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대행은 ‘대통령’이 아니다
이 종 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미국의 대통령제에는 부통령이라는 자리가 따로 있다.
대통령직에 궐위가 발생하면, 부통령이 곧바로 대통령직을 승계하게끔 정해져있다.
선거에서 부통령이 대통령과 함께 동반 당선되었기에 이른바 ‘민주적 정당성’의 관점에서도 문제가 없다.
즉 그간 미국의 헌정에서 여러 번 있었듯이 부통령의 대통령직 승계 가능성을 미리 전제하고서 유권자들이 투표에 임하기 때문이다.
미국과는 달리 우리 헌법은 대통령직이 궐위된 경우에는 60일 이내에 대통령선거를 실시하여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게끔 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기간에 권한대행은 어떤 일을 해야 마땅하겠는가?
권력의 공백기인 중차대한 시기에 차기 대통령선거를 차질 없이 치르는 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과업이다. 늦어도 두 달 후면 새로이 선출될 대통령의 권한 행사와 관련해서는 불가역적인, 즉 되돌릴 수 없는 국정행위를 해서는 아니 된다.
예컨대 이번처럼 대통령 몫인 임기 6년의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이 대표적으로 그러하다. 따라서 현상유지적이고 소극적인 권한행사가 마땅하다.
그렇지 않으면 대통령이나 부통령이 아닌 자가 대통령직을 참칭하는 셈이 된다.
‘참칭(僭稱)’이 다소 생경한 우리말인데, 국어사전에는 “분수에 맞지 않게 스스로 황제나 왕이라고 일컬음”으로 뜻풀이하고 있다. 이에 덧붙여서 헌법학계 일각에서는 대선 관리가 맡겨진 가장 중요한 과업인 까닭에 권한대행을 맡은 총리의 차기 대선 출마 또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도 주장된다.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파면 선고와 함께 국무총리 등 각부 장관들도 사실상 함께 면직된 셈이다.
파면 당하기까지에 이르는 대통령의 중대한 헌법 및 법 위반행위와 관련하여 그동안 보좌를 그르친 국무총리와 각부 장관들의 책임 또한 결코 가볍지가 않다.
법적인 책임은 물론이고, 정치적 책임 또한 함께 져야 마땅하다.
하물며 이러할진대, 권한대행인 국무총리가 스스로 두 달짜리 대통령으로 행세하면서 월권행위를 서슴지 않는 행태는 대통령제의 본질과 정치적 책임의 원리에 부합하는 바가 결코 아니다.
(다산포럼 제1253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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