 가난.
지금도
흰 물 내려다 보이는 언덕
무너진 토방가선
시퍼런 풀줄기 우그려 넣고 있을
아, 죄 없이 눈만 큰 어린 것들.
미치고 싶었다.
4월이 오면
산천은 껍질을 찢고
속 잎은 돋아 나는데,
4월이 오면
내 가슴에도 속잎은 돋아 나고 있는데,
우리네 조국에도
어느 머언 心底, 분명
새로운 속잎은 돋아오고 있는데,
미치고 싶었다.
4월이 오면
곰나루서 피 터진 동학의 함성,
광화문서 목 터진 4월의 승리여.
강산을 덮어,
화창한 진달래는 피어 나는데,
출렁이는 네 가슴만 남겨 놓고, 갈아 엎었으면
이 균스러운 부패와 향락의 不夜城 갈아 엎었으면
갈아 엎은 漢江沿岸에다
보리를 뿌리면
비단처럼 물결칠,
아 푸른 보리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