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생각 판단의 오류

지성유인식 2019. 3. 14. 09:33

다음은 새전북신문 10면의 김정태(전북도립국악원 학예연구팀장)님의 "택시비 만원 내 손님"이란 글이다.

 

나 자신이 살아 오면서 이런 오류에 빠진적이 많았던 것 같다.

 

오래전 지인으로부터 들은 어떤 사람이 술을 한잔 마시고 택시비 만원을 낸 손님에 관한 이야기이다. 회사에 다니던 직장인이 하루일과를 마치고 친구와 술 한 잔하고 늘 집에 가려고 택시를 탔다.

 

그는 늘 그랬듯이 택시요금은 만 원만 내면 되는 거리라서 “기사님! 어디로 갑시다. 택시비 먼저 드릴게요” 말하고 택시비 만원을 먼저 냈다.

 

얼마 후 택시기사는 “손님 다 왔어요! 택시비 주셔야죠!” 그러자 손님이 “아니 택시 탔을 때 먼저 냈잖아요!” 기사가 놀라며 “예? 아니 누가 택시비를 내릴 때 내지, 탈 때 내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손님은 점잖게 “기사님 제가 늘 다니는 길이라 요금을 정확히 알아요. 그래서 택시비를 먼저 냈어요!” 기사는 여전히 “아닙니다. 안 냈습니다!” 손님은 기분이 불쾌했지만 “내가 술 한 잔 했다고 그 정도 분별력이 없진 않아요. 택시요금 먼저 냈어요!” 기사도 언성을 높이며 “손님, 택시비 안 받았으니까 안 받았다고 하는 거잖아요. 손님, 요금 주시지 않았어요!”

 

이렇듯 옥신각신하다 결국 싸움이 벌어져 파출소에 갔다. 경찰은 손님이 술 취한 사람이라고 그의 말을 들어주지 않고 “손님, 많은 돈도 아닌데 그냥 만원 주고 가십시오.” 하며 결국 택시기사 말을 믿어줬다.

 

일이 이쯤 되면 생각을 더듬어서 “이 택시기사가 돈이 되게 궁했나보다! 그래 택시비 안 냈다고? 그래 그것 얼마 되지도 않는 돈, 내가 줄게” 그랬다면 일이 마무리 지어지고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자 손님에게는 돈 만원이 문제가 아니라 자존심이 걸린 문제가 되었다. 그래서 파출소 집기를 발로 차고 난동을 부렸다. 결국 공무집행 방해로 며칠간 구류를 살고 나왔다.

 

경찰서에서 나온 손님이 지난 일을 생각하니 너무 열이 났다. 마음속에서 울화통이 터지고 화산이 폭발했다. 손님은 그 길로 주유소에 가서 휘발유를 한통 사서 파출소 앞에 갔다. 그리고 “파출소장 나와서 사과해! 너희들이 민중의 지팡이라고 하면서 자세히 알아보지도 않고 기사말만 듣고 나를 억울하게 해? 안 나와? 사과 안 해? 불붙인다!” 그래서 몸에 불을 붙였다.

 

결국 큰 화상으로 입원했다. 많은 사람들이 병문안 와서 “네가 얼마나 분하면 몸에 불을 붙였겠냐? 그 택시기사 정말 나쁜 사람이다!” 모두 손님 편을 들어 주었다.

 

그런데 어떤 한 사람은 “당신 참말로 나쁜 사람이다!”라고 나무랐다.

 

그러자 이 사람이 그 말을 못 받았다. “택시비 낸 내가 나쁜 놈이야? 받아쳐 먹고 안 냈다고 하는 놈이 나쁜 놈이지!” 어떤 사람이 “아니 택시 타고 택시비 낸 게 당연한 거지 뭐가 그리 당당한 거냐?” 서로 대화가 안 되니까 막 소리 지르고 나가라고 했다.

 

그러자 어떤 한 사람은 “더 있으라고 해도 냄새 나서 안 있어. 그런데 한 마디만 해주고 갈게. 당신이 택시비 만원 낸 것은 한쪽으로 놔두고, 지금 당신이 한 짓을 생각해봐라. 몸에 불을 질러 부모보다 일찍 죽는 불효를 저질렀고, 부인 과부 만들고, 애비 없는 자식 만들고, 인생을 비참하게 끝내게 된 것이야말로 악한 것 아니냐?”

 

이 사람이 택시비 만원 냈다는 생각에만 빠져 있다가 어떤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자기가 한 행동이 얼마나 악한 짓이었는지 그제야 불이 들어왔다.

 

하지만 몸은 이미 썩어가고 냄새는 말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거의 죽음 앞에서 이르러 “아! 내가 진짜 어리석었구나!” 그걸 깨달았지만 상황을 돌이킬 수 없었다.

 

자기가 택시비 냈다는 옳음만을 주장한 고집이 결국 자기인생을 잃고 가족에게 큰 고통을 주는 결과가 되었다.

 

인생을 살다보니 살아온 경험에 비추어 내 기준이 옳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다른 사람은 잘못 되었다고 판단할 때가 많다.

 

내 경험을 통하여 형성된 잣대는 언제든지 틀릴 수도 있는데, 그것이 마치 진실인 마냥 속을 때가 종종 있다.

 

한 가정을 이루고 사는 부부 사이에도 사소한 일로 부딪치고 다툴 때가 있다.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돌려 생각하여 “여보! 미안해!” 하며, 내 옳음을 내려놓을 때 보다 행복한 가정을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오늘 하루 내 옳음을 한 번 내려놓으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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