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한테서 배울 것
김 민 환(고려대 언론학부 교수)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로 뽑힌 버락 오바마는 우리 개념으로 말하자면 시민운동가 출신이다. 그는 콜롬비아대학을 졸업한 뒤 시카고의 빈민지역에서 한동안 공동체운동을 벌였다. 하버드대학 법과대학원을 마친 뒤에도 그는 한동안 인권변호사로 일했다.
그의 출신성분을 살펴보면 그가 시민운동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읽을 수 있다. 그는 케냐 출신의 가난한 유학생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주로 하와이에서 자랐으며 재혼한 어머니와 함께 인도네시아로 건너가 몇 년을 지냈다. 그의 가족이 모이면 오프라 윈프리가 말했듯이 여러 국적 소유자가 많아 마치 ‘미니 유엔’ 같다고 한다. 이런 그가 미국에서 얼마나 차별을 받고 서러움을 겪었을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내 가치관의 핵심은 ‘공감하는 것’”
그러나 그의 사람 됨됨이는 뜻밖이다. 그는 강하다기보다는 유연하다. 뉴욕 타임스의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그의 저서 <담대한 희망>(The Audacity of Hope)에서 그가 밝힌 바지만, 그는 그의 가치관의 핵심을 ‘공감(共感)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항상 상대방의 처지를 헤아리며 상대방의 눈으로 생각하고 상대방을 이해하려 애쓴다는 것이다. 그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지혜를 터득한 정치인이다.
그는 그의 책에서 역지사지를 통해 일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경험을 밝혔다. 일리노이 주 상원 의원이었을 때 그는 사형 판결을 내릴 만한 중대한 사건의 경우 심문 과정이나 자백 내용을 비디오로 촬영하도록 규정한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우선 주 검찰과 경찰이 완강하게 반대했다. 사형제 폐지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 법안이 통과되면 사형제 폐지 쪽으로 여론이 쏠릴 것을 우려했다. 동료 의원들은 범죄 예방과 대처에 미온적이라고 유권자들한테 찍힐까봐 법안 찬성을 주저했다. 그러나 오바마는 의견이 대립되는 지점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반대파의 주장 밑바닥에 깔린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찬반 양쪽이 공유하는 가치를 차근차근 재확인해 나갔다. 그가 발의한 법안은 몇 주에 걸친 협의 끝에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그가 이런 방식으로 일을 처리한 예는 그밖에도 많다.
오바마의 넉넉함은 상대방에 대한 시선에서 역연하게 드러난다. 그는 상원의원에 재선하여 백악관 골드룸에서 부시 대통령을 만났다. 물론 독대는 아니었다. 당선자 전원을 초대한 자리였다. 그는 그 자리에서 만난 부시에 대해 ‘호감이 가는 인물’이라고 책에다 썼다. 부시 대통령이 기민하면서도 절도가 있고 솔직하다는 것이다. 부시를 보면 누구나 지방 대로변에서 자동차 대리점을 운영하는 사람이나 뒤뜰에서 석쇠에 고기를 굽는 이웃사람을 연상할 것이라며, 부시의 그런 풍모가 공화당의 두 차례에 걸친 선거의 승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의 공감하려는 습성은 그의 다문화적 배경에서?
상대방의 장점을 인정하고, 상대방의 반대논리 저변에 깔린 가치 가운데서도 공감하는 바를 찾으려는 그의 습성은 어떻게 형성된 것일까? 어떤 사람들은 그 원인을 그의 다문화적인 사회적 배경에서 찾는다. 오바마 아버지의 부족은 이슬람 문화권에 속한다. 오바마는 흑백의 혼혈아 출신이며 아시아에서도 자랐다. 그런데도 그는 최고의 명문인 하버드대학 법과대학원을 나왔다. 이런 다원성이 사고의 다원화를 가능하게 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어젯밤에 나는 TV토론을 시청했다. 여야 정치인이 한 치도 물러섬이 없이 상대방의 논리를 반박하며 자기주장만 강변했다. 이 프로에 출연한 두 교수는 마치 두 정치인의 꼭두각시인 냥 해당 정파의 주장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느라 아전인수(我田引水)와 곡학아세(曲學阿世)를 되풀이했다. 타협이 가능한 지대가 있을 법 했지만 아무도 그 것을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우리는 왜 이렇게 강퍅(剛愎)한가? 단일민족이어서 그럴 것이라는 궤변이 나올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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