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4월은?

지성유인식 2019. 4. 20. 00:38

 

 

 

 

4월은 갈아 엎는 달

신동엽

 

내 고향은

강 언덕에 있었다.

해마다 봄이 오면

피어나는 가난.

 

지금도

흰 물 내려다 보이는 언덕

무너진 토방가선

시퍼런 풀줄기 우그려 넣고 있을

아, 죄 없이 눈만 큰 어린 것들.

 

미치고 싶었다.

4월이 오면

산천은 껍질을 찢고 

속 잎은 돋아 나는데,

 

4월이 오면

 

내 가슴에도 속잎은 돋아 나고 있는데,

우리네 조국에도

어느 머언 心底, 분명

새로운 속잎은 돋아오고 있는데,

 

미치고 싶었다.

 

4월이 오면

 

곰나루서 피 터진 동학의 함성,

광화문서 목 터진 4월의 승리여.

 

강산을 덮어,

화창한 진달래는 피어 나는데,

 

출렁이는 네 가슴만 남겨 놓고, 갈아 엎었으면

이 균스러운 부패와 향락의 不夜城 갈아 엎었으면

 

갈아 엎은 漢江沿岸에다

보리를 뿌리면

비단처럼 물결칠,

아 푸른 보리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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