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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韓民國 天安艦

지성유인식 2010. 4. 4. 23:57

천안함 사건(?)과 관련하여 우리 국민들이 혼돈(란)에 쌓여 있는데

이에 대한 원인을 분석한 기사가 있어 전재합니다.

 

천안함 침몰, 청와대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왜?

 

지난 26일 천안함 침몰 이후 1주일 동안 이명박 대통령은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보고하라"고 거듭 지시했으나, 국방부를 비롯한 군 당국은 "군사 기밀" 등의 석연찮은 이유로 정보 공개를 미적거리고 있다.

 

또한 <조선일보>가 군 관계자의 전언을 바탕으로 "북한 반잠수정 출몰", "군당국은 외부 공격 쪽으로 가닥", "함장은 피격보고" 등의 연일 단독보도를 내놓으면 청와대나 국방부는 이를 공식 부인하는 모습이 며칠 째 이어진다. 천안함 침몰 사건의 진실은 무엇인가? 또한 현 시점에서 사건의 진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이명박 대통령은 국군 통수권자다. 이 대통령은 천안함 침몰 직후인 26일 오후 10시께부터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지하벙커)에서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주재했다. 이 대통령은 상황 발생 후 지난주 주말까지 이 벙커에서 네 차례의 회의를 열었다.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위기관리판단관, NSC 위기관리 센터장, 청와대 위기관리비서관을 지냈던 류희인 예비역 공군 소장은 2일 오후 <프레시안>과 전화 인터뷰에서 "청와대는 지하상황실을 통해 2함대 사령부는 물론 침몰 현장을 자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시스템과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잔뼈가 굵었던 류 소장은 "천안함 침몰 이전부터 그곳을 들여다보고 있긴 어려웠겠지만 (침몰) 상황 발생 직후부터는 벙커에서 집중적으로 상황을 유지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상황실에서 천안함 침몰 당시의 구조 현장을 통제할 수 있지 않냐'는 질문에 대해 류 소장은 "기술적으로는 가능하겠지만 통상적으로 그렇게 하지 않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답했다. 류 소장은 "침몰 초동 상황에서 청와대가 구체적 지시를 내릴 필요가 있겠냐"며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침몰 이후'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달랐다. 국방부 공식 발표에 따르면, 속초함은 침몰 당일인 26일 오후 10시55분께 백령도 북방에서 42노트로 고속 북상하는 물체를 포착했다. 속초함은 적함이 천안함을 공격하고 도주하는 것으로 판단해 2함대사의 승인을 받아 밤 11시부터 11시 5분까지 76mm 함포를 발사했다. 당국은 최종적으로 이를 '새떼'라고 판단했다.

 

바로 그 시각, 이명박 대통령은 10시부터 그 상황을 모두 들여다볼 수 있는 청와대 벙커에서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었다. 침몰 직후 청와대 벙커에는 사건과 관련한 현재상황과 정보가 쏟아진다. 청와대가 상황을 파악할 수 있고 적극적으로는 통제까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류 소장은 "내가 상황실을 떠난 지 2년이 넘어서 지금 시스템은 잘 모르겠다"고 전제하면서도 "청와대 벙커에서 그 발포 전후 상황에 대해선 자세히 파악할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시스템이 엉망이 아닌 이상, 군당국이 청와대에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했다고 가정하면 '침몰 직후'부터 북방한계선 코 앞 미확인 물체에 대한 판단과 76mm포 발포, 생존자 58명에 대한 구조 등의 상황 전개는 평택 2함대나 국방부 뿐 아니라 청와대도 다 파악하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천안함 자체의 문제나 암초 등 세세한 변수까지는 몰라도 대해선 북한 관련성에 대한 초기 판단 등은 청와대가 손금 들여다보듯 파악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류희인 예비역 공군 소장은 현 청와대 상황실의 산파나 다름없는 인물이다. 김대중 정부 당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위기판단관을 지냈던 류 소장은 참여정부 출범 직후인 2003년 초 청와대 지하벙커에 NSC 상황실 설치를 진두지휘했다. 130여㎡ 규모의 상황실에 설치된 전자상황판에는 육해공군사령부·경찰청·산림청·소방본부·한전 등 국내 20여 개 주요 기관이 실시간 전송해오는 각종 현장 상황이 들어온다.

