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가 되면 사람들은 '또 한해가 가는구나..'하고 되뇌이곤 한다. 세월이 빨라서가 아니라 인생이 유한하여 이런 말을 하게 될 것이다.
새색시가 시집와서 첫눈 30번만 보면 늙고 마는 우리네 인생. 우리가 천년 만년 살 수 있다면 한해 한해 가는 것이 애석하게 여겨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세모의 정은 젊은 사람보다는 나이든 사람이 더 느끼게 된다.
흔히들 인생의 속도를 40대는 시속 40킬로, 50대는 50킬로, 60대는 60킬로미터로 달린다고 한다. 남은 햇수가 적어질수록 1년은 더 빠른 것이다.
돌이켜보건데 50년 넘은 세월 동안을 헛되이 보낸 것 같다. 청년기 시절엔 학구에 충실하지도 불의와 부정에 항거해 보지도 못했고, 중년기엔 민족과 사회를 위하여 뚜렷이 보람있는 일도 하지 못하고 그져 그렇게 하루하루를 일주일 일주일을 한해 한해를 젖은 짚단을 태우듯 살아왔다.
몇해전 '인생은 50부터..'라는 말을 고쳐서 '여자의 인생은 50까지..'라고 하여 어떤 여자의 가슴을 아프게 한 일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인생은 오십부터도 아니요, 오십까지도 아니다.
젊었을 때는 젊었을 때 대로 젊음의 열정과 낭만이 있고, 나이들면 나이 든 대로 여유와 품격이 있다. 어느 나이고 다 살만한 나이다.
나이 50이 넘으니 어느덧 머리엔 잔설이 많이 내려 앉았다. 검은 머리보다야 못하지만 그렇다고 굳이 물을 들여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오히려 온아하고 품위가 느껴져서 좋은 것 같기도 하다.
젊어 정열에다 몸과 마음을 태우는 것과 같이 좋은 게 있으리오만 50이 넘으니 애욕과 번뇌, 실망에서도 조금은 해방되는 느낌이다. 어제 게시판에서 앤 타령을 했지만 그것은 위선이요, 순전히 남성미를 과시하기 위한 뻥이다.
올해가 간다 하더라도 그다지 슬퍼할 일은 아닌 듯 싶다.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찬란한 해다 다시 떠 오르니까...
새해에는... 빨리 통풍을 치료하여 그동안 자주 오르지 못했던 북한산에 자주 오르고 싶다. 일년에 한번 정도는 지리산 정상에서 하루밤을 머물며 장엄한 노을과 쏟아지는 별빛과 골짝에 자우기 서려있는 하얀 안개를 보고싶다.
내년에는 마주하는 사람마다에게 좀더 편안한 표정과 미소짓는 모습으로 대하리라. 그래서 좋은 인간관계를 맺어지는데서 오는 행복감을 만끽하고 싶다. 또한 좋은 책과 음악을 더 많이 접해서 피곤해진 영혼을 맑게 하고 싶다.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이 있는 법...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새해에는 고유가, 고환율, 미국의 금융위기로 어려워진 경제에서 빨리 벗어나 우리 친구들에게 좋은 일, 기쁜 일만 많이 많이 생겼으면 정말 좋겠다.
친구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출처 : 남성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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