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가난한 이름에게

나는 새 2002. 10. 30. 23:56
가난한 이름에게




김남조



이 넓은 세상에서

한 사람도 고독한 남자를 만나지 못해

나 쓰일모 없이 살다 갑니다



이 넓은 세상에서

한 사람도 고독한 여인을 만나지 못해

당신도 쓰일모 없이 살다 갑니까

검은 벽의

검은 꽃 그림자 같은

어두운 향료



고독 때문에

노상 술을 마시는 고독한 남자들과

이가 시린 한겨울 밤

고독 때문에

한껏 사랑을 생각하는



고독한 여인네와

이렇게들 모여 사는 멋진 세상에서

얼굴을 가리고

고독이 아쉬운 내가 돌아갑니다



불신과 가난

그 중 특별하기론 역시 고독 때문에

어딘지를 서성이는

고독한 남자들과

허무와 이별

그 중 특별하기론 역시 고독 때문에

때로 골똘히 죽음을 생각하는

고독한 여인네와



이렇게들 모여 사는 멋진 세상에서

머리를 수그리고

당신도 고독이 아쉬운 채 돌아갑니까



인간이라는 가난한 이름 때문에

고독도 과해서 못 가진 이름에

울면서 눈감고

입술을 대는 밤



이 넓은 세상에서

한 사람도 고독한 남자를 만나지 못해

나는 쓰일모 없이 살다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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