 

원자력발전소의 실시간 가동 현황과 사고 유무, 지진파 상황, 산불 발생 현황, 국가 기간시설 화재·사고 현장 CCTV 화면도 포함될 정도다. 한반도 주변 360km 반경에서 운항 중인 모든 항공기 정보와 해군 함정은 물론 유조선 등 주요 민간 선박 정보도 모니터할 수 있다. 비서관급의 센터장 휘하에는 각군과 경찰, 국정원 등 관련 기관에서 파견 나온 인원들이 24시간 상황을 유지한다.

 

하지만 이 상황실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적잖은 고초를 겪었다. 사실상 'ABR(Anything But Roh, 노무현만 아니면 돼)'의 기치로 움직인 이명박 정부 인수위는 NSC 사무처와 함께 종합상황실도 해체키로 했다. 하지만 정권 출범 때 김병국 당시 외교안보수석 등도 해체를 강력하게 반대했고 결국 대통령실장 산하의 위기정보상황팀으로 격하됐고 인원도 축소됐다.

 

국방연구원 출신 2급 행정관이 지휘했던 상황팀은 지난 2008년 7월 고 박왕자 씨 금강산 피격 사건 당시 '위기 대처 능력 미흡'으로 질타를 받았다. 결국 2008년 8월 국가위기관리센터로 다시 확대 개편되며 1급 비서관이 센터장을 맡게 됐다. 그야말로 '노무현 시절'로 그대로 돌아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안함 침몰 사건 초기부터 청와대와 군의 기류는 상당히 달랐다. 거칠게 말하자면 청와대는 북한 관련성을 낮추는 쪽으로, 군은 공식적으로는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면서도 익명의 고위 관계자들을 통해 북한 개입설을 열어두는 쪽으로 흘렀다.

 

물론 천안함 침몰 사건 자체 뿐 아니라 한반도 긴장을 감안해야 하는 청와대와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는 군의 입장이 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청와대가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는 북한 관련 의혹이 군 수뇌부를 통해 공공연히 언론에 유포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내용이 나오는 대로 모두 공개하라"고 연달아 지시하지만 군 당국의 정보 공개 정도는 미흡하기 짝이 없다. 두 곳이 같은 정보를 공유하고 있음에도 온도 차이는 너무 크다.

 

청와대와 군의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니라면 군이 청와대의 통제 범위 밖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청와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던 복수의 인사들은 조심스럽게 '군의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청와대에 일부를 누락해 보고하거나 외부에 왜곡된 정보를 유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문학진 의원도 이날 긴급현안질의에서 "군이 책임을 면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를 안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국방보좌관실에서 근무했던 김종대 D&D포커스 편집장이 최근 발간한 <노무현, 시대의 문턱을 넘다>에는 남북한 군사력을 비교하라는 노 전 대통령의 지시에 국방부가 데이터를 조작해서 보고한 사례, 청와대가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외교부와 국방부가 대통령을 기망한 사례 등이 나온다.

 

또 청와대 출신 한 인사는 "군 관련 일이 꽤 힘 들었다"면서 "해당 군부대나 국방부에서 제대로 된 보고가 올라오지 않은 적이 꽤 있다. 자기들끼리 말을 맞춰버리거나 일부 언론과 장난을 쳐서 골탕을 먹은 적이 없지 않다"고 전했다.

 

이런 사례는 '좌파 대통령' 시절의 단면일 뿐일까? 천안함과 같은 급인 공주함 함장 출신으로 최근 최고의 전문가로 떠오른 김태준 박사의 말을 들어보면 짐작이 간다.

 

그는 2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2002년 연평해전 때는 군당국이 교신기록을 다 공개하고 생존자들 인터뷰도 적극적이었는데 왜 지금은 다르냐'는 질문에 "연평해전에서 승리했기 때문에 책임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면제될 수가 있다"면서 "그런데 지금은 그 상황과 다르지 않나?"고 답했다.

 

사건 현장을 장악하고 있고, 또 수습해야 할 군의 궁극적 목적은 '책임 최소화'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그럼 청와대는?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국방부가 설마 대통령을 속이겠느냐"며 "너무나 큰 일을 당하다 보니까 신속한 대응체제를 갖추지 못한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군을 두둔했다. 만약 사건 초기부터 정보 유통의 정점에 있던 청와대가 군의 기망을 알면서 모른 척 하는 것이라면, 사고 원인 등 각종 '미스터리'는 이미 짜여진 시나리오에 맞춰 '가공된 진실'로만 드러날 수도 있다.
 
/윤태곤 기자 (프레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