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루 만이라도/ 정미숙
사람이 살아가는 일상은 거기서 거기다
주어진 24시간을 어떤 방법으로 분배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뿐,
어떤 이는 꽃구경을 하며 반나절을 보내고
또 어떤 이는 바람 부는 언덕에 서서 외로움을 삼키고
어떤 이는 이 생각 저 생각으로 시침을 꽉 움켜쥔 채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부여잡고 생각을 털어내고
어떤 이는 어떤 이는
돌담길을 거닐며 향수에 젖어 울컥, 또 어떤 이는 덜컹거리는
시외버스를 타고 훌쩍 도심을 벗어나 보기도 하고
어떤 이는 지하도에 앉아 젊음을 탕진한 모습으로
후회하며 하루를 겨우 버텨내고
어떤 이는 하늘을 바라보며 우산을 준비하고
어떤 이는 하늘을 바라보며 창문을 열거나 닫거나
한 숨을 짓기도 하고 두 손을 모으기도 하고
빨랫줄에 걸려진 옷가지들을 주섬주섬
가슴으로 안아 집안으로 들이기도 하고
어떤 이는 또 어떤 이는 책을 사러 서점으로 가기도 하고
어떤 이는 반쯤 열린 가방을 들고 급히 시장으로 향하기도 하고
그 어떤 이는 그 어떤 이를 바라보며
일상을 변화시키려 다짐을 하기도 하고
스물 네 시간은
바로 스물 하고도 내 시간이 아닌, 네 시간인 것이다
그 네 시간을 내 시간으로 흡수시켜 버릴 순 없을까
단 하루만이라도.
출처 : 정미숙 시인 서재
글쓴이 : 정미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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