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스크랩] 6월의 산을 오르며

나는 새 2007. 6. 5. 05:56



     
    

    유월의 산을 오르며 산을 오른다. 내 몸집보다 큰 배낭 메고 조그만 막대 짚어 꾸역꾸역 산을 오른다. 하늘이 산을 안아 저기가 정상이려니 싶어 그래도 쉬지 않고 예까지 왔건만, 동산에도 미치지 못함을 깨닫게 할 뿐 말이 없다. 익지 않은 개암 따보고 풀피리도 불어보고 솔잎 뜯어 향이라도 음미한다면 너무 큰 욕심일까? 거친 숨결 다듬어 내려다 본 곳엔 혼자 핀 패랭이꽃 한 뼘 폭 물은 세월의 길이만큼 흘린 땀방울의 유산. 어디쯤 왔을까? 그러나 나는 얼마나 큰산인지도 모른다. 얼마만큼 남았느냐 물어보지만 산은...... 동동주 파는 아낙네의 삶에 찌든 웃음 뒤로하고 그저 오르라 오르라고 등 떠민다. 세상살이가 각박해지고 마음의 여유가 없어질 때면 나는 혼자 산을 오른다. 산 중턱에 군데군데 보석처럼 박혀 반짝이는 벗꽃나무 군락의 봄 산도 좋고, 작은 소슬바람에도 바스락 소리를 내며 달아나는 낙엽이 뒹구는 가을 산도 나는 좋다. 어느새 발길이 뚝 끊겨버린 호젓한 오솔길 저 편에 상수리 가지 가 삭풍에 소리를 내며 울어 대는 겨울 산도 나는 좋아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시를 두고 어느 계절 하나 아름답지 않은 산이 있으 랴만 그 중에서도 자연이 우리에게 내려준 혜택 중에 생명의 기운을 힘차게 불어넣는 녹음이 우거진 6월의 산을 나는 가장 좋아 한다. 그래서 마음이 울적한 때면 세상시름을 잠시 접어두고 배낭 하나 짊어지고 산을 찾는다. 산에는 이름 모를 풀꽃들이 있고, 나무가 있고 온갖 새들의 합창소리가 들려 자연을 벗삼아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내 마음속에 들끓던 잡념들이 눈 녹듯 사라져버린다. 여름 산은 녹음이 우거진 계곡을 사이로 어디론가 정처 없이 흘러가는 청량 한 물소리를 듣는 것도 좋고, 떡갈나무 숲 속에서 들려오는 뻐꾸기의 왈츠가 온 갓 시름을 잊게 한다. 풀꽃 향기에 취해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보노라면 초록 나뭇 잎 사이로 파란 하늘이 가까이 다가온다.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오면 가냘픈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며 멋진 춤사위를 펼쳐 보이기도하고 녹음을 헤집고 풍겨오는 풀 냄새는 내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아 간다. 여름 산은 단 한번도 나를 거역하지 않고 삶에 지친 고단한 나를 반겨준다. 녹음이 우거질 대로 우거진 숲 속 오솔길을 걷노라면 꿈길을 거니는 듯 내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나는 비록 가난하여 가진 게 없지만 질 푸른 6월의 산을 오르면 세상살이에 찌들대로 찌들어버린 삶에 욕망과, 갈등과 ,번뇌로 꽉 들어 찬 내 머리 속의 앙금을 깨끗이 씻어 준다. 신록이 우거진 6월의 산의 아름다움은 그 어디에도 비길 데가 없다. 초록의 아름다움은 그 어떤 색채로도 견줄 데가 없다. 그러기에 녹음이 우거진 여름산은 살아 움직이는 생명의 산이요. 제 빛깔을 마음껏 발산하는 계절의 산이기도 하다. 우리는 산이 온통 푸르다고만 말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산은 저마다 뚜 렷한 색깔과 개성을 담고 있다. 그렇다고 여름산은 서로 다투는 법도 없이 슬기롭게 조화를 이뤄 살아간다. 그러기에 6월의 산을 나는 가장 좋아 한다. 글/파로호







출처 : 破虜湖 이야기
글쓴이 : 파로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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