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호에 대한 우리의 의견

한반도 지정학적 숙명론의 극복

나는 새 2009. 12. 16. 16:06
한반도 지정학적 숙명론의 극복
진징이 (북경대 교수)

주제는 ‘대한민국 영토분할 시도와 그 대응의 역사’, 부제는 ‘지정학적 숙명론 극복과 통일전망’. 지난주 한국학중앙연구원 주최로 열린 학술회의 내용이다.
한반도 분단의 뿌리를 역사에서 찾아보는 회의였다. 뿌리는 생각보다 훨씬 깊었다. ‘분할론’은 임진왜란 때부터 거론되었고 청일전쟁 러일전쟁까지 이어졌다.
2차 세계대전이 종식되면서 ‘분할’은 논의할 사이도 없이 현실로 다가왔다. 미소의 분할 점령은 영토분단에서 정치분단으로, 결국 전쟁으로 이어졌다. 38선은 군사분계선으로 고착되었다.
역사가 그러했기에 지정학적 숙명론이 나왔을 것이다. 숙명이란 타고난 정해진 운명을 가리킨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숙명론이라고 하면 그것은 오히려 극복할 수 없는 정해진 운명이라고 말해야 맞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것을 극복하려고 한다. 극복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지정학이라고 하면 극복할 수 없는 것이 있는가 하면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있기도 하다. 지정학의 중요한 요소인 지리적위치는 상대적으로 변화되지 않는, 극복할 수 없는 요소일 것이다.
다른 요소들인 시대적 배경, 주변국들의 지정전략과 같은 것들은 변화하는 것이며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극복할 수 있다는 요소도 말이 극복이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한반도 역사는 말해주고 있다.
19세기 말 20세기 초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서 38도선과 39도선이 청과 일, 러와 일의 한반도 분할선으로 논의됐다. 그 배경은 주요 자본주의 국가들이 제국주의 단계로 진입하면서 벌인 식민지쟁탈이었다. 그 와중에 한반도는 열강들의 지정전략 범위에 들어가면서 열강들의 각축장이 되어 버린 것이다.

만민공동회의 역사적 교훈
한국은 지정학적 운명을 벗어나기 위해 협력국과 제휴하여 적대국을 제어하는 이이제이(以夷制夷)의 패턴으로 인아거일(引俄拒日)과 같은 전략을 펼쳤지만 오히려 강대국이 개입하는 빌미만 제공했다.
당시 약소국이 강대국의 개입을 극복한다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것이었다. 하나의 가설이지만 19세기 말 서울 종로거리를 휩쓸었던 서재필의 만민공동회가 소기의 목표를 달성했다고 가정하면 한반도의 운명은 어느 정도 바뀌지 않았을까? 이런 가설을 피력하는 것은 만민공동회가 러시아와 일본의 대한반도 전략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쳤다고 역사가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패망 후 한반도는 미국과 소련의 지정전략에 포함되어 남북으로 분할된다. 어찌 보면 해방을 남의 손에 의해 맞이해야 했던 운명의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또 가설을 펼쳐볼 때, 만약 자기 손으로 광복을 이룰 수 있었다면, 또는 그 해 12월의 모스크바 삼상회의 결과에 대해 찬탁 일변도, 혹은 반탁 일변도로 대응했다면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한국의 독립은 이미 카이로회담에서 약속되었던 만큼 전후의 시대적 배경은 19세기 말 20세기 초 보다는 훨씬 이로웠다 할 수 있었다. 잠꼬대로 들릴 수도 있지만 그때 한반도가 일심동체가 되었다면 강대국들은 지정전략을 펼칠 틈새를 찾지 못했을 수도 있다.
서재필의 만민공동회는 자주독립을 지향한 기적에 가까운 대중집회였다. 그 운동이 무너진 것은 열강에 앞서 내부에 의해서였다. 한반도 정치적 분열의 상징인 찬탁과 반탁, 그 역시 따지고 보면 외적요소가 내적요소에 의해 작용한 것이었다.
이런 점에서 다시 보면 한반도의 지정학적숙명론이 극복할 수 없는 요지부동의 상태만은 아니다. 그것은 내적요소에 의해 적어도 숙명의 흐름을 어느 정도 바꿀 수는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반도 내부에서 대안 찾아야
오늘날 한반도 지정학의 중요 요소인 시대적 배경은 19세기 말이나 전후와는 비교가 안될 만큼 변하고 있다. 큰 흐름은 세계화와 지역경제블럭화이다. 한반도 지정학적 숙명론을 극복할 수 있는 최적의 시대적 배경이다.
그럼에도 강대국들의 지정전략은 아직도 한반도를 맴돌고 있다. 가장 중요한 원인은 한반도의 분단이 대국들이 한반도를 장으로 지정전략을 펼칠 수 있는 구실을 제공하는 것이다. 결국 한반도 지정학적 숙명론을 극복하는 최우선 과제는 분단상태를 종식시키는 것이다.
통일은 아니더라도 남북의 화해와 협력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남북이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강대국들의 지정학적 관심은 멀어져 갈 것이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숙명론을 극복하는 주체는 한반도이지 다른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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