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교훈

진취적 창조적 투자의 필요성 - 중국의 지리자동차와 현대자동차의 비교

나는 새 2018. 3. 16. 11:31

◇ 지리의 다임러 지분인수와 현대차의 삼성동 한전 부지 인수


지리의 다임러 지분인수 뉴스를 듣고 떠올린 건 현대차의 삼성동 한전 부지 인수다. 금액 규모도 엇비슷하다. 9조6000억원과 10조5500억원. 현대차가 땅을 사는 대신 다임러 지분을 살 수는 없었을까?

지리자동차는 현대차와 비교도 되지 않던 기업이다. 2010년 볼보를 인수할 때도 뱀이 코끼리를 삼켰다고 할 만큼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이번 다임러의 지분인수 과정도 드라마틱하다. 중국의 저장성 출신 상인인 리수푸가 누구도 생각지 못한 기발한 금융기법으로 다임러 지분을 9.7%나 인수한 것이다.


지난해 리수푸가 다임러에게 지분인수와 기술 공유 협정 체결을 타진했지만, 다임러는 단 칼에 거절했다. 외신에 따르면 리수푸는 즉시 홍콩 페이퍼 컴퍼니와 파생상품, 은행 파이낸싱 및 주식옵션 같은 방법을 총동원해서 암암리에 다임러 지분을 매수하기 시작했다.


투자진행과 자금조달은 모건스탠리와 BOA메릴린치를 활용했다. 또한 지리는 모건스탠리 출신 인사를 고용해서 독일의 주식대량보유공시제도를 피하는 방법을 강구했다. 독일은 주식을 3% 이상 보유하게 될 때와 5% 이상 보유하게 될 때 공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리수푸의 다임러 지분 인수작전은 대성공이다. 누구도 리수푸가 지분을 9.7% 매입할 때까지 알아채지 못했다. 독일에서 주식대량보유공시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지리자동차와 다임러의 움직임은 남 얘기가 아니다. 현대차한테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리의 다임러 지분인수가 알려졌을 무렵, 다임러는 베이징벤츠와 공동으로 약 2조원을 투자해서 중국에 생산라인을 신규 건설한다고 밝혔다. 베이징현대의 중국측 파트너인 베이징자동차는 벤츠와 합작사인 베이징벤츠를 운영하고 있다.

향후 베이징자동차가 고급 브랜드 이미지가 부족한 베이징현대보다 베이징벤츠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지리자동차의 다임러 인수에서도 알 수 있듯이 중국 자동차 기업의 목표는 이제 현대가 아니라 벤츠다. 중국 자동차기업의 성장으로 인해 지금은 중국 시장에서 현대차의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지만, 앞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자동차기업이 직접적인 경쟁기업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짝퉁만 만든다고 얕보던 중국 자동차기업이 ‘야성적 충동’으로 가득찬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우리가 걸을 때, 그들은 뛰었던 것이다. 만약 현대차가 10조원을 가지고 땅을 사는 대신 인수합병에 나섰다면 어땠을까?

김재현 머니투데이 이코노미스트 zorba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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