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미래 모습은 어떨까? 지금으로부터 40년 후를 서로 다르게 바라볼 수 있다. 2050년에 1인당국민소득이 8만 달러에 도달하여 세계 2위가 될 것이라는 골드만삭스의 낙관적 전망이 있는가 하면, 1인당국민소득이 8,700달러로 줄어들어 1994년 경제수준이 될 것이라는 삼성경제연구소의 비관적 전망도 있다. 세계체제안에서 잘되면 중심부로 올라설 수 있지만, 잘못되면 주변부로 떨어질 수 있다는 가상 시나리오다.
흥미로운 사실은 낙관과 비관이 각기 통일과 분단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일한국이란 관점에서 최상의 시나리오가 낙관적 전망이고, 분단한국이란 입장에서 최악의 시나리오가 비관적 전망이다. 여기서 우리는 남한과 북한이 결합하기 위해서 만만치 않은 ‘통일비용’이 필요하며, 또한 남한과 북한 사이의 대결이 지속되는 한 ‘분단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통일비용’을 상회하는 ‘분단비용’
최근 통일세 도입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통일비용에 관심이 집중되다 보니 분단비용에 대한 논의가 가려지고 있다. 한반도처럼 분단의 역사가 반세기를 넘는 경우 분단비용이 통일비용을 훨씬 상회하는 것은 상식이다. 해방이후 남한과 북한 사이에 분단이 지속됨에 따라 치러온 비용을 ‘분단비용’이라 한다면, 앞으로 통일이 이루어질 것을 가정하여 그 이후 남북이 결합하는 과정에서 쓰여질 비용을 ‘통일비용’이라 정의할 수 있다. 남북대치로 인한 인적.물적 손실을 모두 분단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다면, 통일비용은 남북의 사회경제적 수준이 걸맞을 수 있게 하기 위한 모든 경제적·비경제적 소요를 포함할 수 있다. 분단비용으로는 군사적 충돌로 인한 인명손실, 이산가족의 정신적 고통, 국제사회에서 신인도 제약, 해외로의 인구이주, 과도한 군사비 지출, 사회복지예산의 한계 등을 들 수 있다. 반면 통일비용은 북한 주민의 1인당국민소득이 일정 기간안에 남한 주민이 그것과 같게 되기 위하여 남한이 투자하고 지출해야 하는 재정소요액을 가리킨다.
독일의 통일은 동서독 사이 오랫동안에 걸친 경제 협력과 사회문화적 교류의 덕택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냉전체제의 해체 와중에서 구쏘련, 미국, 영국, 불란서 사이의 이해관계 변화가 외부 환경을 마련해 준 것은 명백하다. 그럼에도 서독과 동독 사이의 부단한 대화와 접촉이 없었다면, 독일인들은 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의지를 가다듬지 못했을 수도 있다. 분단국가보다는 통일국가가 국제사회에서 독일의 위상을 높여줄 수 있다는 자각은 서독과 동독 사이의 소득격차가 더 늘어나기 전에 결합을 함으로써 분단비용의 누적으로부터 벗어나 통일비용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을 유도했다고 볼 수 있다.
남북한의 통일비용에 대해서는 여러 추계가 있으며, 분단비용은 이의 수십배에 달할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바 있다. 현시점에서 30년 잡고 통일비용이 적게는 3,000억 달러에서 많게는 2조 5,0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추계가 있다. 남한의 1년 예산이 2,500억 달러임을 고려하면 가히 천문학적 비용이다. 우리보다 경제규모가 큰 독일이 통일이후 20년간 2조5,000억 달러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참고하면, 과연 한국이 단독으로 막대한 통일비용을 감내할 수 있을지 매우 회의적이다.
‘돈’보다 ‘마음’이 중요
그러므로 언제 다가올지 모를 통일에 대비하여 그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가장 화급한 과제다. 최선의 방법은 교류와 협력을 통해 북한의 경제가 자활할 수 있게 함으로써, 한편으로 긴장완화를 통해 분단비용도 줄이고 다른 한편으로 체제전환을 통해 통일비용도 줄이는데 있다. 물론 지난 10년간 북한의 개방과 개혁 실험은 주체사상이란 폐쇄회로에 갇혀 더 이상 진전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3대세습이란 반(反)사회주의적 일탈아래 후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국민의 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최근 3년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의 여론조사 보고가 있다. 오랜 분단의 고통으로 인한 통일에 대한 갈망이다. 문제는 독일의 통일이 보여주고 있듯이, 비록 같은 민족이라 하더라고 새로운 집합적 정체성(collective identity)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돈’의 힘도 필요하지만 ‘마음’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통일세의 도입에 앞서 남북 사이의 오해를 줄이고 이해를 높이기 위한 인적 왕래와 물적 교환이 활발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바로 경제 협력과 사회문화적 교류에 다름아니다.
임현진 (서울대 교수, 정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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